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재무 지표는 '여객요금'에 발목이 잡혔다. 13년간 운임이 동결된 탓에 수익성 저하와 차입 관리 어려움이 심화됐다. 2023년 경평에서 '미흡(D)' 등급을 받은 배경과 맞물렸다.
운임 현실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물가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관철되지 못했다. 정부도 이러한 애로사항을 감안해 2024년도 평가기준을 일부 손질했다. 코레일 기획조정본부는 "올해 경평부터는 운임 동결에 따른 물가 안정 기여도가 가점으로 반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업적자, 차입지표 관리 난항 '이중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따르면 코레일은 최근 '미흡(D)' 등급을 받았다. 2022년에 책정된 '아주 미흡(E)'과 견줘보면 한 단계 올랐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평가 결과다. 최근 5년간 등급 추이를 살피면 '보통(C)'이 부여된 2020년을 제외하면 D와 E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코레일이 미흡한 평가를 계속 받는 배경은 실적 적자가 계속 이어지는데다 차입금 관리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과 맞닿아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이 4415억원 발생했다. 2022년 당시 마이너스(-) 3970억원 대비 적자 폭이 더 커졌다. 같은 기간 순손실 역시 2350억원에서 4516억원으로 확대됐다.
2011년에 2.9%를 인상한 사례를 마지막으로 간선여객 운임이 13년간 동결됐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에 난항을 겪는 건 필연적이었다. 철도로 여객과 화물을 수송하는 본업의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국면에서 코레일은 최신 열차를 도입하고 역사, 철로 등 시설을 보수하는 상시적 자금 소요에 대응해야 했다.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자금을 끌어오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공사채 발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전체 차입잔액은 2018년 말 11조1718억원에서 지난해 말 15조1028억원으로 5년 만에 35.2%(3조9310억원) 늘었다. 그새 금리 상승 여파와 맞물려 이자비용은 404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 3118억원 대비 29.7%(925억원) 불어난 규모다.
자산 매각에 따른 금액 회수로 부채비율을 낮추려던 구상도 차질을 빚었다. 2022년만 해도 광운대역, 서울역 북부, 옛 포항역 등 매각예정비유동자산과 토지를 처분하면서 4225억원이 사내로 유입됐다. 하지만 작년에는 자산 효율화로 얻은 금액이 1764억원으로 급감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와 맞물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여파가 작용했다. 결국 부채비율은 2022년 말 222.6%에서 2023년 말 237.9%로 15.3%포인트 상승했다.
◇'수탁사업 회계처리 논란'도 변수…"과다계상 매출채권 제거"
이러한 난국을 돌파할 근원적 해법은 '요금 현실화'라는 게 코레일 경영진의 판단이다. 작년 하반기에 한문희 사장이 "금융부채에 대한 이자까지 감당할 정도가 되려면 약간의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고 공개 발언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작년에 수립한 5개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도 대정부 건의사항으로 '물가상승률 수준과 연동한 합리적 운임체계 마련'을 적시했다.
코레일 기획조정본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와 많이 접촉하면서 간선여객 운임 조정을 지속 건의해 왔다"며 "그럼에도 요금이 상향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발생한 수익성 저하가 항상 경평에 불리하게 작용해 왔다"고 토로했다.
정부도 이러한 고충을 감안해 올해부터는 경평 기준을 바꾸기로 했다. 앞선 관계자는 "2024년도 공공기관 평가부터는 간선여객 요금 동결이 물가 안정에 기여한 노력으로 간주돼 경영혁신 분야 가점으로 반영하도록 기준이 달라졌다"며 "향후 자사 경영실적을 평가하는데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 시설물의 점검·교체 수탁사업을 둘러싼 회계처리 논란을 극복하는 사안도 2024년 경평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올 4월에 감사원은 코레일이 해마다 국가철도공단에서 책정한 수탁사업비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철도시설 유지보수비를 지출한 뒤, 이를 철도공단에서 정산받을 수 있는 금액으로 간주해 수탁사업수익과 매출채권으로 인식하는 관행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초과 지출액 정산을 둘러싼 사전 협의가 없었던 만큼 수탁사업수익과 매출채권을 과다 계상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었다. 수탁사업 매출채권 3243억원을 철도공단에서는 지급 의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재무제표에 부채로 인식하지 않은 만큼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해석한 대목도 중요한 근거였다.
코레일 기획조정본부 관계자는 "작년 결산에서 책정된 예산을 초과해 집행한 수탁사업비와 관련해 회수되지 않은 매출채권을 제거했다"며 "앞으로 승인되지 않은 초과사업비의 경우 자금 회수가 이뤄지는 시점에 수익을 인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