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띄운 승부수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한 제반 작업과 더불어 사업이 더 이상 기업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경우 정리 작업을 비롯해 재무를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한 회사에 장기간 근속하면서 이런 작업에 기여한 인물이 있다. 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LG이노텍에 장기간 근무한 김창태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1967년 1월 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 과정도 졸업했다. 기업 CFO들 중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은 업계에 다수 포진돼 있다. 대표적으로 김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1967년 1월생인 전 GS칼텍스 CFO 유재영 GS파워 대표이사가 있다.
이외 박학규 삼성전자 CFO를 비롯해 김진원 SK이노베이션 CFO, 유지한 SKC CFO, 채준식 SK에코플랜트 CFO, 김형근 SK에코플랜트 CEO(전 SK E&S CFO), 신용인 한화오션 CFO도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이다.
김 부사장은 1995년 LG전자에 입사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 역시 하범종 LG 사장, 차동석 LG화학 사장 등 그룹 내 CFO들이 밟아왔던 그룹 정도경영TF에 소속됐던 경험이 있다. 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되고 정도경영TF가 발족했던 2003년이다. 당시 과장이었던 김 부사장은 곧바로 초대 멤버로 합류했다.
김 부사장은 2009년 말 LG이노텍 재경실장으로 선임됐다. 상무급은 아니지만 당시 사업보고서에는 김 부사장의 이름이 미등기'임원'진에 포함돼있다. 이후 LG이노텍의 재무팀장과 경영진단담당을 거쳐 2014년 초 LG이노텍의 경영진단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당시 김 부사장의 상사는 현 LG화학의 정도경영담당이던 김정대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당시 LG이노텍의 CFO였다. 김정대 부사장 역시 김창태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김 부사장이 재경실장으로 부임할 당시 LG이노텍은 급변의 시기였다. LG이노텍은 당시 LG마이크론과의 합병으로 자산총계 1조원대 기업에서 단숨에 3조원대 기업으로 커졌다. 2009년 7월에는 1조1529억원 규모의 LED 시설 투자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곧이어 이듬해 초에는 반도체 패키지 관련 시설 증설로 950억원을 투자하고, 소형 LCD 모듈 사업 부문을 LG디스플레이에 양도하는 등 사업 구조 개편으로 바빴던 시기다. 이를 위해 2010년 4월에는 약 3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했었다.
LED와 카메라 모듈 투자 등으로 LG이노텍의 부채비율은 2012년 말 285.3%까지 상승하는 등 재무 부담이 커졌다. LG마이크론 합병 전인 2008년 말 부채비율(143.1%) 대비 크게 상승했던 시점이다.
김창태 부사장은 재경 실무 담당자로서 조달을 비롯해 리스크 관리와 사업 진단, 재무구조 개선 노력 등 다양한 방면에서 LG이노텍의 성장에 기여했다.
김 부사장은 2019년 말 LG이노텍의 CFO로 임명됐다. CFO로 부임한 뒤 김 부사장은 재경실장과 재경팀장 시절 회사가 키웠던 LED 사업에서 철수하는 작업을 도맡았다. LG이노텍은 2020년 경쟁력이 하락하고 적자 사업으로 변모한 LED 사업에서 철수하고 차량용 조명 모듈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장 사업에 역량을 집중시킨 셈이다.
LG이노텍의 재무구조는 빠른 속도로 안정화했다. 2017년 말 201%였던 부채비율은 2019년 말 162%, 2020년 말 149%까지 하락했다. LG이노텍의 올해 상반기 말 부채비율은 110.9%로 안정적인 수준에 안착했다. 현재 재무구조는 'CFO' 김 부사장의 재무 개선 작업의 흔적이다.
김창태 부사장은 작년 말 LG그룹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동시에 모회사인 LG전자 CFO로 부임했다. 김 부사장은 LG전자의 CFO와 더불어 최고리스크책임자(CRO)도 겸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LG전자의 분기별 실적발표회에 직접 등판하면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LG전자의 '밸류업'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개최됐던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김 부사장은 "2027년 ROE 10% 이상, 기보유 자사주 소각 및 추가 매입 검토와 분기 배당을 검토 중"이라면서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