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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절차 변화 바람

파이낸셜스토리 다시 짜는 SK, 배당기준일 손댈까

④SK㈜·SK이노 등 대표계열사, 수개년 배당정책 이미 공개…기준일 변경 효과 미미

고진영 기자  2023-02-24 16:51:18
요즘 SK그룹의 고민거리로 부진한 주가가 손에 꼽힌다. 최태원 회장이 2025년까지 ‘주가 200만원’의 SK㈜를 만들겠다고 장담한 게 2년 전이다. 시간은 3년이 남았을 뿐이지만 그간 SK㈜ 주가는 오히려 30만원대에서 10만원대로 떨어졌다.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최 회장이 지난해 그룹 경영회의에서 “그동안의 파이낸셜스토리는 기업가치와 연계가 부족했다”며 전략 재구성을 주문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주주친화책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SK그룹이 정부의 배당절차 개선안을 적용할 지를 두고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주가부양 절실하지만…5개사, 배당기준일 정관변경 無

SK그룹의 상장 계열사 가운데 24일 기준 주주총회 소집결의를 공시하고 안건을 밝힌 곳은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C, SK스퀘어 등 5곳이다. SK㈜와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등은 아직 소집결의를 내지 않았다.


안건을 밝힌 5개 계열사 중 배당기준일을 바꾸기 위한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담은 곳은 없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결산배당의 배당기준일(배당받을 주주를 정하는 날)을 배당액 확정 이후로 옮기도록 하는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지난달 31일 내놨다.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상장사협의회도 이를 반영해서 개정한 표준 정관을 안내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기존의 표준 정관은 정기배당 기준일과 중간배당 기준일을 명시하고 있었지만, 개정된 정관은 이사회 결의 시에 배당기준일을 결정하도록 바꿨다. 또 주주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배당기준일을 배당결정일 이후의 날로 정할 수 있다는 설명을 주석에 넣었다.


바뀐 표준을 가장 발빠르게 받아들인 곳은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을 포함한 7개 계열사, 포스코그룹은 포스코홀딩스 등 3개 계열사가 이번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결의한다.

SK의 경우 아직 주총 안건을 공개하지 않은 주요 그룹사로 지주사 SK㈜와 SK이노베이션, SK케미칼 등이 남아 있다. 앞서 소집결의를 낸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이 배당기준일 변경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머지 계열사들도 비슷한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또 SK㈜와 SK이노베이션 등은 배당기준일 변경에 따른 효과가 제한적이기도 하다. 정부가 이번 개선방안을 추진한 목적은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모른 채 투자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인데, SK그룹의 대표 계열사들은 이미 미래의 배당정책을 비교적 상세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계열사 배당정책 살펴보니

SK㈜는 지난해 3월 “파이낸셜스토리 기반의 성장과 투자성과의 실현이 주주환원과 더 긴밀하게 연계되도록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며 2025년까지의 배당정책을 미리 공개했다. △경상 배당수입의 30% 이상 기본배당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 매입이 그 내용이고 자사주 소각도 주주환원 옵션으로 고려한다.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태원 회장의 파이낸셜스토리 발표와 맞물려 배당정책을 일제히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은 2023년까지 연간 배당성향 30% 이상을 지향하겠다는 정책을 작년 2월에, SK텔레콤은 2023년까지 별도 기준 'EBITDA-CAPEX'의 30~40% 내에서 배당총액을 결정한다는 정책을 2021년 8월에 공개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수준을 재원으로 환원하고 고정배당금을 20% 상향하며, 분기 배당을 실시한다는 배당정책을 지난해 밝혔다.


이중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배당정책을 두고 지난해 이사회에서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경영진은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투자에 흘러나갈 돈과 그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고려할 때 배당은 어렵다고 결정, 2021년 사업연도에 대한 무배당을 이사회 안건으로 올렸다.

하지만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불발됐다. 사외이사들로부터 경쟁사 배당 수준,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을 고려할 때 무배당은 길이 아니라는 반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김준 부회장만 찬성표를 냈고 사외이사 4명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치열한 논의 끝에 SK이노베이션은 안건을 부결 처리하고 원점에서 배당안 재검토에 들어갔다.

결국 넉넉지 않은 유동성을 감안해 자사주를 풀어서 현물배당을 했다. 1주당 현물 0.011주를 줬고 올해(2022년 결산)는 그 3배인 1주당 0.033주를 지급한다.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으로 배당성향은 30%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김양섭 재무부문장(CFO)은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 계획된 대규모 투자 지출 등을 고려해서 현물배당을 결정했으며 배당에 대한 최종 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서 이뤄질 예정”이라며 “자체 성장을 위한 재투자를 비롯해 특별배당 등 중장기 기업 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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