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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PF 위기'가 현실화했다. 이후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과거 저축은행 사태만큼 심각하다는 진단, 그리고 올해 하반기 경기 후퇴 전망까지. 곳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모두 암울하기만 하다. 이제 막 어두운 터널에 들어선걸까. THE CFO가 현 상황을 정확히 짚어보기 위해 건설사와 금융사, 증권사 CF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건설·금융·증권업계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확대에 따른 유동성 마련 전략으로 '시장성 조달(직접금융시장 조달)'을 꼽았다. 이외 금융권 차입과 자산 매각을 검토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회사 수혈과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겠다는 응답도 있었다.
THE CFO가 CFO 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CFO 서베이'에 따르면 PF 우발채무에 의한 유동성 위험이 커질 경우 유동성 확보 수단을 묻는 질문(복수 응답 허용)에 총 응답 갯수 88개 중 직접금융시장 조달이 34개로 38.6%를 차지했다. 이외 '금융기관 대출(간접금융시장 조달)'은 19개로 전체 응답의 21.6%를 기록했다.
유휴자산 매각과 대주주 지원이라는 선택지도 있었다. 총 응답 중 18개(20.5%)가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이외 대주주 지원을 기대한다는 답변은 11개로 12.5%를 차지했다. 이외 유상증자(5개), 대금지불조건 변경 및 긴축정책(1개) 등이 뒤를 이었다.
직접금융시장 조달이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한 점은 조달이 그만큼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CFO 입장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직접 조달은 기업이 회사채 등을 직접 발행해 현금성자산을 조달하는 것을 뜻한다.
이미 PF 리스크의 접점에 있는 건설사들은 직접 조달을 통해 유동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례로 작년 초 롯데건설은 메리츠금융과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공동으로 결성했다. 롯데건설이 유동화증권을 발행하고 특수목적회사(샤를로트제일차, 샤를로트제이차)에 이를 매각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이외 건설사들도 단기 사모채 혹은 장기 기업어음(CP) 발행 등을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작년 3월 대우건설은 20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사모채를 발행했다. 신세계건설은 총 300억원 규모의 장기 CP를 발행했다.
금융기관 차입 등 간접 조달은 직접 조달 대비 CFO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은행의 대출 심사나 한도 등 유동성 마련에 필요한 요건들이 직접 조달 대비 엄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기관 차입 만큼이나 많은 선택을 받은 선택지는 '유휴자산 매각'이었다. 유휴자산 매각은 기업이 부채를 늘리지 않고도 현금 등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는 선택지다. 건설사 외에도 현금 사정이 급박한 기업들도 많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대주주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하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실제 롯데건설을 비롯한 작년 건설사들은 모회사 등으로부터 자금을 대여받는 등 계열사 간 금전거래를 통해 단기 자금을 마련했던 바 있다. 이외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는다는 선택지도 CFO들의 고려 대상에 포함됐다.
*2024 CFO 서베이는 THE CFO(www.thecfo.kr)는 2024년 1월30일(화)부터 2월16일(금)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당사자인 건설사와 금융사, 증권사 CFO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조사는 객관식 7개 문항과 주관식 3개 문항으로 구성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CFO는 △금융사(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20명(44.4%) △건설사 16명(35.6%) △증권사 9명(20%)입니다. CFO가 소속된 기업의 자산규모는 △10조원 이상 26곳(57.8%) △1조원 이상~5조원 미만 14곳(31.1%) △5조원 이상~10조원 미만 5곳(11.1%)입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CFO 49명 가운데 특정 문항에 응답하지 않은 CFO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항별 응답자 수는 상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