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감사위원회 내 회계·재무 전문가는 학계 출신 인사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이 현직 교수들로 이뤄진 가운데 금융기관과 공인회계사 등으로 분류되는 유형이 뒤따르고 있다. 상장사 재무·회계 전문가로 분류되는 인사는 한 명도 없다.
감사위 내 회계·재무 전문가를 교수진 중심으로 구성한 부분은 재계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사례다. 학계 출신 인사의 경우 기업들의 선호도가 높기는 하지만 그룹 내 관련 전문가를 단일 유형으로만 구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상장사 80%가 대학교 교수들 LG그룹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6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 집단이다. 상장사는 11곳이며 이중 감사위를 설치한 계열사는 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등 10곳이다.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는 10명으로 이들은 모두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재무·회계 전문가로 분류되는 감사위원 중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사는 없다.
이러한 LG그룹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 구성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학계 출신 인사가 전체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공시 작성 기준에 따르면 2호 유형에 해당하는 전문가들이다. 2호의 경우 회계 등 학위를 보유하고 연구기관 또는 대학에서 연구원이나 조교수 이상으로 5년 이상 재직한 인사다.
2호와 함께 1호(공인회계사)로 분류되는 자격을 중복해서 보유한 이사까지 포함할 경우 비중은 더 커진다. 해당 인사는 LG유플러스 윤성수 고려대 경영학 교수다. LG유플러스 내부적으로는 내부통제와 내부감시 장치 운영 현황 점검 등 경영 사항에 대한 감시·견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윤 이사는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됐으며 그 결과 총 2회 연임하게 됐다. LG그룹 내 재무·회계 전문 감사위원 중 2회 이상 연임한 인사는 윤 이사가 유일하다. 아울러 LG유플러스 감사위 외 소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곳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다.
이처럼 LG그룹 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호 유형에 대한 선호도는 재계 상위 기업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코스피 200에 속하는 기업들의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 중 2호 유형이 가장 많은 비중(36.7%)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LG그룹 내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상장사 회계·재무 분야 경력자(3호) 또한 코스피 200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다.
LG그룹 내에서 2호 유형의 재무·회계 전문가를 중용하지 않은 계열사는 LG화학 한 곳이다. 4호 유형에 속하는 금융기관·정부·증권유관기관 등 경력자인 김문수 이사를 배치하고 있다. 김 이사는 국세청에서 근로소득지원국 국장 등으로 약 30년간 근무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다.
◇LG디스플레이 '재무·회계→ESG' 확장 LG그룹 내에서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를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계열사는 LG디스플레이다. 대부분이 재무·회계 전문가를 감사위원장 외 다른 소위원회 수장으로는 선임하지 않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는 ESG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기고 있어서다. LG와 LG유플러스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을 겸직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회사 경영 등의 측면에서는 영향력이 크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재계 평가다.
LG디스플레이의 감사위 내 재무·회계 전문가는 문두철 이사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로 회계감사와 지배구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게 특징이다. 실제 그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단과 동반성장위원회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위원, 농어업협력재단 협력이익공유제 심의위원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러한 전문성은 LG디스플레이가 그를 이사회 내 ESG위원장으로 중용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회사는 그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당시 회계감사와 기업지배구조, 기업윤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등의 전문가로 평가했다. 또한 공공기관 연구도 다수 진행한 만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된 활동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문 이사는 LG디스플레이의 내부거래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위원장은 아니지만 재무·회계 전문가인 만큼 계열사 간 거래 등 내부거래에 대한 회사의 내부통제와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