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에서 CFO 역할하는 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인물은 배동근 크래프톤 이사다. 준수한 실적과 다양한 보상체계가 맞물려 그는 유일하게 12억이 넘는 보수를 수령했다. 배 이사는 지난해 연간으로도 가장 많은 보수를 수령한 코스피 CFO였다.
이와 함께 눈에 띄는 점은 LG그룹 CFO들의 높은 위상이다. 보수 상위 5명 중 2명이 LG그룹 CFO들이다. 지난해 1월 상장 첫날에 곧바로 시가총액 2위에 오른 LG에너지솔루션의 이창실 부사장이 3위, 지주사인 ㈜LG의 하범종 사장이 4위였다. LG그룹은 국내에서 최초로 CFO라는 직책을 도입한 곳으로, CFO 위상이 전통적으로 높다.
◇10억 넘은 2명의 CFO, 배동근 크래프톤 이사와 정재헌 SK스퀘어 센터장
THE CFO가 800개가 넘는 코스피 상장사에서 CFO 역할을 하는 임원들의 상반기 보수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5명은 △배동근 크래프톤 이사(12억6900만원) △정재헌 SK스퀘어 센터장(11억8500만원) △이창실 LG엔솔 부사장(8억8900만원) △하범종 ㈜LG 사장(8억8200만원) △이경준 하이브 CFO(7억5800만원)이다.
배동근 이사는 지난해(연간 기준)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그는 상여금으로 7억2800만원을 받았다. 크래프톤은 상반기에 전년도 성과에 대한 상여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회사 매출액은 전년과 비슷했지만 영업이익은 15%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주요한 정량지표다. 적지 않은 상여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또한 크래프톤은 올해 상반기에 경영진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상여금으로 부여했다. RSU는 스톡옵션과 다르게 부여 즉시 주식이 대상자에게 이전된다. 배 이사는 지난 6월1일에 1995주를 받았다. 당시 종가기준으로 약 3억8000만원 어치다. 그가 많은 상여금을 받을 수 있던 배경에는 준수한 실적과 다양해진 보상체계가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보수를 받은 정재헌 센터장은 상위 5명 가운데 유일하게 공식 직책이 CFO가 아니다. 사내이사도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보수를 받은 건 그가 SK스퀘어의 사업과 맞닿아 있는 업무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지주사인 SK㈜의 종속법인이지만 투자형 중간 지주사다. 자회사 관리와 투자처 발굴이 핵심 임무다.
이러한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임원이 투자지원센터를 책임지는 정 센터장이다. 그는 박정호 부회장(사내이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보수를 올해 상반기에 받았다. SK스퀘어 측은 올해 초에 상여금으로 8억8500만원을 지급하며 "투자회사에 필요한 경영 인프라(법무·재무·HR·IR) 체계를 구축했고 이사회 중심 경영 등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위상 높고 역할 많은 LG그룹 CFO, 보수도 많아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코스피 상장사 CFO 5명을 살펴봤을 때 눈에 띄는 또다른 특징은 LG그룹 CFO들의 높은 위상이다. 이창실 LG엔솔 부사장과 하범종 ㈜LG 사장은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많은 보수를 받았다. 보수 상위 5명에 2명을 포함시킨 기업은 LG그룹뿐이다. '톱 5'에 들지 못했지만 여섯 번째로 많은 보수를 받은 이도 LG화학의 차동석 사장이다.
LG그룹은 국내에서 CFO라는 직책을 공식적으로 처음 도입한 곳이다. 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플랫폼 빅카인즈(BIG Kinds)에 따르면 1995년 LG전자는 CFO 직책을 신설하고 김영준 부사장을 앉혔다. 김 부사장의 역할은 자금, 원가, 심사 등 재경 부문 조직을 통합해 의사결정 지원 체제로 탈바꿈하는 것이었다.
일찌감치 CFO의 중요성을 깨달은 LG그룹에서 CFO들의 위상은 높다. 직급을 막론하고 모두 사내이사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한다. 재무적 관점이 경영전략에 반영되도록 한다. 많은 CFO에게 위기 관리 총괄도 맡긴다. 이창실 LG엔솔 부사장도 최고위기관리책임자(CRO)도 맡는다. 높은 위상과 많은 역할에 걸맞는 대우를 하는 셈이다.
LG그룹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상반기에 전년도 성과에 대한 상여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1월 LG엔솔은 상장 첫날 단숨에 시가총액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기록했다. LG엔솔 이창실 부사장은 급여의 두 배가 넘는 6억원을 상여금으로 받았다.
◇삼성전자 박학규 사장이 밀린 이유는?
사실 이러한 결과들은 매출과 시가총액 면에서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 CFO가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랐다. 올해 상반기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은 6억9700만원을 수령해 차동석 LG화학 사장에 이어 7위를 차지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000만원 많은 급여를 받았지만 1억원 이상 줄은 1억49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았다.
박학규 사장의 상대적으로 적은 상여는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장기인센티브(상여금의 일종)를 받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일반적으로 상반기에 전년도 성과에 대한 상여금을 지급한다. 상여금은 △목표인센티브 △성과인센티브 △장기성과인센티브 등으로 나눠 전달한다.
이 가운데 장기성과인센티브가 올해 상반기에 삼성전자 경영진에 지급되지 않았다. 장기성과인센티브는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당수익률(PER), 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최근 3년 평균 연봉을 기초로 산정한 뒤 3년간 연 1회로 나눠 지급한다. 해당 제도를 없앤 건 아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에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박학규 사장의 보수는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연간 보수로 19억4600만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연간으로 박 사장보다 많은 보수를 받은 CFO는 올해 상반기 보수 상위 5명 중 배동근 크래프톤 이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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