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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CFO 서베이-PF 위기

"현 PF 수준 위험하다"…응답자 90% '한 목소리' 경고

①건설·금융·증권 CFO 45명 중 40명 '위험' 또는 '매우 위험' 선택…"피해 불가피할 것"

양도웅 기자  2024-02-22 09:10:07

편집자주

2024년 1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PF 위기'가 현실화했다. 이후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과 과거 저축은행 사태만큼 심각하다는 진단, 그리고 올해 하반기 경기 후퇴 전망까지. 곳곳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모두 암울하기만 하다. 이제 막 어두운 터널에 들어선걸까. THE CFO가 현 상황을 정확히 짚어보기 위해 건설사와 금융사, 증권사 CF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건설과 금융·증권 업계에 몸담은 최고재무책임자(CFO) 10명 중 9명이 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해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올해 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로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처럼 보였으나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THE CFO가 건설과 금융(은행·저축은행·캐피탈 등), 증권 업계에 있는 CFO 4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 부동산PF 위험 수준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73%(33명)가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매우 위험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16%(7명)로 전체 응답자의 89%가 현 상황을 최소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3개 업권별로 구분해 비교해봐도 '위험하다'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또한 모든 업권에서 '매우 위험하다'라는 응답이 나왔다. 현재 불거진 부동산PF 위기가 특정 업권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

이외에 전체 응답에서 '보통이다' 비율은 11%(5명)였다. '위험하지 않다'와 '매우 위험하지 않다'를 선택한 CFO는 없었다. 설문에 참여한 49명 가운데 4명은 이 질문에 답변하는 걸 아예 거부했다. 응답 비율은 답변을 거부한 CFO 4명을 제외하고 계산했다.


한 CFO는 "1년 넘게 업계에서 몇몇 기업들을 언급하며 부동산PF 위기감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CFO는 "높은 수준의 위기감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지만 여전히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곳들도 존재한다"며 여전히 업계 전반에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불협화음 끝에 개시되면서 일각에서는 크게 우려했던 부도 처리에 따른 연쇄 파급 효과를 차단했다며 한숨 돌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 결과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부동산 PF 위기는 현재진행형일 뿐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도 지난 20일 발표한 '부동산 PF 위기, 진단과 전망 그리고 제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태영건설과) 유사한 상황에 처한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사실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며 "건설사 부도시 하도급 업체와 수분양자 피해, 제2금융권으로 전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THE CFO 설문조사에서도 금융업계의 체감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설문에 응답한 CFO 가운데 20명은 금융업에 몸담고 있다. 20명의 CFO는 모두 현 부동산PF 위험 수준에 대해 '위험하다' 또는 '매우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건설업과 증권업 CFO 중에는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인원이 있는 점과 대비된다.


현재 부동산PF 위기의 원인으로는 '기준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미분양 증가'가 꼽힌다. 따라서 과거 2010년대 초반 일명 '저축은행 사태'와 비교되지만, 현재 실행된 부동산 PF 규모가 10년 전보다 크다는 점에서 지금이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동산PF 규모를 약 100조원, 현재는 2배 이상인 200조원으로 보고 있다.

과거보다 상승한 부동산 개발비용도 현 부동산PF 위기감을 키우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3년간 건설자재 가격이 35% 이상 오르면서 공사원가가 증가했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도 커졌다. 공사원가와 금융비용은 토지비와 함께 개발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들이다. 시행사와 건설사의 손실 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산연은 같은 보고서에서 "이미 상당수 사업에서 PF 대출의 정상적 회수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시행사와 건설사, 금융사(증권사 포함)들이 적지 않은 피해에 노출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개별 경제 주체들의 손실 흡수력을 높이는 동시에 부실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 유동성 부족 문제를 완화해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024 CFO 서베이는
THE CFO(www.thecfo.kr)는 2024년 1월30일(화)부터 2월16일(금)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당사자인 건설사와 금융사, 증권사 CFO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조사는 객관식 7개 문항과 주관식 3개 문항으로 구성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CFO는 △금융사(은행, 저축은행, 캐피탈 등) 20명(44.4%) △건설사 16명(35.6%) △증권사 9명(20%)입니다. CFO가 소속된 기업의 자산규모는 △10조원 이상 26곳(57.8%) △1조원 이상~5조원 미만 14곳(31.1%) △5조원 이상~10조원 미만 5곳(11.1%)입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CFO 49명 가운데 특정 문항에 응답하지 않은 CFO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항별 응답자 수는 상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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