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건설의 공사와 분양미수금이 지난해 3배 가까이 증가해 7000억원에 육박했다. 미수금은 공사를 진행하고 분양을 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을 말한다. 올해 회수에 집중하며 현금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사업을 진행했음에도 받지 못한 돈이 크게 늘면서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유출됐다. 지난해에도 대규모 차입을 한 배경이다.
제일건설 2023년도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미수금은 434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80%(3593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분양미수금은 1784억원에서 2434억원으로 136%(650억원) 늘었다. 두 항목의 합산액은 677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68%(4243억원) 증가했다.
공사미수금은 공사를 진행한 뒤 시행사와 발주처 등에 요청한 공사대금 중 미수령한 금액을 말한다. 지난해 공사미수금이 가장 큰 공사장 두 곳은 '용인영덕 제일풍경채'와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로 각각 1203억원, 1066억원이다. 수도권에 있는 두 사업장이 전체 공사미수금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다.
분양미수금은 완성주택 또는 완성건물을 분양한 뒤 미수령한 분양대금을 가리킨다. 분양 계약을 체결한 뒤 중도금과 잔금 등을 납입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지난해 분양미수금이 가장 큰 두 곳은 '수도산 제일풍경채'(전북 익산 소재)와 '파주운정A10 제일풍경채'로 각각 933억원, 817억원이다.
두 아파트 모두 높은 분양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분양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세대가 적지 않은 셈이다. 제일건설 관계자는 "수도산 제일풍경채 분양률은 100%였다"며 "분양미수금 발생 사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3년 전 분양할 때만 해도 부동산 경기가 좋았으나 최근에는 그렇지 않다"며 "대출 못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공사와 분양 미수금은 매출채권의 일종이다. 증가하면 매출에 긍정적이지만 현금흐름에는 부정적이다. 지난해 제일건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순유출(-)3784억원으로 전년 대비 현금 유출 규모가 5배 이상 커졌다. 2022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02억원이었다.
2년 연속 건설 사업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제일건설은 지난해에도 대규모 자금을 외부에서 빌렸다. 지난해 순차입(전체 차입액에서 상환액 제외) 규모는 2670억원으로 2년 연속 순차입 기조를 이어갔다. 2022년 순차입 규모는 4967억원이었다. 채무 부담이 커지자 지난해 회사는 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올해 채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급증한 공사와 분양미수금을 최대한 회수해 현금창출력을 높여야 한다. 긍정적인 점은 최대 공사미수금 공사장 두 곳인 용인용덕 제일풍경채와 고덕강일제일풍경채에서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입주가 본격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제일건설은 올해 들어 용인용덕 제일풍경채 공사미수금 1203억원은 전액 회수했고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에서 공사미수금이 추가로 발생했지만 이 가운데 800억원 이상 회수했다고 알렸다. 회사 측은 "주요 영업자산인 공사미수금을 적기에 회수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