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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미국 DOE 대출금으로 유동성 확보할까

SK배터리아메리카, 유상감자로 4.5조원 회수…SK온 대여금 상환 활용할 듯

김현정 기자  2025-01-17 08:31:07

편집자주

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블루오벌SK가 두 차례 유상감자를 진행하면서 대규모 미국 에너지부(DOE) 대출자금이 SK배터리아메리카로 들어오게 됐다. SK배터리아메리카에 모인 자금의 용처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SK배터리아메리카의 차입금 상환에 활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SK온의 '대여금' 계정도 부각됐다. SK배터리아메리카의 블루오벌SK 출자를 위해 SK온이 SK배터리아메리카에 빌려준 돈이다. 곳간이 두둑해진 SK배터리아메리카가 대여금을 상환한다면 DOE 대출자금이 SK온으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SK온 입장에서는 블루오벌SK 출자도 하고 유동성도 제자리를 찾게 된다. 결국 연결실체 전체로 놓고 봤을 때 DOE 정책자금이 SK온 연결실체의 금고가 되는 셈이다.

◇블루오벌SK 유상감자, DOE 대출금 일단 SK배터리아메리카로

블루오벌SK는 작년 12월과 이달 15일 두 차례에 걸쳐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각각 28억8000만달러(4조원), 34억달러(5조원), 총 9조원 규모다. 블루오벌SK는 SK온이 미국에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엄밀히 말하면 손자회사인데 SK온이 북미 사업을 위해 세운 100%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가 50%, 미국 포드가 50%를 출자해 만들어졌다.

블루오벌SK의 두 번의 유상감자로 DOE 대출자금 중 절반인 4조5000억원가량이 SK배터리아메리카로 돌아가게 됐다. 현재 블루오벌SK에 얼마나 현금이 있는지는 공시돼 있지 않지만 SK온 연결기준 현금성자산(2024년 3분기 말)이 2조1743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9조원 규모의 블루오벌SK 유상감자로 빠진 자본은 DOE 대출자금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유상감자는 자본금을 감소시키면서 주주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블루오벌SK의 첫 번째 감자 직전 자본금이 16조원가량이었던 만큼 블루오벌SK에 총 8조원가량의 출자가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SK배터리아메리카 입장에서 투입된 자금 중 상당 부분을 출자회수하는 셈이다.

이번 유상감자는 최근 블루오벌SK가 미국의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VTM) 프로그램으로 96억3000만달러(약 13조8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차입을 승인받으면서 결정됐다. 미국 정부로부터 저리로 대규모 장기 대출을 받으면서 유상감자의 여유가 생겼다.

◇추후 자금의 흐름은…SK온으로 유동성 공급 가능성 제기

업계는 SK배터리아메리카가 채무상환 등에 해당 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바라본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블루오벌SK를 비롯해 미국 내 타 배터리회사들의 출자를 위해 국내외 금융회사 다수로부터 차입을 했다. 해외 자회사들이 차입을 진행할 경우 모회사인 SK온이 채무보증계약을 맺는 만큼 이를 통해 SK배터리아메리카의 차입 현황을 일각 들여다볼 수 있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1조50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사채)를 발행했고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 N.A.), 하나은행 뉴욕법인(KEB Hana NY Financial Corp.), 신한은행, SMBC 등으로부터 6500억원 규모의 장기차입도 했다. 이 밖에 국민은행, 우리은행, SC제일은행, 일본 MUFG·SMBC, 스페인 BBVA, 호주 ANZ, 미국 JP모건, 프랑스 크레디트 아그리꼴(Credit Agricole)·BNP파리바 등으로부터 530억원, 2000억~3000억원, 9000억원 등의 자금을 단기로 차입했다.


특히 SK배터리아메리카의 차입 내역 가운데 SK온의 대여금에 관심이 쏠린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블루오벌SK 출자를 위해 모회사 SK온으로부터 조 단위 출자와 자금대여를 받은 바 있다. 2022년에 1조852억원을, 2023년 2조7134억원을, 2024년 3분기까지 2조원을 유상증자를 통해 수혈받았다. 대여금은 총 3조5818억원(현재 잔액)이다. 2023년 1조883억원, 2024년 3분기까지 2조원 등을 빌렸다. 블루오벌SK의 출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금액이다. SK온은 해당 대여금의 만기를 작년 말에서 올해 6월 말로 6개월 연장한 상태다.

추후 SK배터리아메리카가 SK온의 대여금을 갚는다면 블루오벌SK의 유동성이 SK배터리아메리카로, SK배터리아메리카에서 SK온으로 이동하게 된다. SK온은 블루오벌 출자를 위해 조 단위 자금을 빌려줬고 포드와의 합작생산법인 설립이란 최종 목적을 이룬 뒤 대여금까지 상환받으며 유동성을 확보하는 흐름이다. SK온 입장에선 블루오벌SK도 세우고 유동성도 채워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블루오벌24가 유상감자를 결정한 이상, SK배터리아메리카가 블루오벌24로부터 출자회수를 한 것처럼 SK온도 SK배터리아메리카에서 출자회수를 할 수 있다"며 "차입은 블루오벌24가 받았지만 SK배터리아메리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더불어 SK온 유동성에까지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관계자는 "이번 유상감자 결정은 해외 투자자본 효율성 제고를 위한 자본 재배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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