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HD현대그룹의 태양광 계열사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이사회 평가 중 참여도 측면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지난해 기타 위원회 회의만 연간 9회 이상 개최됐다. 이사회 역량 현황표(BSM)을 만들고 그에 따른 이사 경력 및 전문성을 관리한 점도 평균 점수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경영성과 측면에서는 최하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초 기대와 달리 실적 부진에 시달리면서다. 주요 매출처인 태양광 시장의 침체 영향으로 수익이 전보다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부진 대응책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지만 그마저도 지난해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새다.
◇이사회 참여도 높고 정보 접근성도 수월
THE CFO는 자체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 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을 참고했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255점 만점에 121점을 기록했다.
가장 평점이 높았던 건 참여도와 정보 접근성이었다. 각각 5점 만점에 평균 3.1점, 3점을 거뒀다. 사외이사 후보 풀에 대한 관리 활동도 지난해 한차례 이뤄졌으며, 감사위원회 회의도 5~6회 열리며 평균치를 기록했다. 이사회 구성원들의 연간 출석률이 90%를 넘은 것도 참여도 점수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및 홈페이지에 모두 게시돼 있었다.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기도 수월했다. 다만 이사회에 관한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예를 들어 이사회 중요 의결사항 중 의안내용을 보면 9월 '시설 투자 승인의 건', 10월 '헤외지사 설치 승인의 건'으로만 적혀 있을 뿐 추가 설명은 없었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53.3%였다. 현금 배당관련 예측가능성을 제공하지 않는 점과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 내부감사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 부재한 점도 점수에 적용됐다.
◇경영성과 최하점…평가 개선책은 '미비'
가장 점수가 낮았던 건 경영성과였다. 주가순자산비율과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 모두 1점이었다. 그중에서도 주가수익률은 -41.65%, 총주주수익률은 -41.6%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도 각각 -44.55%, -80.5%로 부진한 성적표를 냈다.
경영성과 지표 중 5점을 기록한 건 부채비율 뿐이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부채비율은 35.12%로 평균치(91.96%) 대비 현저히 낮았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을 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5.3% 수준에 머물렀다.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도 평균 2.1점으로 저조했다. 우선 이사회에서 이사회 활동 관련해 어떠한 평가도 수행하고 있지 않다.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도 수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보니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이사 재선임에 반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도 1점을 받게 됐다.
평가개선프로세스를 평균 2점대로 끌어올린 건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받은 ESG 등급이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A등급을 받았다. 또 HD현대에너지솔루션 이사회 구성원 중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거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5점을 받으며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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