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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빙그레는 1967년 설립된 이후 57년의 역사를 지닌 국내 대표 빙과기업이다. ‘메로나·투게더·더위사냥·붕어싸만코’ 등 숱한 스테디셀러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빙과시장에서는 리딩기업이지만 아직 자산규모가 크지 않은 탓에 올해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했다.
첫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담긴 핵심지표 준수율은 66.7%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사회 면면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본 이번 이사회 평가에서는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다.
◇이사회 전원 ‘50대 이상 남성’으로 구성, 산하 소위원회 전무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55점으로 산출됐다.
빙그레의 발목을 잡은 건 이사회 구성이었다. 빙그레는 이사회 구성 항목에서 45점 만점에 13점을 받아 평점 1.4점으로 집계됐다. 모든 지표가 1~2점에 그쳤다. 빙그레 이사회는 총 6명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 사외이사는 2명에 불과하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는 한 개도 설치돼있지 않다. 상법상 문제는 없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기준에 따라 최저점인 1점으로 평가됐다.
전창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점, 이사회 전원이 50대 이상의 남성으로 구성돼있다는 점에서도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각각 2점을 받았다. 총무팀이 이사회 지원조직을 겸하고 있어 이사회 지원조직을 평가하는 지표도 2점으로 채점됐다.
견제기능도 중간 이하 평점을 획득했다. 45점 만점에 21점을 얻어 평균 2.3점을 기록했다. 최고경영자 승계제도 운영 규정을 마련해 규정에 따라 내·외부에서 후보군을 선발해 관리하고 있어 해당 지표에서는 최고점을 획득했다. 하지만 주주가치 제고 성과에 연동한 보수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해당 지표에서 최저점을 받았다. 감사위원회와 내부거래를 담당하는 별도의 위원회 또한 설치돼있지 않아 해당 항목에서 모두 최저점을 받으며 평점을 끌어내렸다.
◇경영성과 11개 중 10개 지표 ‘만점’, 정보접근성도 ‘우수’
경영성과 항목에서는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기록했다. 경영성과는 55점 만점에 총점 51점을 기록해 평균 4.6점을 보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제외하고는 모든 항목에서 기준치로 삼은 KRX300 비금융기업 평균치를 모두 20% 이상 웃돌았다. 이에 11개 지표 가운데 10개 항목이 만점인 5점을 받았다. PBR은 0.75배로 기준치(2.38배)에 한참 미치지 못하며 최저점인 1점으로 채점됐다.
정보접근성과 평가개선 프로세스, 참여도 항목은 평균 3점대로 무난한 점수를 얻었다. 이사회 정보 접근성을 평가하는 항목은 평점 3.8점을 받았다. 3년간 주주환원정책을 공시하고 있어 해당 지표에서 만점을 받았다. 빙그레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 이익 제외)의 25~35%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사회 활동 내역과 기업기배구조보고서를 공시와 홈페이지에 모두 게시하고 있어 해당 지표도 만점을 기록했다. 다만 이사회에 관한 내용을 자세하게 공시하고 있지 않아 관련 지표는 3점을 받았다.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평균 3.3점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재선임에 반영하고 있어 관련 지표에서 모두 만점을 받았다. 다만 이사회에 대한 평가는 따로 시행하고 있지 않아 관련 지표에서 모두 1점을 얻어 평균점수가 낮아졌다.
참여도 항목은 평균 3점을 받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이사회가 16회 열려 이번 평가에서 만점 기준을 충족했다. 이사회 평균 안건 통지일은 8일, 이사들의 펑균 출석률은 정기와 임시 이사회 모두 100%를 기록해 해당 지표도 모두 만점을 받았다. 평점을 깎은 건 소위원회와 관련한 지표였다. 이사회 내부에 소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지 않은 탓에 소위원회의 활동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모두 최저점을 받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