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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CFO 서베이

응답자 33% "국내기업 재무 취약점은 '현금흐름'"

시총 상위 50개사, 상반기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15조…조달활동은 증가

고진영 기자  2022-11-14 10:15:38

편집자주

[창간 기획]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재무안정성 유지가 그 중심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기업이 내외적 환경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자생하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빚을 얼마나 졌고 잘 갚을 능력은 있는지, 현금 사정은 괜찮은지를 모두 CFO가 챙겨야 한다. 실무자 입장에서 판단한 국내 기업들의 재무 건강은 어떨까.

국내 주요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 123명을 대상으로 ‘THE CFO’가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국내 기업의 가장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해 41명(33.3%)이 ‘현금흐름 및 유동성 관리능력’이라고 응답했다. 3명 중 1명 꼴이다.

다른 답변을 보면 금융기관 등 다양한 조달수단 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CFO가 25.2%(31명)를 기록해 두 번째로 많았다.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는 14.6%(18명), 과도한 차입금 의존도와 환리스크 관리에 대해선 각각 9.8%(12명)가 문제 삼았다. 이밖에 여유자금 운용능력(6명, 4.9%), 차입금 만기구조(2명, 1.6%) 등을 고른 CFO도 있었다.


◇시총 50대기업, 영업현금흐름 감소세 전환

현금의 절대량은 기업의 실제 모습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특히 시장에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단순 이익보다 현금흐름을 중요히 여길 필요가 있다. 캐시 플로우(cash flow)가 막히면 기업은 생존할 수 없으며 현금 창출 능력이 좋아야 계속 성장이 가능하다.

현금흐름은 영업활동과 투자활동, 재무활동으로 나뉘어 드나듦이 기록되는데 이 순환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CFO의 책임이다. 설문 응답자 다수가 현금흐름 및 유동성 관리를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은 국내기업들의 매출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외국과 비교해 다소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자산대비 현금 비중은 5년간 평균 10.7%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의 18.2%보다 크게 낮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그 원인으로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부진을 꼽았다. 실제 2019년 상반기 상장사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68조원으로 5년래 최저치를 보였다.

다만 이후로는 사정이 나아졌다. THE CFO가 시총 상위 50대 기업(금융사 및 공기업 제외)의 현금흐름표를 분석한 결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의 합이 2019년 연간 114조원까지 떨어졌다가 2020년 다시 158조원으로 39% 반등, 지난해는 175조원(+10.5%)까지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상반기에 74조8690억원을 기록하면서 작년 같은 기간(76조8221억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음수를 보인 기업 중 감소폭이 가장 컸던 곳은 LG화학이다. 작년 상반기 2조6543억원에서 3조원가량이 줄면서 올 상반기 말 마이너스(-) 4310억원을 나타냈다. 그 뒤는 포스코홀딩스인데 2754억원으로 플러스를 유지하긴 했지만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약 1조9000억원이 줄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무려 5조원 이상이 늘어난 4조5849억원을 나타내 플러스 전환했다.

◇50개사 잉여현금흐름, 2년 전보다 36조 감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적은 폭의 감소에 그친 반면 잉여현금흐름(FCF)의 경우 추세가 더 좋지 않았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으로 매출을 올린 뒤 투자와 배당 등에 쓰고 남은 돈을 말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자본적지출(CAPEX)과 배당금 지급금을 빼서 계산한다.

시총 상위 50개 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은 2018년 23조원을 넘었지만 이듬해 마이너스(-) 18조원 수준으로 급락했다. 2020년 20조원대로 회복했는데 작년에는 또 8조원까지 떨어졌다. 올 상반기의 경우 -15조3785억원까지 내려간 음수 상태다. 작년 동기(-12조4334억원)보다 약 3조원이 줄었다. 2020년 말과 비교하면 36조원 이상이 날아간 셈이다.


LG그룹 계열사들의 부진이 컸다. 올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잉여현금흐름의 감소액이 가장 많았던 5개 기업에 LG 계열만 3곳이 포함됐다. LG화학(4조4943억원 감소), LG디스플레이(2조4192억원 감소), LG에너지솔루션(2조3208억원) 등이다. 나머지 두 회사는 포스코홀딩스(2조7522억원 감소)와 롯데케미칼(2조1447억원)이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HMM이다. 295%가 뛰었는데 시총 5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넉넉한 잉여현금흐름(5조9137억원)을 나타냈다. 증가율이 아닌 증가액수로 따지면 삼성전자(12조7502억원), 현대자동차(5조3325억원), HMM, 대한한공(1조7120억원), SK㈜(7462억원) 순으로 많았다.

◇조달 자금 급증, LG엔솔 상장 영향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이 주춤했던 반면 빌려온 돈은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시총 50대 기업의 재무활동현금흐름 총합은 23조6456억원이었는데 작년 말(16조3646억원)과 비교해 44.5%가 늘어난 수치다. 유상증자 등 자기자본 조달보다는 타인자본을 끌어온 게 대부분이었다. 자기자본의 총 순증액은 -3조7354억원으로 음수였지만 타인자본 순증액은 27조381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재무활동현금흐름이 늘어난 데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향이 작용했다. 상반기 기준 50개사 중 가장 많은 돈을 조달했는데 재무활동현금흐름이 10조3211억원에 달했다. 올 초 증시에 입성해 10조2000억원의 뭉칫돈을 쓸어왔기 때문이다. SK㈜의 재무활동현금흐름(6조5257억원)이 두 번째로 많았고 SK이노베이션(4조548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3조1572억원) 등이 뒤를 따랐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재무활동과 관련해 가장 많은 돈을 지출했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이 -6조4573억원을 보였으며 여기에는 배당금 지급 등으로 4조9000억원가량이 나간 이유가 컸다.

*2022 CFO 서베이는

THE CFO 는 2022년 3월 말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200위, 코스닥 50위 내 기업과 비상장 금융회사(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소속된 CFO를 대상으로 2022년 10월 18~25일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50개 기업 가운데 123개 기업이 답변했으며 CFO가 직접 설문에 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설문은 구글 서베이 도구를 활용했으며 익명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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