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움직임은 돈의 흐름을 뜻한다. 자본 형성과 성장은 물론 지배구조 전환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손길이 필연적이다. 자본시장미디어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는 재무책임자의 눈으로 기업을 보고자 2021년말 태스크포스를 발족,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최고재무책임자 행보에 투영된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THE CFO’가 추적한다.
기업은 이제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그저 수동적인 '곳간지기'로서의 역할을 요구하지 않는다. 능동적으로 신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 가운데 가치가 낮은 사업은 턴어라운드 시키거나 구조조정하는 역할도 주문한다. 이에 맞춰 자금 계획도 직접 세우길 기대한다.
한 투자회사 CFO는 "특정 기업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 직책이 없거나 그런 역할을 하는 임원이 따로 없다면 그 이유는 CFO가 CSO 역할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라며 "돈을 아는 사람이 돈 쓰는 일에 대해서도 결정권을 가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과거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의 경영을 보조하고 자금흐름만 관리하면 됐던 CFO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그럼 CFO의 업무 범위가 대폭 넓어진 지금, CFO들은 본인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에 따라 어떤 자질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응답자 중 64%, 가장 중요한 역할로 '재무 리스크 관리' 선택
'THE CFO'가 국내 주요기업 CFO 123명으로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CFO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79명의 CFO가 '전사적 내부통제를 통한 재무 리스크 관리(재무구조 개선 포함)'를 선택했다. 비율로는 64%다.
CFO들이 두 번째로 많이 선택한 답은 '신사업 등 사업재편에 대한 재무적 대응방안(M&A·구조조정 등 포함)'이었다. 20명이 택했다. 세 번째로 많이 선택한 답은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주가 관리(IR 및 ESG 관련 활동 포함)'로 11명이 택했다.
'최적의 자금조달 방식 결정'을 택한 CFO는 9명이었다. '사업 단위별 예산 배정, 현금흐름 관리, 평가보상'을 택한 CFO는 4명으로 응답이 가장 적었다.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는 다른 결과와 함께 포개 보면 흥미로운 결론이 도출된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CFO 123명 가운데 114명이 'CFO이면서 동시에 전략 수립 또는 투자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습니까'라고 답했다. 바꿔 말해 CFO이면서 CSO 역할도 (일부) 맡고 있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이가 93%나 되는 것이다.
두 설문조사 결과를 포개서 보면 많은 CFO가 전략과 투자 관련 회의에 참석해 해당 전략과 투자가 전사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위험은 없는지 등 이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위험이 적다면, 크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지속 투자했을 경우 재무구조가 한층 더 개선된다면 CFO들은 특정 전략과 투자에 '오케이' 사인을 내는 셈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네이버 김남선 CFO(사진)의 최근 발언이다. 지난달 네이버가 2조원대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미국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업체인 '포쉬마크'가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에 대해 김 CFO는 "(네이버의 여러 솔루션으로) 마케팅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포쉬마크를 광고 매출 사업에 진출시키면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는 만큼 보인다'...CFO의 가장 중요한 자질 '사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
CFO에게 가장 요구되는 역할이 '재무 리스크 관리'라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CFO들은 어떤 자질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재무 리스크 관리를 택한 CFO 79명 가운데 'CFO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46명(58%)이 '사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라고 답했다. CFO가 받는 보고는 대부분 회계 숫자로 이뤄져 있다. 그럼에도 회계에 대한 이해보다는 이러한 숫자가 만들어진 사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신사업 등 사업재편에 대한 재무적 대응방안이 CFO에게 가장 요구되는 역할이라고 말한 20명의 CFO도 가장 필요한 자질이 사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CFO 123명 가운데 76명(62%)이 사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답했다. 회사의 리스크를 파악할 때도, 사업 재편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할 때도 사업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CFO들은 인식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셈이다.
다음으로 CFO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질은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었다. 재무 리스크 관리를 택한 CFO 79명 중 19명이, 신사업 등 사업재편에 대한 재무적 대응방안을 택한 CFO 20명 중 4명이 선택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CFO에게 중요한 자질을 말할 때 의외로 평가절하받는다. 하지만 주주를 포함한 투자자를 설득해 투자 유치를 하는 인물도, 회사 내 자원을 분배할 때 특정 부서가 불만을 갖지 않도록 설득하는 인물도 CFO다. 더불어 최근 많은 CFO가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점까지 고려하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무척 중요하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CFO들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많다. 개인주주들이 늘어나면서 CFO가 주관하는 공개 기업설명회(IR)가 늘어났고, CFO의 위상이 향상되면서 언론의 주목도도 한층 높아졌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떠오르는 CFO 평가 척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2 CFO 서베이는
THE CFO 는 2022년 3월 말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200위, 코스닥 50위 내 기업과 비상장 금융회사(주요 금융지주사와 은행)에 소속된 CFO를 대상으로 2022년 10월 18~25일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250개 기업 가운데 123개 기업이 답변했으며 CFO가 직접 설문에 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습니다. 설문은 구글 서베이 도구를 활용했으며 익명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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