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빙그레가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2024년 5월까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법인 빙그레로 분리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자연스레 두 회사의 이사회 인적구성이 어떻게 재편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분할신설회사' 빙그레 이사진으로 잠정 결정된 명단을 살피면 기존 법인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던 '오너' 김호연 회장은 빠졌다. 과거 인적분할 사례와 계열사 관리 역할을 감안하면 김 회장이 빙그레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전망된다. 빙그레 미등기임원을 겸직할 가능성 역시 거론된다. 이에 대해 빙그레 측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창원 대표, 고재학 CFO '등기임원 유지' 빙그레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2025년 3월 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 승인을 받고 같은 해 5월까지 지주회사 빙그레홀딩스와 사업회사 빙그레로 분리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절차를 마무리하면 빙그레홀딩스는 신사업 투자와 자회사 관리에 주력하고 빙그레는 유가공 음·식료품 생산을 위시한 본업에 집중한다.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분할비율은 '1 대 0.5407841'로 설정했다.
빙그레는 이사회 의사록을 통해 "분할존속회사 빙그레홀딩스는 향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주사로 전환한다"며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전문화된 사업영역에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독립경영 및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하고자 한다"고 분할 목적을 기술했다. 이외에도 △전문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 체제 구축 △경영자원의 효율적 배분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 등의 취지를 열거했다.
인적분할과 맞물려 내년에 출범할 사업회사 빙그레 이사회는 '5인 체제'로 닻을 올린다. 사내이사 3인과 사외이사 2인으로 이뤄진 단출한 구성이다. 사업 의사결정 연속성을 도모하는 취지에서 기존 빙그레 등기임원 일부가 신설법인 이사진으로 이동한다.
현재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 중인 전창원 대표가 분할신설회사에서도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 직위를 유지하는 대목이 방증한다. 사외이사 2인방도 직무를 그대로 이어간다. 1954년생인 오대식 사외이사는 2000년대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인물로 현재 세무법인 제일티앤엠 대표를 맡고 있다. 강명길 사외이사는 1953년생으로 빙그레 광주공장장과 생산담당 전무를 지낸 이력을 갖췄는데 지금은 식품유통사 로드팜 대표로 재직 중이다.
이외에도 고재학 재경담당 상무가 신설법인 빙그레 사내이사로 잠정 결정됐다. 1966년생인 고 상무는 1992년 입사한 이래 줄곧 빙그레에 몸담으며 자금 유출입 관리, 예산 수립 등 재무 현안 처리에 집중한 인물이다. 전 대표와 같은 부서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도 존재하는 고 상무는 2019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해 왔다. 사내이사로 등기된 시점은 올 3월이다.
그동안 미등기임원이던 박병구 생산담당본부장(상무)은 새로 출범하는 빙그레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1962년생으로 남양주 도농, 광주 곤지암 등에 자리잡은 제조시설을 책임지는 공장장을 역임했다. 2018년 12월 정기인사 당시 상무로 승진했다.
◇'오너 3세' 김동환 사장 거취도 관심사 기존 법인과 분할 뒤 빙그레 이사회 인적구성을 살피면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는 인물도 존재한다. 사내이사 김호연 회장과 박정환 신공장 추진단장이 신설법인 빙그레 이사진 명단에서 제외된 대목이 방증한다. 특히 김 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2014년 3월부터 줄곧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해 왔기 때문이다.
재계 주요 기업들의 인적분할 과정을 복기하면 김 회장이 빙그레홀딩스 등기임원으로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계열사 관리를 총괄하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오너가 지주사 사내이사를 맡는 체계가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OCI그룹 총수 이우현 회장이 지난해 5월 분할을 계기로 출범한 OCI홀딩스(존속법인) 사내이사로 선임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빙그레 최대주주는 전체 주식의 36.75%(362만527주)를 보유한 김 회장이다. 재단법인 김구재단(2.03%)과 현담문고(0.13%), 김 회장의 자녀들이 주식 일체를 갖고 있는 물류 계열사 제때(1.99%)가 소유한 주식까지 감안한 지분율은 40.89%(402만8317주)다. 인적분할이 주주 구성 변동 없이 법인만 분리되는 방식인 만큼 '김 회장→빙그레홀딩스→그룹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형성된다.
김 회장이 빙그레홀딩스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동시에 신설법인 빙그레 미등기임원을 겸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재계 총수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SK 사내이사 겸 대표이사 회장을 맡은 동시에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에서 미등기임원(회장)도 겸하고 있다. 이사회 멤버가 아니더라도 보수를 받는 만큼 미등기의 이점을 누릴 여지는 충분하다.
'오너 3세' 김동환 사장(
사진)의 거취도 관심사다. 김 사장은 김 회장의 장남으로 2014년 빙그레에 입사한 이래 2021년 임원에 올랐다. 이후 마케팅전략담당 상무, 경영기획 및 마케팅본부장을 거쳐 올 3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재는 빙그레 미등기임원으로 향후 빙그레홀딩스에서 직책을 맡을 것인지, 이사회 일원으로 합류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더벨은 김호연 회장의 분할신설회사 빙그레 미등기임원 전환 가능성, 빙그레홀딩스의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공시와 보도자료 이외에 다른 정보를 말씀드릴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