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가 잇따라 글로벌 자본시장을 찾는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현대캐피탈아메리카의 뒤를 이어 현대카드가 다음달 수요예측에 나선다.
IB(투자은행)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의 발행이 줄지으면서 글로벌 기관투자자 수요 역시 분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달 시장을 찾는 현대카드의 주문 규모가 투자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분기 발행하던 현대캐피탈아메리카, 조달 주기 앞당겼다 18일 IB업계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지난 14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17억달러 달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북빌딩)을 마쳤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올해 1월 한국물 시장에 가장 먼저 등장한 바 있는데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재차 시장을 찾았다.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미국 법인으로 현대·기아차 현지 법인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에 대해 리스·할부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달 플랫폼 역할을 한다. 미국 법인이지만 이형석 현대캐피탈 재경본부장(CFO)이 직접 조달을 관리하고 있다.
통상 현대캐피탈아메리카는 분기마다 한 차례씩 한국물 수요예측을 실시해왔다. 지난해에도 3월 말 25억달러 발행을 결정지은 뒤 6월 말 30억달러, 9월 말 20억달러, 10월 말 15억달러 규모 글로벌본드 발행을 위한 북빌딩을 진행했다. 글로벌본드 시장 문이 닫히는 연말을 제외하면 연초부터 3분기까지는 3개월 주기를 지켰다.
올해 1분기에만 두 번의 수요예측을 실시한 배경으론 현대카드의 한국물 발행이 거론된다. 현대카드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공모 외화채 시장 복귀를 계획하고 있다. 사실상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나 다름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캐피탈이 현대카드를 위해 조달 시기를 소폭 앞당긴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커머셜은 2021년 9월 경영 분리를 했지만 같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로서 나름의 교통정리를 실시한 셈이다.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는 최근 현대차그룹 전반의 글로벌 신용도 상승 덕에 발행 자신감을 얻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세계 시장 판매 증가로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이 개선돼 ‘A급’ 글로벌 발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무디스와 피치가 지난달 각 'A3', 'A-'등급으로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모두 캡티브(Captive) 수요가 실적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이들 기업으로도 온기가 퍼졌다.
◇현대커머셜도 발행 지속 '고심'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아메리카 이후 현대카드가 시장을 찾는데 한 달 만에 '현대'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수요예측을 실시하면 투자자 피로도가 높아지지 않을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입장에선 아직 이 같은 문제를 크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현대카드는 이달 중순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를 만나고 왔다.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의 발행 행렬에 대해 언급한 투자자가 없었다는 게 당시 반응이다. 피치가 지난달 'BBB+'에서 'BBB+'로 등급도 한 노치 높여 신용도 차원에서 호재도 있다.
다만 현대카드 외에도 현대커머셜이란 또 다른 한국물 데뷔전 후보도 있다. 현대커머셜은 지난해 10월 피치로부터 'BBB' 등급을 받은 뒤 지난달 무디스로부터도 'Baa1' 등급을 확보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투자적격 평가를 받은 만큼 언제라도 조달을 준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일부에서 제기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현대카드의 수요예측 규모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대카드는 그동안 외화 자산유동화증권(ABS)만 활용하다가 조달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외화채를 택한 만큼 만족스러운 금리 조건으로 발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규모 수요가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의 연이은 등판에 대한 투자자 반응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