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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성 삼성전자 이사, '30년 투자 베테랑'의 소신

GIC 출신 글로벌 금융 전문가, 고정식 배당정책 반대의사 표명

원충희 기자  2024-08-29 08: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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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등 여러 사람이 모여 기업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는 기구다. 이들은 그간 쌓아온 커리어와 성향, 전문분야, 이사회에 입성한 경로 등이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선진국에선 이런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을 건강한 이사회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사회 구성원들은 누구이며 어떤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어떤 성향을 지녔을까. 이사회 멤버를 다양한 측면에서 개별적으로 들여다 본다.
삼성전자는 주주들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2018년부터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 2018~2020년과 2021~2023년을 거쳐 올해 초에는 3번째 중장기(2024~2026년) 주주환원정책이 공개됐다. 주주환원정책 같은 안건은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사전심의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발표된다.

다만 이번에는 변수가 있었다. 소위원회와 이사회 심의과정에서 김준성 사외이사가 계속 반대표를 던졌다. 연간 9조8000억원의 고정적인 정규배당은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는 싱가포르, 뉴욕 등 선진금융시장에서 30년 넘게 활동한 투자업계 베테랑로서의 소신을 피력했다.

◇97.7% 압도적 찬성으로 삼성전자 이사회 입성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Endowment Fund)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싱가포르 증권사와 세이에셋코리아, 위버크핀커스 등을 거쳐 2001~2011년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이사로 근무했다. 2011년 3월부터 2012년까지 짧게 삼성자산운용 CIO(전무)를 지냈으며 2013년부터 GIC로 다시 돌아가 토탈리턴그룹 헤드를 맡았다. 그가 운용하고 있는 싱가포르국립대 기금은 1991년 설립된 곳으로 규모가 18조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가 삼성전자 이사회에 입성한 것은 2022년의 일이다. 삼성 계열사 임원출신인 점은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2022년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그는 출석주주의 97.68%(43억108만5196표) 찬성을 얻으며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글로벌 금융·투자 전문가가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압도적인 찬성표로 지지를 보냈다.


본업과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제외하고는 어느 기업에서도 겸직하고 있지는 않다. 삼성전자 또한 그를 선임한 배경에 대해 싱가포르, 뉴욕 등 선진금융시장에서 오랜 기간 주식 시장 분석 능력과 투자경험을 쌓은 금융 전문가라고 밝혔다.

김준성 이사는 삼성전자 이사회 내에서 보상위원회 위원과 지속가능경영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보상위원회는 이사보수 결정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제고하기 위한 곳으로 등기이사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한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영역에서 지속가능경영을 추진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곳이다.

2022년 3월부터 현재(2024년 6월 말)까지 출석률은 100%에 달하고 있다. 보상위원회와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도 출석률이 100%다. 다만 사외이사 교육에는 지난해 두 차례 불참했다. 겸직업무(싱가포르국립대 기금 CIO)를 이유로 작년 4월에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 주체로 열린 마케팅 교육과 10월 사회공헌단 주체 교육에 참여하지 못했다.

◇주주환원정책 심의하는 '지속가능경영위원'

그는 지난 1월 29일 열린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 올라온 '2024~2026년 주주환원정책 사전심의'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다만 그 외 나머지 지속가능경영위원(김한조·김선욱·김종훈·허은녕·유명희)들은 찬성의사를 밝혀 의안은 이틀 뒤(1월 31일)에 열린 이사회에 올라왔다.

이 자리에서도 김준성 사외이사는 반대의견을 밝혔다. 고정적 배당은 유연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삼성전자가 계획한 주주환원정책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환원하는 것인데 그 중 9조8000억원은 연간 배당금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연간 배당규모를 고정하는 부분을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반도체 산업은 경기를 민감하게 타는 영역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배당 전 FCF는 마이너스(-)16조3967억원, 2022년에는 9조546억원, 2020년에는 16조7652억원이었다. 반도체 경기에 따라 FCF가 널뛴다.

김 이사의 행보는 이사회 반대표를 찾기 어려운 국내 재계 경향을 보면 돋보이는 사례다. 삼성전자에서는 6년 만에 반대의견이다. 그는 소위원회와 이사회에 불참하지 않고 모두 참여해 정식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투자업계에 30년 넘게 몸 담아온 베테랑으로 배당정책에 대한 소신인 셈이다.

한 대기업 사외이사는 "예전에는 서로 껄끄럽지 않게 기권이나 불참으로 반대의견을 전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직접 참여해 반대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다소 보인다"며 "그 분야에 자신과 소신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그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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