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기업들의 자사주는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기도 하고 임직원 보상에 쓰이기도 한다. 기업 M&A 대가로 지급할 수도 있다. 다만 자사주 활용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이 되거나 경영권 분쟁 시 우호지분 확보용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았다. THE CFO는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가 어떤 형태로 동원될 수 있는지 활용 사례를 유형별로 나눠 짚어본다.
네이버는 자사주 거래 건수나 거래 규모가 가장 큰 회사로 꼽힌다. 2010년 이래로 꾸준히 매집한 대규모의 자사주를 바탕으로 많은 기업들과 거액의 지분 교환을 단행해왔다.
자사주 맞교환 당시 네이버는 사업적 시너지를 예고했지만 큰 수확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투자 측면에서는 더욱 이득이 없었다. 네이버 뿐 아니라 거래 상대방들 대부분이 과거보다 지분가치가 하락했다.
다만 여러 동맹들은 우호지분으로서의 역할이 충분했다. 창업자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낮은 지분율을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줬다.
◇네이버, 2010년 이후 자사주 꾸준히 매입...폭넓은 지분교환 '단초'
네이버는 NHN과의 통합법인 시절인 2009년 9월 이사회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의결했다. 매해 순이익의 3분의 1을 주주들에게 배당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환원키로 했다. 네이버는 약속대로 2010년부터 해마다 해당 정책 아래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실시했다.
네이버의 자사주 매입 정책은 2013년 인적분할을 통한 독립법인으로의 분사 이후에도 이어졌다. 네이버는 해마다 소각 없이 자사주를 계속 쌓았고 2016년 말엔 자사주 규모가 3조6000억원, 발행주식총수의 13%에 이르렀다.
네이버가 자사주를 제대로 쓴 것은 2017년 6월 말의 일이다. 네이버는 미래에셋증권과의 지분 맞교환에 자사주 약 281만주(1.71%)를 꺼냈다. 자그마치 5000억원 규모였다.
사실상 네이버는 과거부터 지분교환 방식의 협업을 이어왔다. 설립 초기인 1997년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시작했을 때부터 네이버는 외부에서 투자를 받으며 지분을 나눠줬고 또 상대방의 지분을 받으면서 검색 기술 관련 기업들을 사들였다. 황인준 네이버 전 CFO는 2011년 당시 “2010년부터 매입한 자사주는 향후 인수합병(M&A)이나 사업 제휴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가가 고점에 이르렀을 시기엔 지분교환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네이버는 2020년 10월엔 자사주 209만4240주를 갖고 CJ그룹과 6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단행했다. CJ대한통운 3000억원, CJ ENM 1500억원, 스튜디오드래곤 1500억원 등이다.
2021년 3월에는 이마트 150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 1000억원 어치 주식과 네이버 자사주 2500억원(64만8510주) 규모를 활용한 지분교환을 발표했다. 같은 해 8월엔 카페24와 1300억원 규모의 상호지분 교환을 진행했다.
◇투자이익 'NO', 사업적 이득 '절반의 성과'...우호지분으로서의 가치 '상당'
네이버는 지분동맹 이후 어떤 이득을 얻었을까. 우선 지분보유로 인한 경제적 이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와 자사주 맞교환을 한 기업들의 지분가치는 모두 과거 계약 체결 때와 비교해 크게 하락했다. 네이버가 보유한 CJ대한통운의 지분가치는 2020년 10월 3000억원에서 현재 1700억원으로, CJ ENM의 지분가치는 1500억원에서 923억원으로, 스튜디오드래곤 역시 1500억원에서 780억원으로 하락했다.
이마트 지분가치는 2021년 3월 1500억원에서 466억원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000억원에서 389억원으로 낮아졌으며 카페24 역시 2021년 8월 1372억원일 때와 비교해 397억원으로 하락했다.
네이버는 하락분에 대한 평가손실을 매해 반영 중이다. 다만 억울할 것도 없다는 평이다. 네이버 주가 역시 이들과의 지분동맹 때보다 현저히 낮아졌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지분 동맹이 잦았던 시기는 네이버 주가가 굉장히 고점이었을 때였다. 네이버 주가는 2020~2021년 30만~44만원에 이르렀지만 현재 15만원대로 낮아졌다. CJ그룹과 신세계그룹 해당 회사들도 네이버 지분가치에 대한 평가손실을 인식 중이다.
전략적 제휴로 인한 사업적 이득은 '절반의 성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그룹과는 비즈니스 관계로 네이버파이낸셜 투자 등 가시적 성과를 냈다. 대한통운과의 지분 제휴로는 물류 인프라를 확보했다는 평이다. 자체적으로 물류 인프라를 갖춘 쿠팡이나 SSG닷컴 등과 달리 네이버는 물류 인프라가 부재했는데 대한통운을 통해 이를 확보할 수 있었다. 기타 기업들과는 뚜렷한 사업적 시너지는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다.
시장은 무엇보다 자사주 교환으로 인한 ‘우호지분 효과’에 주목한다. 일각에서는 이해진 GIO의 지분이 3.7%에 불과한 것을 두고 경영권이 불안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네이버의 지분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 그동안 다양한 기업들과 지분 교환을 통해 축적한 우군들을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호지분과 이 GIO의 지분을 합치면 7% 수준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분구조도 분산돼있는 만큼 우호지분의 역할이 크다. 올 6월 말 기준 네이버 최대주주는 국민연금(7.78%)이고, 2대 주주는 글로벌 투자사인 블랙록 펀드(5.05%)다. 이 GIO는 3대 주주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비중이 43%에 개인주주들의 비중은 22% 정도다. 자사주는 7.6%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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