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공기업은 공공 복리를 증진하는 사회적 책무에 부합하는 동시에 경영 효율화를 진척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매년 정부는 공기업의 재무상태와 실적, 주요사업 성과를 점검한 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한다. 경영평가 배점 100점 만점 가운데 20점이 '재무성과관리'에 배정돼 있는 만큼 공기업들의 재무지표 개선 노력은 평가결과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 THE CFO는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경영평가의 근거가 되는 주요 재무지표를 분석하고 개별기업의 대응 노력을 살펴본다.
강원랜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영업에 제약을 받으면서 극심한 수익성 저하를 겪었다. 한때 '미흡(D)' 수준까지 추락했지만 1년 만에 '보통(C) 등급으로 복귀하는 반전을 이뤄냈다.
코로나 사태가 지나간 이후 영업이 정상 궤도에 오른 덕분이다. 순이익이 1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급증하며 평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자산 투자를 통해 여유자금을 적극 운용, 순익 증대에 기여한 점도 주효했다.
◇2년 연속 영업익 개선세, 창사이래 순현금 지속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강원랜드는 '보통(C)' 등급을 획득했다.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피면 2019년 이래 2021년까지 줄곧 C 등급을 얻었다. 2022년에 '미흡(D)'으로 강등됐지만 1년 만에 C 등급으로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2022년과 견줘 대폭 개선되는 등 실적 증대 효과가 경평 지표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 같다"며 "자사가 운영하는 하이원 리조트 이용객도 작년에 창사 이래 최다 수준인 441만명을 기록하면서 2022년 365만명 대비 100만명 가까이 늘어난 점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연결 기준 순이익은 3409억원으로 2022년 1156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같은 기간 순이익률은 9.1%에서 24.5%로 15.4%포인트 올랐다. 영업이익 역시 2년 연속으로 개선세가 이어졌다. 2020년과 2021년 잇달아 영업손실을 시현했으나 2022년 2176억원 흑자로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29.7%(647억원) 불어난 2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강원랜드는 사업보고서에 "2023년은 2022년 상반기에 팬데믹이 막을 내린 후 1년간 온전히 정상영업을 하게 된 첫 해"라며 "팬데믹 기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초유의 경영 위기상황을 순조롭게 극복했다"는 이사의 경영진단과 분석 의견을 적시했다.
순이익이 급증하는데는 금융수익이 대폭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2022년 280억원에 불과했으나 작년에는 2159억원으로 1년새 7배 넘게 많아졌다. 금융수익 구성을 살피면 단연 기여도가 높은 항목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평가이익'으로 전체의 81.3% 규모인 1756억원으로 집계됐다. 집합투자증권 등에 투자하면서 여유자금을 적극 운용한 노력이 수익성 제고로 이어졌다.
금융자산 투자에 힘을 쏟으며 유동성 역시 한층 탄탄해졌다.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등을 더한 금액이 지난해 말 1조3486억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말 1조1718억원보다 15.1%(1768억원) 많아진 규모다. 1998년 출범 이래 25년째 차입금보다 여윳돈이 훨씬 많은 순현금 상태를 유지한 점도 돋보인다.
◇"2조5000억 리조트 투자, 마스터플랜 도출 이후 본격화"
강원랜드는 등급 상향의 모멘텀을 살리는 취지에서 올해 경평 대응 기조를 세 갈래로 정했다. △매출 증대 △비용 절감 △영업 효율성 향상 등의 3대 방향이다. 이 가운데서 매출 성장을 촉진할 복안으로 경영진은 '리조트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리조트 사업에 공들이는 건 카지노 운영 본업의 성장성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인식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작년 사업보고서에서 "팬데믹 동안 불법도박시장 규모가 폭증했다"며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의 카지노 방문객 수와 매출 회복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고 기술한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연간 수익의 85%가 카지노 사업에 발생하는 만큼 단일사업에 실적이 과도하게 좌우되지 않도록 매출처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힘을 얻었다. 올 4월 '케이히트(K-HIT) 프로젝트 1.0' 구상을 발표한 이유다. 2032년까지 리조트 운영, 관광 등 비(非)카지노 사업의 매출 비중을 13%에서 30%로 끌어올리는데 주안점을 맞췄다. 전체 투자액은 2조5000억원으로 설정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2조5000억원 투자 구상은 장기 프로젝트로 현재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이 진행 중"이라며 "올해 시설·경상 투자액은 1168억원으로 지난해 집행액 821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실정이고 마스터플랜이 도출된 이후에나 대규모 자금 집행 등 실질적 투자를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