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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A' 목전 현대차, 조달니즈 없어도 '관심집중'

현기차 CFO, 계열사 이동 고려한 관리…그룹 전체로 보면 발행량 상당

김슬기 기자  2024-03-20 10:44:19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에는 신용등급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더불어 기아 역시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되면서 신용등급 AAA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 기대감은 긍정적이지만 국내 공모 회사채 조달 필요성이 점점 낮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증권사 IB들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요한 커버리지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더라도 다른 계열사를 포함한 현대차그룹 전체는 매년 가장 많은 회사채를 찍어내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재무라인이 다른 계열사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만큼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현대차·기아, 등급 전망 '긍정적' 조정…두둑한 현금에 2021년 끝으로 공모채 '잠잠'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은 AA+이다. 나이스신용평가의 경우 지난해말 현대자동차에 대해서만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했지만 한국신용평가는 두 회사 모두 전망을 변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2년 연속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3위(합산 글로벌 점유율 10.8%·중국 제외)를 기록하는 등 과거보다 제고된 시장지위와 2023년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를 기록한 우수한 이익창출력, 영업현금흐름이 미래기술투자로 이어지는 재무구조의 선순환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지위가 제고되면서 이익창출력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양사의 합산 매출 및 영업이익은 229조원, 24조5000억원대로 집계,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단 현대자동차의 경우 차량부문의 실적만 합산했다. 현대자동차는 금융부문과 기타부문의 사업도 연결실적에 반영이 된다.


실적 개선은 재무안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2014~2015년 한전부지 매입대금으로 총 7조9000억원 가량을 지출하면서 2016년 순현금 규모가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인 14조9000억원대까지 줄었으나 2021년 20조원을 넘어섰고 2023년 32조5000억원에 달한다. 매년 4조원의 순현금이 쌓이고 있는 구조다.

넉넉한 현금성자산에 힘입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국내에서의 자금조달 니즈가 확 줄어들었다. 이들 기업이 국내 공모채 시장을 찾은 것은 2021년이 마지막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21년 2월 녹색채권을 발행, 총 4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조달했다. 기아 역시 같은 해 3월 3000억원을 조달했다.

◇ 그룹 연간 발행량 평균 10조 상회…계열 이동 고려 커버리지 관리 '중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좀체 국내 공모채 시장에 나오고 있지 않지만 증권사 IB들은 이들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만 놓고 보면 우량한 기업이지만 IB 입장에서는 조달 니즈가 크지 않아서 수익이 크지 않은 곳"이라면서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곳"이라고 밝혔다.

2023년과 2024년 현대자동차는 만기가 돌아온 공모채 3900억원, 1500억원 등 총 5400억원을 모두 상환했다. 기아 역시 지난해 4월 만기가 돌아온 공모채 원리금 4800억원과 올해 1분기 만기가 돌아온 총 26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역시 갚았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모두 공모채 발행을 통한 차환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그룹 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조달니즈가 잠잠할 뿐 그룹 전반으로 보면 여전히 회사채 조달 규모가 크다. 올 들어서도 1조3000억원의 일반회사채와 3조750억원의 여신전문금융채권(FB) 등 총 4조3750억원을 발행했다. 특히 그룹 내 캡티브(Captive)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을 중심으로 조달이 활발하다.



실제 최근 10년간 현대차그룹의 공모채 발행 규모는 평균 10조원을 웃도는 수준이었고 2016년과 2018년을 제외하면 모두 1위였다. 다만 일반회사채 기준으로는 순위가 높지 않다. 2022년 일반회사채 발행 규모는 1조450억원, 2023년 1조4700억원, 올해 1조3000억원이었다. 순위는 15위, 15위, 6위였다.

여타 계열사의 조달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만큼 증권사 IB들은 커버리지 관리에 신경쓸 수 밖에 없다. 현대제철 김광평 CFO는 과거 현대자동차 재정기획팀 출신이었고 현대차증권 역시 보통 현대자동차 출신이 CFO를 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조달 규모가 큰 현대캐피탈 CFO 역시 현대자동차 출신이 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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