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를 제친 가운데 양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서강현 사장과 주우정 부사장도 역대 최대 규모의 상여(인센티브)를 받았다. 현대차·기아가 상여를 산정할 때 사용하는 계량지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이다. 지난해 호실적이 그대로 인센티브로 이어졌다.
THE CFO가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 12곳과 대형 비상장사 2곳(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트랜시스)에서 근무한 CFO들의 지난해 보수(퇴직금 제외)를 살펴본 결과, 기아의 주우정 부사장이 9억9000만원으로 가장 많은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 부사장은 2019년 기아 CFO로 근무하기 시작한 이후 매년 5억원 이상의 고액 보수를 받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현대차의 서강현 사장이 지난해 보수로 9억500만원을 수령해 2위를 차지했다. 서 사장은 지난해 12월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현대차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받은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그가 지난해 받은 보수는 13억2800만원으로 늘어난다. 서 사장 후임은 이승조 전무로 이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출됐다.
현대차·기아의 임원 보수는 근로소득과 퇴직소득, 기타소득의 총합이다. 여기서 근로소득은 급여와 상여,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이익, 기타 근로소득(복지 비용)으로 구성된다. 현대차·기아는 정관에 스톡옵션을 임직원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적시했지만 활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원 보수는 급여와 상여, 기타 근로소득, 퇴직소득, 기타소득의 합이다.
보수 구성 요소 중에 직접적으로 실적과 관련 있는 건 인센티브로 불리는 상여다. 지난해 현대차그룹 보수 1위 CFO에 오른 주 부사장은 상여로만 4억600만원을 받았다. 1년 전과 비교해 40.0%(1억1600만원) 올랐다. 두 번째로 많은 보수를 받은 CFO인 서 사장은 상여로만 3억4500만원을 받았다. 이 또한 1년 전과 비교해 38.6%(9600만원) 늘었다. 각 사 역대 CFO 가운데 가장 많은 상여를 받은 이들이 지난해의 두 CFO였다.
상여만 떼어놓고 비교해도 지난해 현대차그룹 CFO 상여 1위와 2위는 주 부사장과 서 사장이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계량지표와 비계량지표를 토대로 급여의 최대 200%까지 상여로 지급한다. 계량지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의 사업 실적, 비계량지표로는 성과와 기여도, 대내외 경영환경 등이다. 사업실적이 좋을수록 상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연결기준으로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162조6635억원, 영업이익은 15조1269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14.4%, 54.0%였다. 기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3조2493억원, 영업이익은 11조6078억원이었고 전년 대비 증가율은 각각 15.3%와 60.5%였다. 양사 모두 영업이익 부문에서 국내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6조5669억원)를 제쳤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절대적 규모는 더 많은 종속·관계 기업 등을 거느린 현대차가 컸지만, 두 지표의 지난해 성장률은 기아가 조금씩 더 높았다. CFO의 관리 영역인 수익성 지표에서도 기아의 영업이익률이 12%로 현대차보다 3%p 높았다. 영업이익률 상승 폭도 기아가 더 높았다. 주 부사장이 서 사장보다 많은 상여와 보수를 받은 이유로 풀이된다.
'수익성 개선'은 현대차와 기아가 CFO에 기대하는 부분이다. 일례로 2020년 주 부사장이 기아 사내이사로 재추천될 때 이사회는 "대규모 투자와 수익성 개선을 계획하는 상황에서 CFO인 주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함으로써 주주와 회사 모두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22년에는 상여를 아예받지 못했던 김광평 현대건설 전무(현 현대제철 CFO)가 지난해 1억1800만원의 상여를 받은 점도 이목을 끈다. 김 전무는 건설업계 전체가 부동산PF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난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7854억원으로 36.6%(2105억원) 증가하는 결과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