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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CFO 성과 분석

한선규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사장, '현금' 확보 총력

상반기 플러스 흐름 회복, 신사업 포트폴리오 재원 마련…5%대 마진 속 PF 부담 적어

신상윤 기자  2024-10-30 07:43:48

편집자주

2022년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는 국내 건설사들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어진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지방 중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는 건설업황 악화를 더욱 가중시켰다. 지난 2년간 건설사들의 재무라인도 분주한 행보로 불황에 맞섰다. 다운 사이클로 접어든 건설 경기 속에서 주요 건설사들이 택한 생존 전략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더벨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주요 건설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전략과 재무적 성과를 짚어본다.
삼성물산 사업부는 크게 건설과 상사, 패션 그리고 리조트로 나뉜다. 여기에 식음과 바이오 자회사들을 더해 전체 성적표를 산출한다. 삼성물산 전사 재무는 경영기획실이 총괄하는 가운데 사업부마다 경영지원실이 배치돼 지원하는 구조다. 전사 최고재무책임자(CFO) 아래 각 사업부 CFO가 협업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건설부문 매출 규모는 전체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핵심 사업군이다. 한선규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이 CFO로 건설부문 재무를 총괄하는 가운데 취임 후 현금 창출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부문 해외 'PPP·SMR' 비롯 신사업 성과 본격화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튀르키예 고속도로 투자와 건설, 운영 사업에 참여했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튀르키예 건설사 르네상스와 이스탄불 나카스~바삭세히르 고속도로를 공동 개발하는 내용이 골자다. 튀르키예 민간투자사업(PPP) 참여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디벨로퍼 영역 확대와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 7월엔 루마니아 소형모듈원자로(SMR) 프로젝트 기본 설계에도 참여해 EPC 사업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루마니아에선 삼중수소 제거 설비 공사와 원전1호기 설비 개선 사업 등 사업모델 확장을 통한 고수익 구조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1년을 기점으로 차세대 원전이나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 미래 건설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가겠다는 의지도 본격화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해 ESG 경영 등 달라진 대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해 취임한 오세철 건설부문 대표도 신사업 부문을 강조하며 드라이브를 걸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왼쪽)가 튀르키예 PPP 사업 체결식에 참여했다. /사진제공:삼성물산

하이테크(반도체)나 데이터센터, 주택 사업 등의 안정적인 공정 진행과 신규 수주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신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기반이 됐다. 분기별 매출 그래프가 우상향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삼성물산 건설부문 매출액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10년 사이 처음이다. 올해 상반기 말 수주잔액도 2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액의 2배에 달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이어가면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는 재무건전성이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을 포함해 4개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만큼 각 사업부의 재무제표를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전체 매출액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건설부문 규모를 고려하면 삼성물산 재무건전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51%에 그친다. 2020년 말 59%를 기록했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66%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말 53%로 개선됐다. 부채총계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자산총계 증가로 인한 반사이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20년 말 44조원 수준이던 자산총계는 올해 상반기 말 48조원 상당으로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부채비율 수치 개선과 맞물려 현금흐름 플러스(+)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순유입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투자나 재무에서 마이너스(-)를 나타내도 전체적으로 현금성 자산 유입은 이어졌다. 일례로 신사업 투자가 본격화됐던 2022년엔 1조3400억원의 현금이 투자활동에 투입됐으나 영업활동과 재무활동의 순유입 기조로 전체 현금성 자산은 1조15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배당금 지급 확대와 유동성 장기채무 상환 등의 영향으로 총 6400억원 상당의 현금 유출이 일시적으로 발생했다. 다른 건설사들이 우발채무 리스크를 지우기 위해 보유 현금을 투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재무활동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올해 들어 공동기업 투자 등의 활동이 감소한 반면 영업활동과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 유입이 증가하면서 상반기에만 616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축적했다. 이를 더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1220억원을 웃돈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하면 규모는 더 늘어난다.

◇건설부문 견조한 수익성 고수, 현금흐름 플러스 기조 회복 '눈길'

삼성물산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배경엔 다른 건설사와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리스크가 적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올해 상반기 말 브릿지론 PF가 제로(0)인 가운데 우발채무를 현금으로 메꾸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본 PF에만 2조원대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수준이다.

건설업계 재무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히는 책임준공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약정한 사업장은 '판교 641 PSM타워 신축 공사'를 포함해 단 2건이다. 지난 9월엔 5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도 무난히 성공하면서 만기가 도래한 산업은행 등 채무증권을 상환하며 금융비용이나 차입금 관리도 우수한 편이다.

원가 상승으로 건설업계 매출 마진 관리가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부여된 가운데 삼성물산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6%, 2분기 5.8%를 기록하면서 선방했다.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분기 평균 5.9%, 5.3%로 양호한 수준이다. 최근 분기 매출 규모가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 방어 노력이 일정 수준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전체의 70.3%를 차지한다. 영업이익 기여도가 패션이나 상사, 리조트 등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다. 건설부문에서 수익을 얼마나 남기느냐가 삼성물산의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 재원 확보와도 이어지는 셈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재무를 총괄하는 임원은 한선규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이다. 한 부사장은 전임자인 최영재 부사장의 뒤를 이어 건설부문 CFO를 맡고 있다. 그는 1967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을 졸업하고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지원실 재경팀 자금팀장, 감사팀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 건설부문 CFO를 총괄하며 수익성 확보와 현금성 자산 유입 기조에 발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련의 현금흐름는 삼성물산 연구개발 비용 증감과도 궤를 같이한다. 2021년 2000억원에 못 미쳤던 연구개발 비용은 2022년 3150억원에 이어 지난해 4100억원 규모로 증가했다. 연구개발 비용이 건설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지만 SMR과 수소, 홈플래닛 등 신기술 부문 성과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최근 SMR이나 그린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기술 및 사업모델 확보를 통한 고수익 구조 전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풍부한 유동성과 건전한 재무구조 등을 기반으로 사업 안정성과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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