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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건설, 실적·재무개선 급선무…'배당 재개' 과제

신종자본증권 6500억 발행 소식에 주가 급등…CFO "당분간 추가 자금조달 계획 없어"

김지원 기자  2024-06-11 07:24:2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지난달 말 신세계건설의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올해 2분기 들어 1만~1만100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5월 28일 전일 대비 1170원 오른 1만2310원에 거래가 종료됐습니다. 다음 날인 29일 2390원이 추가로 오르며 종가 1만4700원을 기록했습니다. 30일에는 장중 최고가 1만8650원을 기록하기도 했는데요, 52주 최고가(1만8660원)에 살짝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거래량도 급증했습니다. 5월 중 신세계건설의 일일 거래대금이 1억원을 넘은 적은 하루밖에 없었는데요, 5월 28일 거래대금이 26억원으로 늘더니 29일과 30일에는 196억원, 18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주가가 급등한 건 신세계건설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소식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 15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총 6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는 공시를 냈습니다. 만기는 30년, 표면이자율은 7.078%입니다. 발행일로부터 3년 뒤부터 조기상환이 가능합니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 성격을 띄기 때문에 기업들의 자본확충수단으로 자주 활용됩니다. 신세계건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올해 1분기 말 기준 800%를 웃돌았던 부채비율을 200%대로 낮추는 효과를 봤습니다.

이번 발행은 그룹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모회사 이마트의 특수관계인 에스이엔씨피닉스제일차, 에스이엔씨피닉스제이차, 에스이엔씨피닉스제삼차, 에스이엔씨피닉스제사차 등 4개 SPC가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했습니다. 조달자금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재무건전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세가 나흘간 지속됐지만 이달 들어 주가가 다시 하락하며 6월 10일 기준 1만2000원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신세계건설은 1991년 3월 설립된 건설사입니다. 창립 이후 유통상업·대형복합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를 진행하며 몸집을 키워왔습니다.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에서 32위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이마트가 70.5%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업부문은 크게 건설부문과 레저부문으로 나뉘어있는데요, 지난해 기준 건설부문 매출 비중이 94%로 전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세계건설이라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그룹으로부터 일감의 상당 부분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주요 거래처 스타필드수원, 신세계를 통한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30%에 달합니다.

다만 몇 년전부터 국내 건설업황이 악화하자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과 재무안정성이 악화했습니다. 2021년 4분기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공사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일부 사업장의 대손을 반영한 결과 2022년 별도 기준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습니다.

지난해에도 공사원가 상승이 이어지고 대구 지역 사업장의 저조한 분양실적으로 인해 예상 손실을 일시에 반영하며 187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금을 약 2900억원 늘린 결과 부채비율은 951.8%로 상승했습니다. 2015년 이후 매년 배당을 실시했으나 지난해에는 경영실적 악화로 인해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했습니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경영 우선순위를 '리스크 관리'로 설정했습니다.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1월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흡수합병한 데 이어 2월에는 레저사업부문 영업일체를 조선호텔앤리조트에 양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건설사업부문에 보다 집중해 그룹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포함한 우량 사업을 수행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입니다.

신세계건설은 재무건전성과 안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지원본부를 신설하고 재무담당, 지원담당, 안전담당을 해당 본부 아래 배치했습니다. 올해 초에는 미분양 물량 해소, 채권회수, 사업장 관리 강화 등 주요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하고자 영업, 지원, 공사 등 전사역량을 집결시킨 사업관리담당을 지원본부 아래 신설했습니다.

◇Market View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신세계건설을 단독으로 다룬 증권사 리포트는 없습니다. 다만 모회사인 이마트 보고서에 언급된 내용을 통해 신세계건설에 대한 증권가의 시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KB증권의 박신애 연구원은 올해 5월 17일 이마트 1분기 실적 리뷰 보고서에서 "(이마트의) 실적 정상화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모습"이라며 "할인점 사업의 중장기 경쟁력에 대한 우려, 이커머스부문의 모호한 사업 전략, 신세계건설 관련 불확실성 등이 추세적인 주가 반등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9조4722억원,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였는데요, 연결 종속기업인 신세계건설의 영업손실폭이 확대된 점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당기순손실은 187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신세계건설 허병훈 대표이사
신세계건설의 키맨은 허병훈 대표입니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승진 이후 올해 4월 첫 쇄신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두영 전 대표가 경질되고 허 대표가 새 수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허 대표는 지난달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됐습니다.

1962년생의 허병훈 대표는 1988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후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삼성물산 재무담당, 미주총괄 CFO 등을 거친 재무통입니다. 2018년 신세계그룹에 합류해 전략실 기획총괄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허 신임 대표이사와 호흡을 맞추며 신세계건설의 곳간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은 노은택 CFO(Chief Financial Officer)입니다. 노 CFO는 2003년 신세계건설에 입사한 이후 2016년 재무팀장을 거쳐 지난해 9월 재무담당으로 승진한 인물입니다. 더벨은 노 CFO에게 직접 연락해 향후 주주환원정책 수립 및 재무안정성 개선 계획 등을 물었습니다.

노 CFO는 "현재 구체적인 배당 재개 시점, 규모와 관련해서는 확정된 바가 없으나 실적 개선과 경영정상화가 이뤄지는 대로 배당을 다시 실시할 예정"이라며 "주주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악화로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은 수립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해당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대해 주주에게 추가적인 안내가 필요한 경우 주주가 관련 정보를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세계건설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현금배당예측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해 배당기준일과 의결권기준일을 분리하도록 정관 변경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주가 관리에 관한 질문에는 "현재 내부적으로 목표 주가를 설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주가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관리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통해 주주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재무구조와 실적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이후 당분간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은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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