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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활용 스토리

삼성전자, '시총 1위'다운 자사주 소각규모

[주주환원]①주주환원책에 증시까지 들썩…2018년 이후 '뚝'

김현정 기자  2024-08-29 15:34:49

편집자주

오래 전부터 기업들의 자사주는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임직원 보상에 쓰이기도 한다. 기업 M&A 대가로 지급할 수도 있다. 다만 자사주 활용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 되거나 경영권 분쟁 시 우호지분 확보용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았다. THE CFO는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가 어떤 형태로 동원될 수 있는지 활용 사례를 유형별로 나눠 짚어본다.
부동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자기주식 매입액이나 소각액 규모도 스케일이 남달랐다. 2000년 이후 시총 비중이 커지고 자기주식 매입 규모가 커지면서 '삼성전자의 자기주식 매입 효과'란 말도 생겼다. 삼성전자 자사주 정책 발표가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이에 또 증시가 반응한다는 얘기였다.

두 번째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 시기는 2014년 들어서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시기였다. 당시 자기주식 소각은 주주환원, 주가 하락 방어의 목적도 있었지만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수단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 유통주식수를 줄이는 만큼 경영권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시선이었다.

2018년 자기주식 보유 전량 소각을 끝으로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더이상 자기주식을 매입하지 않고 있다. 현금흐름을 투자에 집중하는 한편 주주환원정책은 배당을 통해 진행 중이다. 다만 삼성 총수일가 입장에서 상속세 납부 이후 지분율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추가 대규모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도 점쳐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의 '불패신화', '삼전이 사면 오른다'

1969년 설립된 삼성전자는 1973년에 자기주식 취득, 1977년 소각 등 자기주식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아주 오래 전부터 실현해온 기업이다. 2000년 들어서는 좀 더 활발한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정책을 보였다. 2000~2007년까지 2001년 한 차례를 쉬어간 것을 제외하고 매해 자사주를 사들이고 또 소각했다.

매입·소각 규모는 삼성전자 스케일답게 상당했다. △2002년 1조5000억원 △2003년 2조원 △2004년 3조8400억원 △2005년 2조1500억원 △2006년 1조8000억원 △2007년 1조8000억원 등을 매입했다. 한 해 평균 2조2000억원가량의 자사주를 시장에서 거둬들인 셈이다.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위풍당당한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다. 삼성전자가 거액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때마다 증시가 반응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시장 내 시가총액 비중이 커지고 자기주식 매수 규모가 크게 증가한 2000년 이후엔 시장 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효과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한 기업의 주가나 코스피지수의 경우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무수히 많은 만큼 주가가 단순히 삼성전자 자기주식 정책으로 움직였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다만 국내 주식 수요기반이 약화된 상황에서 삼성전자발 매해 평균 2조원 이상의 신규 자금 유입은 시장의 유동성을 끌어올리는 데 역할을 했다.

만일 자기주식평가이익이란 계정이 존재한다면 삼성전자의 회계상 이익도 상당했을 것이다. 매입 이후 주가가 우상향하는 것을 놓고 시장은 삼성전자를 자사주 매입의 '불패신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사들여 한번도 손해본 적이 없다는 얘기였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2003년엔 3월11일~4월10일까지 총 310만주의 자기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주가는 20만원대 후반으로 2003년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했을 시기였던 만큼 회복여부가 불투명했다. 삼성전자는 주당 평균 29만3416원에 자기주식을 쓸어담았다. 그리고 그 해 말 12월30일 삼성전자 주가는 45만1000원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주당 54%의 고수익을 올린 셈이다.

2002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삼성전자는 2008년 이후엔 주주환원보단 투자를 선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시기였다. 대세 하락장에선 현금 확보나 투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적 판단이 자기주식 정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2014~2018년 매입·소각, 주주환원 및 총수 지분율 상승 '동시 효과'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기를 지나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도 한동안 주주환원책보다는 내부에 현금을 쌓아두는 쪽을 선호했다. 2010년 삼성디지털이미징과의 합병, 2011년 삼성광주전자 합병, 2012년 삼성LED 합병 등으로 쌓아둔 자사주를 교부하거나 중간중간 임직원 스톡옵션 행사에 따라 자기주식을 처분하기도 했지만 추가 매입이나 소각은 없었다.

2014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룹을 이끌기 시작한 그 해 11월 삼성전자는 2조권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알렸다. 마지막 매입이 있은 지 7년 만이었다. 당시 이 부회장의 재임이란 큰 이슈도 있었고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던 만큼 삼성전자가 주가방어에 나선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2015년에도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2015년 10월엔 소각 발표까지 했다. 2016년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하기로 했다. 기존 쌓아둔 자사주와 함께 소각한 만큼 2016년 소각 규모는 당해년도 매입수량을 훌쩍 넘어섰다. 이후 2017년과 2018년까지 삼성전자는 총 4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그로써 삼성전자 자사주 보유량은 ‘0’주가 됐다. 2016~2018년 간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자그마치 60조원에 이른다.

7년만의 자사주 매입소각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반응하지 않았다. 2013~2016년 스마트폰 성장세가 주춤하며 주가가 주춤했고 강도 높은 주주환원 정책도 무용지물이었다. 지지부진하던 주가는 201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구간에 돌입했다. 2011년 1월 100만원 시대를 연 이후 2017년 3월 200만원 돌파에 이르렀다. 2017년 7월엔 250만원 고지에 올랐다. 그러면서 강력한 주주환원정책도 재평가를 받았다. 다만 2018년 이후엔 주가는 다시 하락세를 밟았다.


한편 업계는 당시 휘몰아쳤던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삼성그룹은 주주 이익 환원 차원에서 자기주식 소각을 결정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그 이면에는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의 효과도 있었다.

삼성전자 자기주식 소각은 총수일가의 부실한 삼성전자 지배 지분을 손쉽게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돼왔다. 삼성그룹은 이재용→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확대·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소폭 강화할 수 있다. 주주 입장에서 보면 자기주식 소각시 보유 지분 가치를 올릴 수 있어 반대 이유가 많지 않은 사안이기도 하다.

◇최근 수년, 배당 중심 주주환원...'추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할까'

보유 자사주 전량을 소각한 2018년 11월 30일 이후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고 있다. 배당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는 중이다. 메모리 시황의 급격한 위축과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시가배당율 및 배당총액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와 맞물려 반도체 사업부인 DS사업부에서 대규모 적자를 내며 잉여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섰지만 배당만큼은 예년 수준을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2022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만에 10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하는 등 안정적인 사이클에 올라탄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앞으로도 당분간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강도 높은 주주환원정책은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막대한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부담 때문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추가 대규모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설 것이란 시선도 함께 존재한다. 자사주 소각은 대주주가 돈을 들이지 않고 지분율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이런 시각에 입각해 삼성 총수 일가가 상속세 납부 과정에서 줄어든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 지분율을 자사주를 통해 회복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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