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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경평 리뷰

'현물출자'로 위기 넘긴 SR, 흑자경영 기조 '올인'

[SOC]⑬3연속 '보통(C)' 등급…전략기획본부 "운송수입 임계치 도달, 비용절감 총력"

박동우 기자  2024-07-09 15:34:26

편집자주

공기업은 공공 복리를 증진하는 사회적 책무에 부합하는 동시에 경영 효율화를 진척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매년 정부는 공기업의 재무상태와 실적, 주요사업 성과를 점검한 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한다. 경영평가 배점 100점 만점 가운데 20점이 '재무성과관리'에 배정돼 있는 만큼 공기업들의 재무지표 개선 노력은 평가결과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 THE CFO는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경영평가의 근거가 되는 주요 재무지표를 분석하고 개별기업의 대응 노력을 살펴본다.
에스알(SR)은 수서발 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공기업으로 2013년 출범한 이래 철도산업 경쟁체제를 확립하는데 일조했다. 지난해 투자자들의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에 대응하면서 부채비율이 급등할 뻔했지만 정부의 현물출자로 위기를 해소했다. 덕분에 3년 연속으로 '보통(C)'이라는 경영평가를 받았다.

SR은 2024년 경평에서 '양호(B)' 등급을 획득하는 목표를 세웠다. 경영진의 다음 과제는 무엇일까. SR 전략기획본부는 "운송수입이 임계치에 도달하면서 열차를 추가 도입하기 전까지 수익 창출 기반을 넓히는 사안이 중요해졌다"며 "비용 절감에 총력을 기울여 흑자경영 기조를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자본확충 계기 최대주주 '코레일→정부'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르면 SR은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상대평가 기준 보통(C) 등급을 받았다.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2019년 당시 SR에 책정된 등급은 '미흡(D)'이었으나 2020년에는 안전분야에서 혁신을 도모한 노력이 호평을 얻으며 '양호(B)'로 두 단계 오르기도 했다.


2023년 SR이 보통 등급을 유지한 배경은 레버리지 지표가 급격히 악화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무사히 타개한 대목과 맞물렸다. 지난해 6월에 공적 투자자로 참여한 △사학연금(지분율 31.5%) △기업은행(15%) △산업은행(12.5%)이 최대주주 코레일(41%)과 체결했던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서 부채비율 급등 우려가 대두됐다.

풋옵션이 행사되자 코레일은 공적 투자자들에 2255억원을 지급했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출자 원금 1475억원을 돌려줬는데 사학연금이 787억원, 기업은행이 375억원, 산업은행은 312억원을 받았다. 매년 5.6% 복리를 적용하면서 쌓인 이자 780억원도 3개 기관에 나눠줬다.

공적 투자자들이 보유한 SR 보통주 59%(2950만주)는 상환우선주로 전환됐고 코레일이 고스란히 이를 취득했다. 자연스레 회계기준상 상환우선주가 부채로 인식되는 점이 문제로 불거졌다. 국토교통부에서 설정한 철도사업 면허 취소 요건인 '리스부채를 제외한 부채비율 150% 이상'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배경이었다.


2022년 말 기준 리스부채를 제외한 부채총계는 2939억원, 총자본은 2543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부채비율은 115.6%였는데 상환우선주부채 2262억원을 반영하면 204.5%로 일시에 88.9%포인트 상승하는 결과가 나타난다. 결국 재무적 위기를 해결할 주체로 정부가 나섰다. SR의 철도사업 면허가 취소되면 국가 운수교통체계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가 보유 중인 한국도로공사 주식 3590억원어치(3224만3579주)를 현물출자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국토부는 SR이 발행한 신주 7180만주를 인수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지분 59%를 확보하며 SR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자본금은 2500억원에서 6090억원으로 2배 넘게 불어났다. 2023년 말 부채비율은 리스부채 제외 기준으로 113.4%를 기록했는데 2022년 말 115.6%와 견줘 2.2%포인트 하락했다.


◇"2024년 경평 B등급 목표" 수익증대 관건 '신규열차 도입'

레버리지 지표 안정화에 성공한 SR은 2024년도 경평에서 등급을 기존 대비 끌어올리는 밑그림을 그렸다. SR 전략기획본부 관계자는 "올해 경평에서는 지난해 'C'보다 한 단계 오른 'B' 등급을 받는 목표를 수립했다"며 "영업이익률 등 계량 재무성과지표의 목표치를 전년대비 소폭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SR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운송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여파로 2020년과 2021년에 잇달아 영업적자를 겪었다. 이후 주요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이용 승객이 다시 늘기 시작했고 2022년과 지난해에는 2%대 영업이익률을 시현했다. 다만 2019년 당시 4.9%와 견줘 수익성이 낮은 대목은 아쉬움을 남긴다.


수익성이 과거 대비 저하된 요인으로는 매출원가를 구성하는 항목 가운데 동력비가 급증한 점이 거론된다. 동력비는 열차 운전 등에 필요한 전기를 쓰는 비용을 의미한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맞물려 전력단가도 상승했고 동력비가 늘어나는 건 필연적이었다. SR이 지출한 동력비는 2019년 426억원에서 지난해 590억원으로 38.5%(164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7억원에서 138억원으로 57.8%(189억원) 줄었다.

SR 경영진은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운송수입 증가세가 둔화된 대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년대비 증감율의 추이를 살피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마이너스(-) 29.2%를 기록했으나 2021년 11.8%로 반등했다. 2022년 21.3%로 최근 5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증가율로 집계됐으나 지난해에는 8.7%로 12.6%포인트 낮아졌다.


작년 9월 경부선과 호남선 외에 경전선, 전라선, 동해선을 개통하면서 이용 노선이 확대됐지만 보유한 열차 수가 부족한 탓에 운송수입 증대 촉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SR은 현재 32편성을 운영 중인데 지난해 하반기에 신규 열차 14편성을 발주했다. 노선에 새 차량이 투입되는 시점은 빠르면 2027년이다.

SR 전략기획본부 관계자는 "운송수입이 임계치에 도달하면서 신규 열차를 도입하는 등 여객 수송 역량을 확충하기까지 매출 극대화가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며 "대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서 비용 절감 노력을 강구하고, 이를 통해 흑자경영 기조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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