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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글로벌, 미청구공사 '급증'…현금확보 사활

박문희 부사장, 차입구조 장기화로 단기유동성 방어…30% 넘는 차입금의존도는 '주의'

양도웅 기자  2024-01-11 14:58:09

편집자주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여타 건설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일부 업체는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별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이들 앞에 놓인 당면과제를 살펴봤다.
코오롱글로벌의 미청구공사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시행사에 지급 요청조차 못한 공사대금을 말한다. 당장 회사가 공사대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을 악화시킨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박문희 부사장이 재무안정성 약화를 감수하고 대규모 외부 자금조달에 나선 배경이다.


◇'안양·김해 사업장'서 증가한 미청구공사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코오롱글로벌의 미청구공사는 3579억원을 기록했다. 연초와 비교해 44%(1098억원) 증가했다. 2020년 3514억원이던 미청구공사는 2021년과 2022년 2500억원 아래로 감소하며 안정화됐으나 다시 급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미청구공사가 증가한 대표적 현장은 '안양덕현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다. 2013년 3143억원의 도급계약을 맺은 뒤 2020년 착공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공사 진행률은 98.23%를 나타냈으나, 도급계약의 약 10%에 해당하는 328억원의 공사대금을 아직 청구하지 못했다. 미청구공사 규모가 가장 큰 곳이다.

두 번째로 큰 곳은 '김해율하 지역주택조합 신축공사'다. 2020년 총 4061억원의 도급계약을 맺고 착공에 들어갔다. 지난해 3분기 말 공사 진행률은 52.54%이지만 288억원의 공사대금을 요청하지 못한 상태다. 요청은 했으나 현재 받지 못한 공사대금(공시미수금)까지 합하면 442억원으로 늘어난다.

코오롱글로벌 사업장 가운데 미청구공사 규모가 가장 큰 '안양덕현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투시도

두 현장에서 발생한 미청구공사에서 손상차손이 발생하는 점도 주의해서 봐야 할 점이다. 규모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공사대금을 청구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수억원은 아예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미리 비용처리한 것이다.

코오롱글로벌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미청구공사 규모가 큰 현장이 모두 분양률이 높은 지역에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안양덕현지구 사업이 속한 경기도 평균 초기분양률은 79.9%, 김해율하 사업이 속한 경남은 100%라는 점이다. 모두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 9년만 '마이너스'…차입 대폭 늘려

미청구공사는 공사를 진행한 만큼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현금흐름에 부정적이다. 일단 보유 현금을 소진해 공사를 진척시켰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누계 코오롱글로벌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10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대규모 현금이 유출되자 코오롱글로벌은 외부에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왔다. 지난해 3분기 말 사채와 차입금 잔액은 총 7576억원으로 연초와 비교해 76%(3269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의존도는 15.2%에서 31.3%으로 상승했다. 건설업계는 통상 차입금의존도가 30%를 넘어서면 재무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판단한다.


이 점은 신용평가사에서도 우려하는 점이다. 지난달 나이스신용평가는 코오롱글로벌의 기업어음 등급을 'A3+'로 유지하면서도 "안양덕현지구 사업 등 진행 사업장에서 매출채권(미청구공사 포함)이 증가하면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크게 저하됐다"며 "차입 부담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차입구조를 장기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만기 1년 이상의 사채와 차입금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53%다. 연초 대비 7%포인트(p) 늘었다. PF 우발채무 차환 일정이 통상 1~3개월마다 돌아오는 점을 고려하면, 차입구조 장기화는 단기 유동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코오롱글로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박문희 부사장이다. 1967년생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2022년부터 CFO 조직인 전략기획본부를 이끌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박 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추천하면서 "내부 사정에 정통하고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며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건전한 재무구조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했다.

(출처=THE 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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