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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에이션 리뷰

빙그레, 해태아이스 성장 예감 적중에 '함박웃음'

②인수 후 추정 주식 가치 1413억, 실제 주식 가치 1412억

박기수 기자  2024-07-23 16:09:04

편집자주

사업 양수도와 자산 양수도, 기업 인수, 기업공개(IPO) 등 굵직한 재무적 이벤트의 관건은 사고 팔고자 하는 것의 가치를 매기는 작업이다. 자산 가치법과 시장기준 평가법, 수익가치 평가법 등 기업은 여러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자율적으로 택한다. 한 기업이 어떤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택했는지, 피어(Peer) 기업은 어떻게 선정했는지 등은 높은 몸값을 받으려는 기업들의 치밀한 재무 전략의 일종이다. THE CFO는 기업이 재무적 이벤트 과정에서 실시한 밸류에이션 사례를 되짚어봤다.
[이전기사] ①메로나와 바밤바의 만남은 성공적이었을까

'메로나'의 빙그레는 2020년 '바밤바'의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현금흐름할인법(DCF) 모형을 통해 해태아이스크림의 향후 현금흐름음 추정해 적정한 인수가격을 산정했다. 그들이 산정한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가치는 1325억원, 4년이 지난 현재 그들의 밸류에이션은 적절했을까? 외형 확장을 염두에 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는 성공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수는 성공적이었다. 당시 추정했던 지분 기차와 현재 해태아이스크림의 지분 가치는 거의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태아이스크림 브랜드 (출처: 공식 홈페이지)

◇초기 시너지 효과 미미했으나 작년부터 잠재력 폭발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배경은 아이스크림 업체들의 시장 재편 기미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동 인구 감소와 웰빙 소비 트렌드 변화로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는 2021년 2조100억원에서 2018년 1조6000억원 규모가 감소하고 있었다.

다만 저열량,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는 기회가 있었다. 중국·미국·베트남으로 수출되는 아이스크림의 물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산업의 핵심인 마케팅과 유통망을 갖추고 있었던 빙그레에게 해태아이스크림은 시장 점유율 확대와 외형 성장, 수익성 제고 등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매물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빙그레의 추정대로 해태아이스크림의 자기자본 가치는 괄목할 정도로 성장했다. 빙그레의 추정은 2024년까지였지만 아직 2024년 실적이 나오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4년 치(2020~2023년)의 실제 실적을 기반으로 해태아이스크림의 자본 가치를 산정했다.


매출의 경우 2020년과 작년 추정치와 실제 매출이 거의 비슷했다. 인수 초기인 2021년 빙그레는 곧바로 인수 시너지가 해태아이스크림에 일어날 것이라 추정했지만 실제 매출 상승은 그리 크지 않았다. 2021년과 2022년 추정 매출은 각각 1782억원, 1879억원이었는데 실제 매출은 각각 1601억원, 1749억원이었다.

영업이익 역시 인수 초기 추정치와 실제 수치의 차이가 있었다. 세전영업이익(EBIT)의 경우 빙그레는 해태아이스가 2021년에는 75억원을, 2022년에는 1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2021년에는 -32억원 적자를, 2022년에는 43억원으로 추정치 대비 미달이었다. 반면 작년에는 추정치인 111억원을 넘어서는 136억원을 영업이익으로 기록했다.

감가상각비와 자본적지출(CAPEX), 운전자본투자를 고려한 기업잉여현금흐름(FCFF)은 가정해야 할 요소들이 많고 복잡하기 때문에 추정치와 실제 수치가 맞기 더욱 어렵다. 빙그레-해태아이스 인수 사례도 마찬가지였지다. 5개년 치 추정 FCFF를 합한 영업가치는 227억원이었지만 실제 해태아이스크림의 4개년 치 실제 FCFF를 합한 영업가치는 82억원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들어맞았던 밸류에이션

4개년의 영업가치는 추정치 대비 부진했지만 빙그레는 해태아이스를 4년만 영업하려고 인수한 것은 아니다. 실제 실적 흐름을 보면 해태아이스크림의 시너지 효과는 작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인 추정기간 이후 영업가치는 추정치와 실제 수치가 거의 비슷했다. 추정기간 마지막 연도의 세후영업이익을 WACC(6.94%)로 나누고 현가계수를 곱한 현재가치 기준 추정기간 이후 영업가치는 추정치와 실제 수치가 각각 1252억원, 1259억원이었다.

'추정기간+추정기간 이후 영업가치'는 추정치와 실제 수치가 각각 1480억원, 1341억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여기에 비영업용 자산 가치와 이자부부채의 가치를 더하고 빼주면 자기자본의 가치가 나온다. 빙그레는 비영업용 자산을 '지급보증금'으로, 이자부부채의 가치를 '퇴직급여부채-장기미지급비용+현금성자산'으로 봤다.

이를 고려한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제 자기자본 가치는 1412억원으로 산정됐다. 추정치였던 1413억원과 사실상 거의 같다.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기간 내 영업가치 등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자기자본의 가치는 추정치와 실제 수치가 사실상 같았다. 인수 당시 밸류에이션의 성공이자 인수 의도가 제대로 맞아들어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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