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이 고액 연봉자 명단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업은 연봉 5억원 이상의 임원을 사업보고서에 공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2021년 3명이었던 5억원 이상 연봉자는 2022년 8명으로 늘었다.
고액 연봉을 받는 CFO들이 늘어난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의 약진이 있다. 그룹의 간판인 현대차와 기아는 실적 발표 때마다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더불어 전기차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획과 조달, 투자 등 재경 부문의 중요성이 커진 점도 또다른 배경으로 지목된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고액 연봉자 수...1위는 기아 주우정 부사장
현대차그룹은 계열사마다 다소 상이하지만 대개 상반기에 노사 합의를 거쳐 하반기에 상여금(일명 성과인센티브)을 지급한다. 여기서 지급하는 상여금 규모는 전년도 실적으로 측정한다. 여러 대기업이 전년도 실적에 대한 상여금을 연초에 지급하는 점과 다소 차이가 있다.
이러한 상여금 지급 시스템으로 현대차그룹 임직원은 연간 최대 실적을 낸 지난해 성과에 대한 상여금을 아직 받지 못했다. 올해 초 현대차가 직원들에게 현금 400만원과 약 180만원 규모의 주식을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했으나, 이는 일회성 상여금이다. 따라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건 2021년도 성과에 대한 상여금이 포함된 지난해 연봉이다.
하지만 뚜렷한 변화는 확인된다.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CFO들이 2배 이상 늘었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 상장 계열사는 총 12개다. 이 가운데 5억원 이상 연봉자는 2021년 3명이었다. △현대차 서강현 부사장 △기아 주우정 부사장 △현대모비스 배형근 부사장이 5억원 이상의 연봉을 수령했다.
1년 뒤 이 숫자는 8명으로 늘었다. 기존 3명에 이어 △현대제철 김원진 부사장 △현대비앤지스틸 지재구 부사장 △현대건설 김광평 전무 △현대로템 김두홍 전무 △현대위아 김사원 전무 등 5명이 연봉 5억원 이상을 2022년에 수령했다. 5명의 CFO는 모두 재임 기간에 처음으로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CFO는 기아의 주우정 부사장이다. 주 부사장은 2022년에 전년도 실적에 대한 상여금 2억9000만원을 포함해 총 8억7700만원을 수령했다. 최대 계열사인 현대차의 서강현 부사장, 지배구조상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배형근 부사장보다 수천만원 많은 연봉을 받았다. 주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유일하게 최근 3년 연속 고액 연봉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CFO다.
◇상여 산정지표 '매출액과 영업이익, 성과 기여도'
고액 연봉을 받는 CFO 숫자가 3명(2021년)에서 8명(2022년)으로 급증한 배경에는 그룹의 간판인 현대차와 기아의 실적 향상이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직일 때 현대차그룹은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수직 계열화의 장점은 '캡티브 마켓의 확대'다. 현대차·기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현대차·기아의 실적이 향상되면 그 수혜를 계열사들이 온전히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CFO의 상여금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실적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핵심 정량지표로 삼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면 그만큼 전보다 더 많은 상여금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일례로 연봉 5억원 이상을 받은 CFO가 있는 8곳의 매출액(연결기준)은 2021년 3~28% 증가했다. 매출액이 감소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업다.
CFO들이 사내이사인 점도 고액 연봉자인 CFO가 늘어난 이유다.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임원의 상여금을 결정할 때 '실적 기여도'를 고려한다. 고액 연봉자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기아의 주 부사장부터 가장 적은 연봉을 받은 현대로템의 김 전무까지 모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실적에 대한 책임과 보상이 클 수밖에 없다.
더불어 전기차 사업 확대로 자금 조달과 투자, 투자자 소통(IR)이 중요해지면서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CFO가 경영에 미치는 범위도 늘었다. 대내외적으로 전보다 더 주목받는 상황에 놓인 임원이 CFO다.
그럼 올해는 어떨까. 올해 하반기에 지급될 상여금은 지난해 실적으로 측정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계열사들의 매출액 평균 증가율도 2021년보다 높다. 많은 CFO가 2020~2021년에 선임된 점을 고려하면 급여 산정 기준 중 하나인 급여기간도 대체로 늘었다. 적어도 5억원 이상의 고액 연봉을 받는 CFO 수는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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