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타이밍' 코오롱글로벌, 저리에 급한불 껐다
대형 증권사 3곳 제안, 한투 2680억 제안 낙점…PF 투자협약 중 최저금리
성상우 기자 2023-03-22 15:41:18
코오롱글로벌이 한국투자증권과 맺은 투자 협약을 두고 '절묘했다'는 시장 평가가 나온다. 각 사업장에 물려있는 브릿지론 롤오버 시점과 시장 금리 안정화 시기가 겹치면서 저리에 급한 불을 모두 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한국투자증권과 268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리파이낸싱을 위한 투자 협약을 최근 맺었다. ‘메리츠증권-롯데건설’, ‘한국투자증권-태영건설’ 등 다른 건설사들이 증권사와 잇따라 PF 지원 관련 투자 협약을 맺었던 것과 유사한 형태로 이뤄진 계약이다.
코오롱글로벌은 앞서 이달 초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KB증권,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동시에 투자 협약 제안을 받은 바 있다. 이를 저울질한 끝에 한국투자증권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3곳의 제안 조건이 대체로 유사했지만 한국투자증권의 제안이 그나마 제일 유리했다는 게 내부자 전언이다.
증권사들은 당초 총액 4000억원 규모의 안을 제시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2000억원 후반대로 규모가 다소 줄었다. 코오롱글로벌 내부적으로 불필요하게 조달 규모를 키울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달 구조는 한국투자증권이 2600억원대의 전체 자금을 출자한 뒤 그 중 800억원을 일반 사모펀드 대상으로 셀다운하는 방식으로 짜였다. 한국투자증권은 나머지 1800억원대 자금을 후순위로 출자한다.
조성된 자금으로 매입할 채권은 코오롱글로벌이 갖고 있는 2~3곳의 사업장 PF다. 브릿지론과 본PF를 기초자산으로 한 유동화자산이 모두 포함돼 있다. 2600억원대 규모 자금은 단기에 상환 시기가 돌아오는 물량을 모두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약으로 당장 급한 불은 모두 끈 셈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조달 금리다. 양 측은 선순위 조달 자금의 금리를 연 8% 수준으로 협의했다. 최근 이뤄진 PF 관련 투자 협약건들에서 책정된 선순위 금리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초 롯데건설이 받아들인 자금 지원 협약에서 메리츠증권은 선순위 자금에 대한 금리로 12% 안팎 수준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이 현대건설·GS건설·포스코건설 등 주요 대형사들에게 지원한 브릿지론 차환 자금 금리 역시 10%대였다. 그 밖에 주요 중견건설사들이 유사한 형태로 자금 지원을 받은 협약들에서도 대부분 10% 초반대의 금리가 책정돼 있다.
코오롱글로벌이 이처럼 저리에 대규모 자금을 해결할 수 있었던 데엔 어느 정도 운이 따랐다. 주요 사업장의 차환 시점과 시장의 금리 안정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차환 물량 매입이 이뤄지는 주요 사업장들이 대부분 우량 사업장이라는 점도 일부 고려됐다. 큰 리스크없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사업장이라고 봤다.
해당 사업장들 대부분 한국투자증권이 PF 대출을 주관했고 일부 물량에 대해선 선순위로 이미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중 이번 협약으로 차환 물량 매입 대상에 포함된 대전 사업장(차주 인텐션개발)의 SPC ‘키스선화제일차’의 유동화물량에 대해선 한국투자증권이 사모사채 인수 및 자금보충 의무를 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금리를 올리는 기조가 아니라서 코픽스를 비롯해 시중 금리들이 많이 빠져있고 조금 더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좋은 타이밍 덕분에 나쁘지 않은 금리 수준으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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