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공공 복리를 증진하는 사회적 책무에 부합하는 동시에 경영 효율화를 진척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매년 정부는 공기업의 재무상태와 실적, 주요사업 성과를 점검한 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한다. 경영평가 배점 100점 만점 가운데 20점이 '재무성과관리'에 배정돼 있는 만큼 공기업들의 재무지표 개선 노력은 평가결과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 THE CFO는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경영평가의 근거가 되는 주요 재무지표를 분석하고 개별기업의 대응 노력을 살펴본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2023년도 경영실적 평가에서 '양호(B)' 등급을 받았다. 탁월(S)로 시작해 미흡(E)으로 끝나는 6단계의 평가 체계에서 '중위권'의 성적표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양호라는 성적표를 받은 한전에 성과급 삭감이란 결정을 내렸다.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의 성과급을 절반으로 줄인 것이다. 한전이 발전자회사들에 전기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재무적 부담을 나눈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관장 성과급 지급률 60%→30%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년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지만 적자 폭이 개선된 한전과 한전 관련된 발전자회사의 기관장, 감사, 상임이사 성과급에 대한 50% 삭감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경영 평가에 대한 한전 기관장의 성과급 지급률은 30%를 기록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성과급 지급률을 기관별 경영실적 평가등급을 고려해 기관장은 기본 연봉 대비 0~100%, 상임이사와 감사는 0~80%, 직원은 월 기본급 대비 0~250%로 책정한다.
평가 등급은 △탁월(S) △우수(A) △양호(B) △보통(C) △미흡(D) △아주 미흡(E)으로 분류된다. S등급에서 한 등급씩 내려갈 때마다 성과급 지급률이 20%포인트(p)씩 떨어진다.
예를 들어 한전의 경영실적 평가 등급은 '양호(B)'다. 이 경우 기관장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성과급 지급률은 100%에서 40%포인트 떨어진 60%다. 원래대로라면 한전의 기관장이 연봉의 60%를 성과급으로 받아야 하지만 이를 30%로 하향한다는 의미다.
한전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상임이사인 오흥복 기획본부장의 성과급도 삭감 조치 대상이다. 위 계산법을 토대로 추정한 오 이사의 성과급 지급률은 연봉 대비 20%다.
다만 성과급에 대한 정확한 액수는 추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전 기관장과 상임이사 등의 보수는 5억원 이하로 성과급 등 세부 내은 비공개 대상이다. 그러나 지난해 이사와 감사 전체 보수총액은 11억8247만원으로, 1인당 평균 보수액은 7883만원으로 알려졌다.
◇발전자회사들과 부담 나눈 한전
기재부는 "한전은 발전자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고, 발전자회사의 발전 전기를 전량 구매하고 있다"며 "구매 가격에 따른 손익을 한전과 발전자회사가 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전의 발전자회사는 △한국수력원자력(100%) △한국남동발전(100%) △한국중부발전(100%) △한국서부발전(100%) △한국남부발전(100%) △한국동서발전(100%) 등이 있다.
한전은 지난해 별도 기준 전년보다 손실 폭이 22조485억원 줄어든 3조249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실적 개선세를 나타냈다. 현금유출도 크게 줄였다. 같은 기간 한전은 영업활동으로 유출된 현금은 4조5569억원, 전년보다 유출폭이 23조9890억원 줄었다.
이러한 실적 개선에는 발전자회사들의 재무적 뒷받침이 바탕이 됐다. 한전은 발전자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전력거래소에 구입해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보유하고 있는데, 구입전력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재무 부담을 발전자회사와 분담한 것이다.
한전의 구입전력비는 2022년 92조7030억원에서 82조362억원으로 10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매출액은 같은 기간 68조9515억원에서 85조8256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한전의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27조4047억원 줄어든 6조5039억원을 기록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한전의 발전자회사인 한수원,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은 모두 재무위험 기관으로 분류된다. 발전자회사의 주 수익원은 전력 판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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