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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

부동산 PF에 '떨고 있는' 증권업계, 차입 장기화 나선다

CP 줄이고 회사채 발행 확대… 부동산PF 리스크로 기관투심 회복은 아직

손현지 기자  2024-01-02 15:27:49
증권업계가 연초효과를 노리고 회사채 발행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앞서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에 의존해왔던 구조를 탈피, 차입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는 전략이다. 금리 인상 종결 타이밍과 맞물려 기관투자 수급이 본격화되는 연초를 노려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증권채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가 여전한 점은 부담이다. 이달 들어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의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잇달아 하향 조정된 가운데 증권채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익스포져도 다소 큰 편이라 긴장감은 더해지고 있다.

◇시장금리 인하 타이밍 잡는다, 차입 듀레이션 관리 총력

2일 IB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증권사들이 1월 연초효과를 노리고 회사채 시장을 찾는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17일 최대 5000억원 한도로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이달 중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주관사 물색에 한창이다.

증권업계의 회사채 발행은 차입 듀레이션 관리 차원이다.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발행사들은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단기자금 위주의 차입구조 형성이 불가피했다. 채권시장 위축으로 만기가 짧은 CP·전단채 발행을 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CP는 만기 1년 이하의 초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2021년에는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 유동성 리스크가 확산된 가운데 9~11월에만 증권사들의 CP·전단채 발행량이 1조6586억원 증가하기도 했다. 작년 상반기 회사채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증권사들마다 발행을 재개했지만, 하반기엔 또 다시 미국 국채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또 채권시장이 위축됐다.

특히 부동산PF 익스포저가 큰 증권채에 대한 투자심리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점도 문제였다. 차환이 시급한 증권사들은 또 다시 단기물을 통해 급한 불을 끌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증권채 발행이 뜸했다.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조달한 한국투자증권(10월)이나 7000억원 규모를 조달한 메리츠증권(11~12월) 정도가 전부다.

두 증권사 모두 높은 조달 비용 부담을 감수한 선택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회사채 오버발행을 피하지 못했다. 증권사 실적 악화 등을 우려한 기관들이 민평보다 높은 금리로 매수 주문을 넣은 탓에 한국증권 3년물 채권 금리는 5.175%에 달할 정도였다. 일부 증권사는 회사채 수요예측을 준비했으나 증권채 투심 악화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가시화된 금리 인상 사이클 종결전망에 차입 구조를 장기화할 타이밍이 도래했다는 판단이다. 최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시장금리가 내려가면서 신용등급이 'AA-'인 기업의 회사채(무보증·3년물) 금리는 10월 말 고점 4.908%에서 지난달 29일에는 3.898%까지 내려갔다. 두달간 약 100bp 넘게 하락한 셈이다. 연초효과까지

IB 관계자는 "연초 증권사들마다 CP 만기일이 도래한 가운데 장기채인 회사채로 대응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작년에 비해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지는 부동산PF 리스크...증권채 양극화 심화될듯

다만 증권채에 대한 기관투심은 아직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긴장감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23개 증권사의 PF 익스포저는 23조8000억원에 달한다.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여부를 두고 증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할 전망이다.

최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는 4조5800억원으로 금융업권 총 자산의 0.09%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사에 따르면 증권업의 경우 태영건설에 대한 직접대출 규모는 약 2200억원이다. KB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부동산PF 현장에 신용공여를 제공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발 리스크는 지속될 전망이다. 익스포저 대부분이 담보를 제공받아 상환가능성을 보완했다지만, 익스포져가 다소 큰 편으로 워크아웃에 따른 채무조정 결과에 따른 영향과 최종 상환 여부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태다.

증권채 내에서도 옥석가리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용도 하락세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 다올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이 잇달아 하향 조정됐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내년 증권업의 아웃룩도 일제히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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