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건설사 파이낸셜 뷰

화성산업, 남양주 물류창고 '매입하자마자 매각' 추진

공사대금·취득대금 회수 위해 '최소 1150억 이상' 매각해야…"여러 유통사와 접촉 중"

양도웅 기자  2024-05-22 10:15:58

편집자주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여타 건설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일부 업체는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별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이들 앞에 놓인 당면과제를 살펴봤다.
화성산업이 최근 공사미수금 회수를 위해 매입한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물류창고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현금흐름이 둔화하자 신속하게 유동화해 운영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재 여러 유통업체와 접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인기 있는 상온창고이기 때문에 회사는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22일 화성산업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달 매입한 경기도 '별내ONE물류창고(토지 2곳 포함)를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물류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매각하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별내ONE물류창고는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 있다. 지난 2021년 7월 ㈜옳은생각과 622억원 규모의 신축공사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사미수금 279억원이 발생한 채로 공사가 완료됐다. 전체 계약금의 절반 가까운 돈을 받지 못했다. 이렇자 화성산업은 계약 때 확보한 '시공사우선매수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시공사우선매수권이란 말 그대로 시공사가 건설 자산을 먼저 살 수 있는 권리다. 시공사가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해당 자산을 직접 매입한 뒤 유동화해 공사대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것이다. 화성산업은 지난달 양수금액 가운데 공사미수금을 제외한 873억원을 투입해 해당 자산을 매입했다.


자산을 매입하자마자 매각 작업에 착수한 이유는 화성산업의 떨어진 유동성이다. 올해 1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7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3개월 만에 576억원(25%) 감소했다. 물류창고 매입을 4월에 했으니, 매입 이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000억원 이하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말 단기차입금은 1480억원이다. 물류창고 매입 이후 줄어든 현금및현금성자산보다 큰 규모다. 일부 차입금을 만기 연장한다고 해도 상환자금과 운영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올해 1분기 현금창출력을 떨어뜨린 '동대구역 센텀 화성파크드림'에서 공사미수금을 적극 회수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화성산업 입장에서 다행인 점은 별내ONE물류창고가 상온창고로 저온창고보다 상대적으로 시장 수요가 있다는 점이다. 리츠업계 관계자는 "고금리와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임대료가 약 2배인 저온창고 이용에 관심을 보이는 유통사들은 전보다 줄었다"고 전했다. 그간 저온창고가 공급 과잉된 점도 상온창고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별내ONE물류창고는 연면적 4만8594㎡(토지 제외)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쿠팡물류센터(연면적 3만3000여㎡)보다 크다. 수도권 동북부 지역에서 '허브 터미널'로서 대형 물류센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 착공 때부터 물류창고 가동에 따른 소음과 대기오염, 심야시간 빛 공해 등으로 주민 반발이 거센 점은 단점이다.

화성산업이 별내ONE물류창고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대상감정평가법인에 감정평가를 받은 뒤 결정된 매매대금은 약 1150억원이다. 공사미수금과 물류창고 매입을 위해 지출한 현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이 가격으로 매각에 성공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쿠팡을 비롯한 여러 유통사들과 조금씩 접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 매각 가능성도 있다"며 "그간 저온창고는 너무 많이 보급되다 보니 상온창고에 대한 수요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별내IC에 가깝고 남양주에 물류센터가 많지 않은 점도 매각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