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2023 CFO 서베이

기업 성장견인 해법 찾기, 답은 '경영효율 극대화'

③과다한 자원투입 방지 초점, '비용감축·자산처분·회계변경' 다양한 조치

박동우 기자  2023-11-09 09:53:21

편집자주

대한민국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엔데믹 시대의 첫 발을 뗀 2023년을 어떻게 헤쳐왔을까. 또 급변한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F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CFO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았다.
※ 해당 기사는 THE CFO 등록 CFO를 대상으로 2023년 10월 이뤄진 설문에 바탕해 작성했으며 아래와 같은 질문이 활용됐습니다.

Q 2023년 성장을 위해 가장 집중한 영역은?
Q 2023년 경영효율 극대화를 위해 집중한 영역은?




올해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자신이 몸담은 회사가 성장할 해법을 찾느라 고군분투했다. 해결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효율'이었다. 국내 주요 기업 CFO 3명 가운데 2명이 '경영효율 극대화'로 회사 성장을 이끌어냈다고 답했다.

운영효율의 지향점은 지나치게 많은 자원을 쓰지 않으면서 사업 성과를 최대한 실현하는 데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CFO들은 비용 감축, 자산 처분, 회계 변경 등 다양한 조치를 실행했다. 공정에 자동체계를 구현하고 업무처리 신속성을 확립하는 등 ‘프로세스 혁신’ 노력이 이어졌다.

◇3명 중 2명 실행, '수익성 저하 방지' 인식

THE CFO가 국내 주요기업 CFO 1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2023년 자사 성장을 견인한 해법으로 '운영효율 극대화'를 선택한 응답자가 전체의 66.3%(105명)로 나타났다. 효율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방안으로는 △프로세스 혁신(53.8%) △유동자산 효율화(45.6%) △디지털 전환(35.0%) △공급망 개선(30.0%) 등이 거론됐다.


운영효율은 기업이 상품을 제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자원을 적정 수준에서 쓰는데 초점을 맞췄다. 경영 최우선 목표인 '수익성 증진'을 감안해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과다하게 투입하지 않는데 방점을 찍었다. 1975년 노벨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찰링 코프만스(Tjalling Koopmans)가 이러한 개념을 주창했다.

공식석상에서 운영효율을 강조하는 재무총괄 임원도 존재한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CFO는 올해 10월에 열린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운영 효율화 활동을 지속 추진하면서 수익성 개선 흐름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 역시 과거 컨퍼런스콜에서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성장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고 공언했다.

CFO들이 올해 기업 성장책을 모색하며 효율이라는 키워드를 중시한 것은 수익성 저하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과 맞물렸다.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 615곳의 연결기준 매출 합산액은 1390조54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보면 2.3%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52.5% 줄어든 53조1083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재값 상승, 고금리, 수출 부진,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락 등 거시환경이 여전히 어렵다"며 "매출 증대를 통한 이익 성장 여지가 제한적이라는 판단 아래 CFO들이 운영효율 극대화에 주력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응답자 54% "올해 프로세스 혁신 집중"

올해 재무총괄 임원들은 제조·영업 등의 프로세스 개선에 역점을 기울였다. 응답 CFO의 절반을 웃도는 53.8%가 '프로세스 혁신'에 집중했다고 답변한 부분에서 드러난다. 업무를 자동화하고 공정을 단순하게 재구성하는 조치, 업무 처리 속도를 향상하는 대책 등을 포괄하는 의제다.

프로세스 혁신 조치를 단행한 기업 가운데 포스코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올 1월부터 광양제철소가 'PTX'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작업이 이뤄지는 시각을 근무자가 직접 살피던 방식에서 컴퓨터가 자동 관리하는 체계로 달라졌다. 덕분에 공정별 리드타임(lead time)을 단축하는 효과를 얻었다.

제조사에 근무하는 한 CFO는 “사업부별, 재고 품목별 목표 회전기일을 설정하고 재고자산을 관리할 목적으로 전사 협의체를 신설했다”며 “매월 재고자산 관리 현황을 논의하고 목표 달성을 독려했다”고 자사 프로세스 혁신 노력을 설명했다.

기업 성장 해법으로 '원가 절감, 회계 투명성 강화'를 선택한 CFO가10명 중 4명(40.6%)을 차지하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원가 절감 역시 운영효율을 한층 끌어올리는 과제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사업 수행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 이익을 최대한 실현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조선업계는 후판을 확보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물량 수입을 예년보다 늘렸다. 선박을 건조하는 비용에서 강재 구매분이 20%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 등은 리스자산의 내용연수를 확대해 감가상각비를 줄였다.

운영효율 극대화 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으로 전체 응답자의 45.6%가'유동자산 효율화'를 거론한 점도 돋보인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CFO(부사장)는 지난 9월 더벨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비전략자산 매각을 우선순위로 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아쏘시오그룹의 경우 계열사들이 수도권 부동산을 처분해 투자실탄 2270억원을 확보했다.


*2023 CFO 서베이는
THE CFO는 홈페이지 www.thecfo.kr에 등록된 CFO를 대상으로 2023년 10월12일(목)부터 26일(목)까지 진행했습니다. 응답자는 설문 대상 432명 중 159명으로 응답률은 36.8%입니다. 응답자 159명의 소속 기업은 매출 기준으로 10조원 이상 24곳(15.1%), 5조~10조원 미만 21곳(13.2%), 1조~5조원 미만이 57곳(35.8%), 5000억~1조원 미만이 15곳(9.4%), 5000억원 미만이 42곳(26.4%)입니다. 온라인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지는 조영균 산업정책연구원 교수와 공동 제작했습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