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코오롱글로벌의 주가가 지난달 말부터 급등하고 있습니다. 올해 2분기 들어 8000원~9000원대를 유지하며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5월 28일 전일 대비 1170원 오른 961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주가는 이후 며칠간 조정을 거친 뒤 이달 들어 몇 차례 더 급등했는데요, 지난 4일 주가는 전일 대비 1380원 뛰며 1만원을 돌파했습니다. 약 일주일 뒤인 12일에는 2910원이 오르며 1만264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영업일 기준 5일간 1만1000원~1만2000원대를 유지하더니 20일에는 전일 대비 3530원이 추가로 오르며 종가 1만5740원을 기록했습니다. 21일에는 장중 1만611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1만7770원)에 근접하기도 했습니다. 6월 24일 기준 주가는 1만4000원대에서 유지되고 있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건 경상북도 포항 영일만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언급됐기 때문입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이달 10일 자신의 SNS에서 "경상북도에서는 동해안 유전이 대박이 났을 때 대비 영일만항 확장 등 미래 청사진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죠. 지난해 말 기준 '포항영일신항만'의 2대 주주로 지분 15.34%를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글로벌이 해당 사업의 관련주로 묶이며 주가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이달 20일 주가가 한 차례 더 급등한 건 해당 사업과 관련해 영일만 횡단 고속도로가 건설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영남대학교에서 26번째 민생토론회를 개최해 "3조4000억 규모 영일만 횡단고속도로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Industry & Event
코오롱글로벌은 코오롱그룹의 상장 건설회사입니다. 2023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9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월 1일을 기일로 건설, 상사, 스포츠센터 사업부문을 영위하는 코오롱글로벌과 수입차 판매 및 AS, 오디오 유통사업을 영위하는 코오롱모빌리티로 인적분할됐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의 사업부문은 크게 △건설사업부문 △상사사업부문 △기타사업부문 △휴게시설운영사업부문 등 4개로 나뉘어있습니다.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건설사업부문입니다.
해당 사업부문은 '코오롱하늘채', '린든그로브' 등의 주택 브랜드를 앞세운 주택·건축 사업, 도로와 교량 등을 시공하는 토목 사업, SOC 사업, 국내외 상하수도 시설을 시공하는 환경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유통부문의 인적분할에 따라 건설부문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커진 상태죠.
최근에는 신사업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는데요, 약 10년 전부터 풍력발전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해당 분야의 기초 체력을 쌓아왔습니다. 현재 37.5MW 규모의 경주풍력과 43.2MW 규모의 태백가덕산풍력 1단계를 운영 중입니다. 태백가덕산풍력2단계(21MW)는 상업운전을 시작했죠.
올해 1분기에는 매출 7025억원, 영업이익 9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건설사업부문의 건설계약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약 2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93%가량 감소했습니다.
◇Market View
주가 급등 이후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리포트를 통해 의견을 낸 증권사는 아직 없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에 대한 증권사 리포트는 지난달 28일 다올투자증권에서 공개한 보고서가 마지막입니다.
다올투자증권에서 건설·부동산 섹터를 담당하고 있는 박영도 연구원은 '수주 양호, 수익성 부진'이라는 제목의 1분기 실적 리뷰 보고서에서 △수익성 부진 지속 △양호한 수주 성과 △금융비용 증가 부담 등을 키워드로 꼽았는데요, 이익추정치를 하향하며 적정주가도 직전 1만5000원에서 9500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원가율은 대규모 원가를 반영했던 지난해 4분기 대비 개선됐지만 아직 높은 상황으로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며 "유동성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자금 조달을 실행하며 증가한 금융비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달 현대차증권과 교보증권에서도 코오롱글로벌에 대한 보고서를 냈는데요, 현대차증권 신동현 연구원은 5월 13일 '주택 부진 지속, 비주택 기여 확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익률의 빠른 개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꾸준히 비주택 비중을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은 중기적인 이익률 수준을 높여갈 것"이라며 "현재 멀티플이 역사적 저점 수준이고 풍력발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성장성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투자의견 BUY, 목표주가 1만2000원을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교보증권 백광제 연구원은 5월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1만원으로 유지했습니다. 백 연구원은 "선제적 자금 조달로 PF 리스크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점에서 현재 주가는 바닥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자금 조달 과정에서 높아진 금융 비용과 돌아올 입주 물량에 대한 준공 후 미분양 관리가 주가 회복의 속도를 결정하는 키가 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Keyman & Comments
현재 코오롱글로벌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김정일 대표이사 사장입니다. 1961년생의 김 대표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후 1987년 코오롱 상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코오롱 기획조정실, 네어뷰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를 거쳐 2022년 코오롱글로벌에 대표이사로 합류했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배당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9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 중에서는 드물게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분기배당을 실시 중이죠.
배당 외의 주주환원 방안도 면밀하게 고민 중인데요, 지난달 31일 공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시의적절한 때 회사와 주주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미래를 위한 투자 재원 및 재무구조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의 IR 업무는 커뮤니케이션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벨은 코오롱글로벌 IR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해 향후 주가 관리 계획과 배당 정책 등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코오롱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 담당자는 최근 이슈가 된 포항 영일만 사업과 관련해 "당연히 해당 이슈가 최근 주가 흐름에 영향을 준 것은 맞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올해 신규 자금조달을 마치며 본PF 단계로 넘어가는 사업지에서 PF 리스크를 없앤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간 전체 실적에서 주택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으나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을 통한 수주가 늘고 있고 풍력발전단지 분야에서 PPA(직접전력구매계약)를 체결하는 등 전반적인 사업 분위기가 괜찮은 상황에서 정부의 영일만 개발계획 발표가 모멘텀으로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며 "단순히 영일만 개발 이슈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주가 관련 코멘트도 남겼는데요, 해당 담당자는 "내부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목표 기업가치는 있으나 지금 당장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비주택부문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데다 풍력발전사업에서 파이프라인을 계속 확장할 계획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여력은 더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주가가 다소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어 주주환원정책과 관련해서는 "경영실적과 향후 투자 규모, 재무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며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 수립 시점은 아직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3월 결산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해 배당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했는데요, 주주들에게 배당 관련 예측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올해 결산배당부터 수정된 정관을 적용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적용 시기는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