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요 공기업의 재무 현안을 조명하는 기획 기사를 여러 편 썼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역시 중요하게 다룬 기관 중 하나다. 기사가 나간 뒤 박영숙 재무경영실장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입장을 소상히 반영해줘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던 중 '공공기관 경영평가(경평)'로 화제가 옮겨갔다.
"이번달 20일에 경평 관련해서 사장 주재 회의가 잡혔어요." 박 실장의 말을 듣고 달력을 살펴보니 기획재정부에서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하는 날짜가 바로 전날, 6월 19일이다. 자신이 몸담은 기업에 어떤 등급이 매겨질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성과급 책정과 임직원 근로 의욕을 좌우하는 요인이라서 더욱 그렇다.
코레일은 지난해 발표된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아주 미흡)'를 받았다. 그해 기재부가 발간한 보고서에는 "자산 매각에 따른 회수금을 통해 부채비율은 2021년 287.3%에서 2022년 222.6%로 낮춘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안전 및 재무 분야에서는 목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든 코레일 임직원은 전사적으로 분투해 왔다. 역세권을 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철도정비창 부지를 중심으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는데 사활을 걸었다. 방치된 토지에 건물을 올려 분양하고 임대하면서 중장기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자구노력을 넘어 목소리도 냈다. 정부 정책과 맞물린 터라 코레일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철도요금 현실화' 의제를 제기했다. 한문희 사장이 직접 나서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까지 감당할 정도가 되려면 약간의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년째 간선 여객요금이 동결됐기 때문에 회사 운영에 숨통을 틔우려면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19일에 발표된 2023년 경평 결과에서 코레일은 'D(미흡)' 등급을 받았다. 아쉬움이 남지만 여기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2024년 실적 평가에서 진전된 성과를 내는데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 경평 기준에 따르면 전체 100점 가운데 재무성과관리 지표에 21점이 배정돼 있다.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부터 재정건전화계획 이행 결과, 일반관리비 관리 실태 등을 두루 들여다보기 때문에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박 실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20일에 참석하는 경평결과 후속대응 회의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다만 모두가 과거보다는 나아진 결과를 얻고자 최선을 다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노력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다보면 위기는 어느새 밀려난다. 기나긴 어둠을 걷어내자 첫새벽이 오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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