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공기업 경평 리뷰

'3년째 차입 감축' 강조한 석유공사, 환율탓에 C 등급

[에너지]⑤총차입금 '131억→117억달러'…원화 약세 심화되며 성과 희석

박동우 기자  2024-07-02 16:02:02

편집자주

공기업은 공공 복리를 증진하는 사회적 책무에 부합하는 동시에 경영 효율화를 진척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매년 정부는 공기업의 재무상태와 실적, 주요사업 성과를 점검한 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한다. 경영평가 배점 100점 만점 가운데 20점이 '재무성과관리'에 배정돼 있는 만큼 공기업들의 재무지표 개선 노력은 평가결과를 달라지게 할 수 있다. THE CFO는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경영평가의 근거가 되는 주요 재무지표를 분석하고 개별기업의 대응 노력을 살펴본다.
한국석유공사가 2023년 경영평가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양호(B)'에서 '보통(C)'로 한 등급 내려갔다. 대외적으로 3년 연속 차입금 감축을 강조했지만 환율효과가 변수로 작용했다.

석유공사는 해외 자원 개발이 활발해 외환자금 소요가 많았고 미화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잦았다. 2020년 말 131억달러였던 총차입금은 3년새 117억달러로 줄었지만 원화 기준으로 차입잔액을 공시하면서 성과가 희석됐다. 같은 기간 원화 약세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순익 2년 연속 발생…'에너지 가격 하락'에 규모 감소

석유공사는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서 '보통(C)' 등급을 받았다. 2022년 경평 당시 '양호(B)'를 획득했으나 1년 만에 한 단계 내려갔다. 최근 5년 동안 석유공사는 2019년과 2021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C로 분류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당시에는 '미흡(D)'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번 경평 결과에 대해 석유공사 경영전략처 관계자는 "등급이 하락한 원인은 무엇인지 지표별로 확인하면서 정밀하게 분석 중"이라며 "2년째 당기순익이 발생하고 3년 연속 차입금을 감축한 성과가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과거 석유공사는 자원 개발 프로젝트 투자금 회수가 부진하면서 2011년 이래 2021년까지 11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겪었다. 변화의 계기를 마련한 건 2022년으로 당시 313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국제 유가가 급등한 데다 해외에서 상업 운영 중인 유전과 가스전의 생산량이 한층 늘어난 덕분에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석유공사는 작년 연결기준으로 178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022년 3130억원과 견줘보면 42.9%(1342억원) 줄었다. 순이익 규모가 줄어든 배경은 지난해 국제 에너지 시세가 하락 국면에 접어든 대목과 맞물렸다. 2022년과 견줘 북해 브렌트유 기준 국제 유가는 17% 내렸다. 천연가스 가격 역시 같은 기간 61% 낮아졌다.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는 대외환경 변화와 맞물려 석유공사는 이익 저하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했다. 재정건전화위원회와 경영성과 극대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 사례가 방증한다. 비용 절감 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설계하는 등 자구책을 다각도로 모색하는데 주력했다.

◇재무처 "올해 차입잔액 유지…사채 발행한도 6조7000억원 남아"

석유공사가 대내외에 재무 개선 노력을 알리면서 강조하는 사례가 '차입금 감축'이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보유한 총차입금은 117억달러(16조2489억원)였다. 2022년 말 119억9000만달러(16조6517억원)와 견줘보면 약 2억9000만달러(4027억원) 감소했다. 2020년 말 당시 131억2000만달러(18조2210억원)와 비교하면 3년새 14억2000만달러(1조9720억원) 줄어든 규모다.


해외 자원 개발이 활발한 데다 정부 지원에 따른 신용도, 조달비용 절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달러화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잦았다. 하지만 정부의 공기업 경영공시와 경평을 감안하면 원화로 환산해 차입 잔액을 표기하는 게 불가피했다. 자연스레 매년 말 측정하는 환율 변동에 총차입금 잔액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원화 기준 총차입금 잔액 추이를 살피면 2020년 말 연결 기준 14조6685억원으로 집계됐으나 지난해 말에는 15조4197억원으로 나타났다. 3년 동안 5.1%(7512억원) 불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원화 약세가 심화된 배경과 맞물렸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달러당 1092원이던 환율은 2023년 말 1294원으로 18.5%(202원) 올랐다.


2023년 경평에서 아쉬운 결과가 도출됐지만 석유공사는 재무 관리의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공사 재무처 관계자는 "올 초 연간 유가를 예측한 결과 작년 대비 변동이 미미할 것으로 예측돼 수익 창출을 토대로 빚을 상환하는 규모를 보수적으로 잡았다"며 "지난해보다 차입 잔액이 더 늘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제어하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재무처 관계자는 "자회사 가운데 영국 다나, 아랍에미리트(UAE) 카독(KADOC) 등을 대상으로 배당, 감자 등을 기존 목표 대비 조금 더 많이 집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노력도 본사 차원에서 병행하고 있다"며 "사채 발행 한도 21조원 가운데 6조6900억원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자금 조달 여력도 면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