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영전략 수립에 필요한 의사결정을 이끌어 내는 주요 경영진 중 한 명이다. 투자와 자원의 배분, 내부통제 등을 관장하는 만큼 이사회와 사내외 겸직, IR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처럼 좁게는 재무부터 넓게는 기획까지 책임지는 CFO의 역할과 권한, 영향력을 THE CFO가 살펴본다.
◇고재학 빙그레 상무 빙그레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수행하는 고재학 재경담당(상무)을 사내이사로 불러들인다. 고 상무는 임기 5년 차에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한다. 재고자산 비축 기조에 맞춰 운전자본을 관리하면서 신규 공장 증설 자금을 내부에서 조달하는 재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빙그레는 지난 2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고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사내이사 임기가 끝난 최강훈 경영기획담당(상무)가 빠진 자리에 고 상무가 들어갔다. 이사회 내 재무적 의사결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고 상무는 2019년 1월부터 빙그레 재경담당으로 일했다. 빙그레에서 재무팀장(2016~2018년)을 거쳐 재무·회계·감사 부문을 이끄는 재경담당 임원으로 승진했다. 지난달까지는 빙그레 미등기 임원으로 CFO 역할을 담당했다.
빙그레는 운전자본을 관리하며 신규 공장 증설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시기 고 상무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유입시켰다. 빙그레는 2021~2022년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FCF를 다시 흑자로 돌려놨다.
빙그레는 2021년 연결 기준(이하 동일)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유·무형자산을 취득하는 데 쓴 지출이 더 컸다. 그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대비 22% 감소한 555억원이었다. 유·무형자산 취득액에서 처분액을 차감한 자본적지출(CAPEX)은 563억원이었다. 여기에 배당금 지급액(141억원)까지 차감한 FCF는 마이너스(-)141억원이었다. 그해 유동성은 전년 대비 215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 줄었다.
2022년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부터 적자였다. 그해 당기순이익(257억원)을 거두며 흑자 전환했지만 운전자본 변동으로 1074억원이 차감돼 현금흐름을 제약했다. 매입채무 증가분(156억원)보다 재고자산 증가분(522억원)과 매출채권 증가분(174억원)이 더 컸다. CAPEX(286억원)과 배당금(124억원)을 지급한 뒤 FCF는 -522억원이었다. 그해 유동성은 738억원 감소했다.
빙그레는 2022년 수입 원자재를 확보하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커졌다. 원유·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 이슈에 대응해 안전 재고자산을 확보하는 전략을 폈다. 그해 말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531억원 증가한 1274억원을 기록했다. 대부분 냉동·기타 품목군 원재료 증가분(282억원)이다.
지난해에도 재고자산 비축 기조를 유지했다. 그해 말 재고자산은 전년 대비 10억원 감소한 1265억원이었다. 재고자산 구성은 달라졌다. 45%였던 원재료 비중은 39%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제품 비중은 22%에서 34%로 상승했다. 장기 체화 재고, 진부화 재고, 손상 재고는 없었다.
빙그레는 지난해 수익성을 개선하며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늘렸다. 그해 운전자본 변동으로 묶인 현금은 99억원뿐이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56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CAEPX(850억원)과 배당금(133억원)을 차감한 FCF는 584억원이었다. 그해 유동성은 806억원 증가했다.
빙그레는 지난해부터 신규 생산 공장 증설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그해 11월 충청남도 천안시에 증설을 위한 용지를 확보했다. 양수금액은 876억원이다. 올해 12월까지 지급해야 하는 중도금과 잔금은 모두 자기자금으로 만든다.
빙그레는 신규 사업과 설비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현금창출력으로 해결하는 재무 전략을 구사한다.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1325억원)할 때도 차입금 없이 보유 자금으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말 리스부채를 포함한 총차입금(477억원)보다 보유 유동성(1732억원)이 더 큰 순현금 상태다.
◇고재학 빙그레 상무는 고재학 상무는 1966년 12월생으로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빙그레에 입사한 이래 고 상무는 줄곧 재무관련 부서에만 몸담아왔다. 2016년 재무팀장을 맡아 빙그레의 예산과 재무전략 업무에 매진했으며 2019년 대규모 조직개편을 계기로 상무보로 승진했다. 이때 재경부가 재경담당으로 승격하면서 고 상무는 재경담당 임원이자 CFO에 올랐다. 2021년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이후 2020년부터 해태아이스크림의 감사 역할도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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