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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CFO 서베이-PF 위기

금융권 강타한 PF 공포증…돈줄 죄기 시작

⑥은행·보험은 비교적 안전, 증권 등 2금융 대손부담 가시화

원충희 기자  2024-02-23 09:10:19

편집자주

2024년 1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PF 위기'가 현실화했다. 이후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과거 저축은행 사태만큼 심각하다는 진단, 그리고 올해 하반기 경기 후퇴 전망까지. 곳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모두 암울하기만 하다. 이제 막 어두운 터널에 들어선걸까. THE CFO가 현 상황을 정확히 짚어보기 위해 건설사와 금융사, 증권사 CF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PF)는 건설사 뿐만 아니라 금융사들도 상당수 엮여 있는 문제다. 당장 태영건설 사태만 하더라도 총 25개 금융사가 대출·지급보증 등으로 6조원 넘는 돈이 묶였다. 2022년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태영건설 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에 PF발 리스크 불안감이 퍼져나갔다.

은행, 증권, 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등은 각자 신규취급을 중단하거나 까다롭게 제한하고 총여신 또는 자기자본 기준으로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 한도를 정해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THE CFO는 CFO 49명을 대상으로 '2024 CFO 서베이-PF 위기' 설문조사를 통해 금융권의 PF 익스포져 한도기준과 한도 대비 비율이 대한 질의를 했다. 28군데가 답변을 했는데 전반적으로 PF 여신을 한도보다 훨씬 적게 관리하고 있다.

한 은행 CFO는 자기자본의 2%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건설업 대출잔액이 총 3조3950억원이며 그 중 PF가 포함된 점을 감안하고 자기자본이 33조원 넘는 점을 고려하면 대략 이 정도 수치가 나온다.

특히 신규 취급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제법 있었다. 더 이상 PF에 여신을 내주지 않거나 굉장히 엄격하게 처리한다는 뜻이다. 사실상 PF에 들어가는 돈줄을 죄고 있다.

은행권은 PF 익스포져가 수조원이 넘지만 그만큼 손실흡수능력이 좋고 심사기준도 높아 우량물건들이 들어오는 곳이다. 손실이 생겨도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문제는 비은행권이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40%로 응답한 이들이 많았다. 자기자본의 50% 수준이란 답변도 있다. 한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 한도로 두되 실제 운용은 50% 내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상당수가 40~50%를 한도로 두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24개 증권사 중 16곳이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KB·신한·하나·키움증권 등 종합IB 7개사, 교보·현대차·하이·IBK·유진·BNK·SK·다올·상상인증권 일반 증권사 9개사다. 종합IB 7개사의 영업손실만 4723억원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비교적 안전지대였다. 다수 보험사들은 일반계정 자산의 4% 이내, 특별계정 자산의 9%이내 또는 운용자산의 4%라고 답변했다. 일반계정은 대다수 보장성·저축성 보험료를 운용하는 계정이며 특별계정은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 실적배당형 상품을 운용하는 계정이다. 전체 자산에 비해가 크기가 크지 않다.

캐피탈사는 레버리지 규제자산 규모 등 고려해 별도 산정한다고 답변했다. PF 익스포져 한도의 약 60%라는 답변도 있었다. 실제로 PF 부실 여파로 지난해 캐피탈사들의 당기순이익은 뒷걸음쳤다.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컸던 탓이다. 신한캐피탈의 지난해 충당금은 1776억원으로 전년(225억원) 대비 688.6% 증가했다. KB캐피탈도 대손충당금을 2022년 1249억원에서 지난해 2678억원으로 114.4% 확대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전체여신의 20%라는 답변이 많았다. PF 한도 대비 익스포져를 81%로 관리해 한도를 모두 채우진 않았다. 2011년 PF 사태 여파로 30여개가 넘는 저축은행이 부도난 사태를 겪은 탓에 다소 신중한 편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충당금 이슈를 피해가지 못했다. 금융지주사 계열 저축은행의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대부분 적자로 돌아섰다. 신한저축은행을 제외한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KB저축은행 906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 491억원, 하나저축은행 132억원에 달한다.

*2024 CFO 서베이는
THE CFO(www.thecfo.kr)는 2024년 1월30일(화)부터 2월16일(금)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당사자인 건설사와 금융사, 증권사 CFO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조사는 객관식 7개 문항과 주관식 3개 문항으로 구성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CFO는 △금융사(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20명(44.4%) △건설사 16명(35.6%) △증권사 9명(20%)입니다. CFO가 소속된 기업의 자산규모는 △10조원 이상 26곳(57.8%) △1조원 이상~5조원 미만 14곳(31.1%) △5조원 이상~10조원 미만 5곳(11.1%)입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CFO 49명 가운데 특정 문항에 응답하지 않은 CFO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항별 응답자 수는 상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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