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건설사로 도급순위 40위(2023년 기준)의 라인건설이 동양건설산업 등으로부터 1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단기로 빌렸다. 라인건설 최대주주인 공병탁 씨와 동양건설산업 최대주주인 동양이노텍의 최대주주인 공승현 씨는 친인척 관계다. 사업 확장 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하자 조달비용을 낮추기 위해 친척 기업에 손을 내밀었다.
라인건설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차입금은 191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43%(135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산도 늘었으나 전체 차입금이 더 많이 증가하면서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16.9%로 전년동기 대비 11.0%포인트(p) 상승했다. 보통 차입금의존도를 30% 미만일 때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차입금을 늘린 건 당기순이익 감소로 현금창출력이 떨어지는 시기에 사업 확장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재고자산 증가로 1678억원, 단기대여금으로 약 1000억원(단기대여금 회수분 제외)의 현금이 유출됐다. 지난해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에서 가장 많은 현금이 빠져나간 활동이 재고자산과 단기대여금이었다.
구체적으로 재고자산은 용지와 완성주택, 완성상가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땅을 매입하면서 재고자산이 크게 늘었다. 추후 주택과 건설사업 등을 위해 미리 매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땅은 대출 과정에서 담보로 제공했을 만큼 회사가 사업성을 우수하게 보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경기도 하남시 인근에 개발사업을 하는 '미사리버아케이드'와 '이지프라임', '이지하우텍' 등에 운영자금을 빌려주면서 단기대여금이 늘었다. 건설사의 단기대여금은 주로 시행사나 재개발조합 등에 운영자금이 부족할 때 빌려준 돈이다. 공사미수금과 함께 건설사의 단기 유동성을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당기순이익 감소에도 용지 매입과 자금 대여 등이 가능했던 건 '친척'이 소유한 기업의 자금 지원 덕분이다. 지난해 라인건설은 △동양건설산업(1070억원) △동양이노텍(170억원) △동양개발산업(100억원) △라인산업(20억원) 등으로부터 총 1380억원을 단기로 빌렸다. 직접 빌린 돈도 있고 연결 자회사가 빌린 돈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인건설은 과거에도 친척 소유 기업에 손을 벌린 적 있다. 2020년에도 동양이지이노텍(현 동양이노텍), 라인산업 등으로부터 적지 않은 돈을 빌렸다. 단 2021년부터 2022년까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각각 2341억원, 1674억원을 기록하면서 준수한 현금창출력을 보이자 친척 소유 기업에까지 자금을 빌릴 필요성은 낮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시장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친척 소유 기업으로부터 차입할 때의 장점 중 하나는 '낮은 금리'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특수관계자 간 자금 대여 시 금리는 '당좌대출이자율'로 결정된다. 지난해 기준 4.6%로 라인건설이 동양건설산업과 동양이노텍 등으로부터 일으킨 단기차입금의 이자율도 이와 동일하다.
이자율 4.6%는 라인건설이 농협은행으로부터 빌린 500억원의 이자율인 4.98%와 비교했을 때 38bp 낮은 수준이다. 농협은행 이자율은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용지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낮춘 수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수관계자에 돈을 빌릴 때 발생하는 이자율 4.6%는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라인건설 입장에선 더욱더 낮게 체감된다.
지난해 말 기준 라인건설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153억원으로 전체 차입금보다 235억원 이상 많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대규모 유출이 발생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구상해도 상환 여력은 있는 유동성 상태다.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단기매매증권까지 고려하면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소폭 늘어나기도 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라인건설 완전 자회사인 라인하우징이 동양건설산업에 빌린 돈을 모두 갚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 동양건설산업에 따르면 라인하우징은 1070억원의 단기대여금을 올해 1분기 내에 전액 상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