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의 당면과제는 워크아웃 만 1년을 넘긴 태영건설의 경영정상화다. 태영건설은 자산 매각과 임원은 물론 실·팀 및 본부급 인사에도 구조조정에 나서며 효율 제고에 방점을 찍었다. 상·하반기 조직 재편을 두 번 진행하며 강도 높은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에서 특파된 기획·관리 전문가 황선호 경영본부장(부사장,
사진)이 고강도 쇄신의 키를 쥐고 있다. 황 본부장은 올해 5월 합류 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부터 대규모 감자와 지주사 출자전환 등을 통해 태영건설 자본잠식 해소를 집도했다. 거래재개 중책을 조기에 완수하고 담당 조직도 넓어지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는 모습이다.
◇지주사 설립 중책 맡은 기획통, 태영건설 워크아웃 집도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돌입 이후 내부 조직 개편도 진행하면서 정상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반적인 구조조정과 인적 쇄신의 키는 지주사격인 티와이홀딩스에서 합류한 최고재무책임자(CFO) 황 본부장이 책임지고 있다. 황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뒤 삼성화재, SBS를 거쳐 2016년 태영그룹에 합류했다.
황 부사장은 2020년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 설립 작업에도 참여했다. 티와이홀딩스 2020년 당시 창립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총괄 임원으로 그를 세웠다. 황 부사장은 당시 SBS미디어홀딩스 경영관리실장이었다.
황 부사장은 이후 수 년 간 지주사의 관리를 총괄했다. 전반적인 기업 경영과 기획, 재무 감각을 익혔다. 이에 태영건설이 부동산 PF 이슈에 이은 급속한 유동성 압박으로 워크아웃에 들어서자 그룹은 황 부사장을 급파해 정상화 책무를 맡겼다. 그는 태영건설에서 워크아웃 채권단과의 협상, 대화 자리에 나서는 중요한 역할을 소화했다.
태영건설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추가 조직개편을 단행할 때도 황 부사장의 입지는 변함이 없었다. 태영건설은 상반기엔 임원 감축과 실·팀 단위 재편에 중점을 뒀는데 하반기엔 본부급 조직 한 곳을 폐지하는 등 규모를 줄여 경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조직 개편으로 원가관리팀도 경영본부로 '사업정상화' 첫발 태영건설은 적극적인 보유 자산 유동화에 성공하며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의도 태영빌딩과 루나엑스 골프장의 매수자를 찾았고 내년 테이크호텔 매각까지 성공하면 5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무상감자 후 대출채권을 지분투자로 전환하는 출자전환도 성사시키며 의외의 효과도 나타났다. 산업은행이 발표한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에 따르면 대주주가 대여금 등 기존 채권의 100%, 금융채권자는 무담보채권의 50%를 출자전환하도록 하는 게 골자였다.
이를 통해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태영건설에 대여한 자금 4000억원 전액, 채권단의 기존 채권 약 7000억원 중 절반이 출자전환을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감자 등의 구조 재편을 거치고도 티와이홀딩스의 태영건설 지분은 오히려 늘어났다.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로선 부실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회사 지배력 제고에도 성공했단 뜻이다.
태영건설은 이번 하반기 인사에서 본부급 조직이 4개로 줄고 수장 절반이 바뀌었다. 대표 직속이자 최고안전책임자(CSO)를 겸하는 안전보건실장도 교체되는 중폭 인사였다. 여기에서 하반기 조직 개편을 거쳐 폐지를 앞둔 운영본부 산하의 원가관리팀이 다시 황 부사장 휘하인 경영본부로 이관된 게 눈길을 끈다.
건설업계에서 원가관리는 건설공사에 요구되는 사업비를 포함해 각종 부수적인 비용을 분석하고 산정하는 업무를 맡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당장 사업보다 정상화가 먼저였던만큼 원가관리팀은 경영본부에 속했다. 결과적으로 황 부사장은 태영건설 합류 후 담당하는 부서의 규모가 더 커지게 됐다.
원가관리팀의 이관은 태영건설이 다시 사업 정상화에 나서기 위해 기존과 같이 경영본부 아래로 편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고려하면 태영건설이 이제는 워크아웃 한 고비를 넘고 거래재개까지 마친만큼 이제는 본 사업을 끌어올리기 위한 첫 단추를 꿰기 시작한 셈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로 경영 정상화를 더욱 내실 있게 진행하기 위한 인사와 조직개편"이라며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경영 환경 악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등 기업개선계획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