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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그룹, 이사회 중심엔 '오너 4세' 이규호 부회장

코오롱·코오롱인더·코오롱글로벌·코오롱모빌리티 4곳 이사회 참여

김지효 기자  2024-11-06 07:14:13

편집자주

기업은 본능적으로 확장을 원한다. 모이고 분화되고 결합하며 집단을 이룬다. 이렇게 형성된 그룹은 공통의 가치와 브랜드를 갖고 결속된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지분관계로 엮여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집단 내 이사회 간 연계성과 그룹이 계열사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를 살펴본다.
코오롱그룹은 1954년 이원만 창업주가 설립한 개명상사가 모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나일론을 생산하며 국내 섬유산업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이후 70여년의 세월이 흐르며 현재 재계서열 40위, 48곳의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코오롱그룹 이사회는 한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왔다. 2018년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오너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행보를 본격화하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의 이사회 구성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이 부회장은 올해 3월부터 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를 겸직하며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중이다. 그룹 핵심 임원으로 꼽히는 안상현 코오롱스페이스웍스 대표, 이수진 코오롱 상무 또한 그룹 계열사 임원을 다수 겸직하며 이 부회장 체제를 보좌하고 있다.

◇이규호 부회장, 지주사 코오롱과 중간지주사 3곳 사내이사 겸직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그룹 임원 가운데 계열사 이사회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지주사인 코오롱을 비롯해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3곳까지 계열사 총 4곳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코오롱은 전략부문 각자 대표로, 다른 3곳은 모두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다수의 사내이사를 맡게 된 건 올해 3월부터다. 그는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코오롱 대표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다만 기존에 대표를 맡았던 코오롱모빌리티그룹에서는 대표 자리를 내려놓고 사내이사로만 남았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그룹 오너 4세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84년생인 그는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코오롱그룹에 직접 발을 들인 건 2012년부터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코오롱글로벌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실 상무 등을 거쳤다. 2019년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 2021년에는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부사장, 코오롱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았다. 2022년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사장, 지난해에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각자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그가 그룹의 핵심계열사 4곳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경영 승계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아직도 이 부회장은 코오롱 지분을 단 한 주도 들고 있지 않다. 코오롱뿐 아니라 다른 핵심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지 않다. 그가 코오롱 계열사 가운데 지분을 들고 있고 있는 건 이 명예회장이 퇴진 후 설립한 낚시 스타트업 ‘어바웃피싱’ 뿐이다. 이 부회장과 그의 누이인 이소윤씨, 이소민씨는 어바웃피싱 지분을 각각 10%씩을 갖고 있다.

◇안상현 대표·이수진 상무, 계열사 임원 다수 겸직

안상현 코오롱스페이스웍스 대표 또한 계열사 임원을 다수 겸직하고 있다. 안 대표는 계열사 총 3곳의 임원을 맡고 있다. 코오롱스페이스웍스와 이노베이스는 대표이사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각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까지 코오롱 전략기획실 전무로 재직했으나 코오롱스페이스웍스 대표를 맡으며 물러났다.

안 대표는 코오롱그룹 내에서도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돕는 ‘전략통’으로 꼽힌다. 1978년생인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코넬대 대학원 경영학과(MBA)를 졸업했다. 그는 2010년 코오롱 경영관리실, 2013년 코오롱글로벌 디테일전략추진팀 등을 거쳐 2015년부터 코오롱 전략기획실에 몸담으며 부장, 상무, 전무로 승진했다. 올해 7월 코오롱스페이스웍스가 출범하면서 기존 코오롱데크컴퍼지트의 오원선 대표와 함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수진 코오롱 상무도 계열사 3곳의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코오롱과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코오롱스페이스웍스다. 코오롱은 사내이사로, 코오롱인베스트먼트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중이며 코오롱스페이스웍스는 감사를 맡고 있다.

이 상무는 그룹의 ‘재무통’으로 안 대표와 함께 코오롱그룹 핵심 인사 중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상무는 1979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코오롱 경영관리실 부장을 거쳐 2019년 코오롱 경영관리실 상무보로, 2021년 상무로 승진했다. 이 상무는 코오롱그룹 재무라인에서 나온 첫 여성임원이다. 안 대표, 이 상무와 함께 그룹의 ‘핵심 3인방’으로 꼽히는 옥윤석 전무의 대학 후배로 그의 재무라인 승진 코스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규호 부회장은 그간 그룹 계열사 여러 곳을 거치며 주요 계열사의 전략 등을 잘 알고 있다”며 “현재도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로서 그룹 전체의 전략을 아우르기 위해 핵심 계열사들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상현 대표는 코오롱 전략기획실장으로서 그동안 그룹 차원의 전략을 세웠기에 그룹 전반을 잘 알고 있다"며 “이수진 상무는 그룹 CFO 역할을 맡고 있어 일부 계열사들의 임원을 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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