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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개발, 확장 '숨고르기'…"수익성 확실해야 수주"

수주잔고·재고자산 증가세 멈춰, 1년 전과 비슷…업황 둔화로 '선별수주 전략' 유지

양도웅 기자  2024-05-14 15:27:46

편집자주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여타 건설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일부 업체는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별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이들 앞에 놓인 당면과제를 살펴봤다.
부산지역 도급순위 1위 건설사인 동원개발이 지난해 수주잔고와 재고자산을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며 사업 확장에서 보수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건설·부동산 수요가 감소하고 비용 부담이 커지자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펼친 결과로 분석된다. 당분간 이러한 전략을 유지할 예정이다.

동원개발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1조408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166억원) 감소했다. 2021년 말부터 3년 연속 수주잔고가 1조4000억원대를 유지했다. 수주잔고는 지난달 수주잔고에 이달 수주액을 더한 뒤 이달 판매액(납품액)을 뺀 금액을 말한다.

수주잔고로 기업의 현재와 미래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다. 수주잔고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당장 동원개발의 실적 확대를 예상하긴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동원개발 연결 매출액은 736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1551억원)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가 올해도 계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662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0.1%(4억원) 증가했다. 재고자산은 땅(용지)과 건설 중인 건물(미완성공사), 준공된 건물(완성상가) 등으로 구성된다. 동원개발은 직접 용지를 매입해 건물을 짓고 분양하는 '자체 사업' 비중이 40%에 가깝기 때문에 재고자산은 미래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또다른 지표다.


따라서 수주잔고와 함께 재고자산도 1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건 사업 확장이 경영 우선순위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무엇보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공사비가 오르면서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주택 매매 수요가 줄어든 점도 한몫했다. 주력 사업 지역인 비수도권은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이러한 환경에서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사업을 하는 동원개발의 오랜 전통이 지난해 더욱더 두드러져 사업 확장을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동원개발은 1978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적자를 낸 적 없을 정도로 국내에서 알아주는 수익성 중심 건설사다.

동원개발 고위관계자는 "우량한 건설사와 함께 하지 않으면 PF대출 등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많은 곳에서 우리에게 함께 하자는 제의를 한다"며 "하지만 워낙에 공사비가 많이 올라 전보다 수익성 기준을 높여 수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선별 수주를 더욱더 강화하며 수익성 중심 경영을 펼친 결과, 재무안정성이 약해지던 흐름이 멈췄다. 2022년 말 동원개발 부채비율은 41%로 전년동기 대비 14%포인트(p) 상승했으나 2023년 말 38%로 3%p 하락했다. 차입금의존도는 2022년 말 8.5%로 전년동기 대비 1.5%p 하락했지만 2023년 말 9.1%로 상승했다.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최근 오르내리고를 반복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는 안정적인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200%, 차입금의존도는 30% 미만이면 재무안정성이 준수하다고 평가한다. 동원개발의 두 수치는 이 기준보다 아래에 있다. 아울러 동원개발은 현금및현금성자산이 전체 차입금보다 9배 가까이 많은 풍부한 유동성을 보여준다.

앞선 관계자는 "자체 사업 물량만으로도 먹거리가 충분한 상황이기도 하다"며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장이 아니라면 우리가 굳이 (수주)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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