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치로 이익을 쌓으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됐다. 자본적 지출(CAPEX)로 최근 5년 래 가장 많은 자금이 유출됐지만 호실적 덕분에 현금성 자산도 약 두 배 가까이 쌓았다.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장기차입을 일으키며 부채비율이 소폭 높아졌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재무 체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다.
빙그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67억22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과징금 납부 등 일회성 비용과 재고자산 증가 등의 여파로 -112억4400만원을 기록한 2022년 대비 대폭 개선됐다. 555억원을 기록한 2021년 대비로 봐도 약 182% 증가한 수치다.
현금창출력이 강화된 것은 호실적 덕분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외형과 내실 모두 갖춘 실적을 시현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1조3943억원, 영업이익 1123억원, 당기순이익은 8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85.2%, 235.4% 급등했다. 이에 따라 2019년 5.2%를 기록한 후 하향세를 탔던 영업이익률은 8%대로 올라섰다.
해외 법인에서 실적을 쌓고 판관비 등의 비용 관리 등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됐다. 여기에 원유 상승으로 제품 가격 인상을 추진한 효과도 톡톡히 봤다.
빙그레는 지난해 자회사인 해태아이스크림을 포함해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투게더 가격은 2022년 1분기 6000원에서 지난해 말 9800원으로 올랐다. 메로나 가격도 약 50%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35도가 넘는 기록적인 폭염 덕분에 아이스크림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도 수익성 향상에 힘을 보탰다.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이 대폭 유입되면서 3년 만에 여윳돈도 쌓았다.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CAPEX 투자금과 배당금 지급금 등을 차감해 집계한 잉여현흐름(FCF)은 579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대비 87% 증가한 약 1479억원으로 집계됐다.
빙그레는 그동안 시설 투자 등 자본적 지출에 보수적이라 평가받아왔지만 지난해부터 변화가 감지됐다. 2023년 유무형 자산 취득금으로 살펴본 CAPEX 규모는 855억원 수준이다. 최근 5년 래 최대치다.
CAPEX 투자금 대부분은 유형자산 취득에 활용했다. 유형자산 취득금으로 인식된 금액은 약 847억원 수준이다. 빙그레는 생산 공장 신설 용지 확보 차원에서 충청남도 천안에 위치한 토지 및 건물을 876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전액 자기자본으로 거래할 예정으로 거래는 올해 말 완료된다. 계약 체결일인 2023년 11월 30일 계약금 262억8000만원을 납입했고 한 달 후 87억6000만원 규모의 1차 중도금을 치렀다. 이 금액이 유형자산 취득에 반영된 상태다.
장기차입금 항목이 생긴 것도 눈길을 끈다. 빙그레는 넉넉한 곳간을 바탕으로 외부 조달의 필요성이 크지 않지만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정책 자금을 받아둔 상태다. 장기차입금으로 유입된 금액은 113억7000만원이다. 부채 비율이 33.6%에서 38.8%로 소폭 상승하고 차입금 의존도가 3%대에서 5%대로 올랐지만 여전히 양호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난해 유형자산 취득 규모가 확대된 것은 신공장 부지 비용이 일부 반영됐고 해태아이스크림의 설비 투자 비용도 포함된 영향이다"며 "장기차입금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정책 자금을 받아둔 차원이지 용처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