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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프로그램 리뷰

현대비앤지스틸, 8년만 무배당…밸류업 참여 '고심'

PBR 1배 미만 '저평가 지속'…회사 측 "배당 재개 여부, 실적과 대내외 환경 고려해 판단"

양도웅 기자  2024-04-02 14:10:24

편집자주

금융당국은 2024년 1월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 독려 및 정책적 지원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발표했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낮은 한국 주식 시장의 밸류에이션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이와 맞물려 많은 상장사들은 대규모 주주 환원책을 내놓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종목들의 주가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들의 밸류업프로그램에 대해 리뷰해보고 단발성 이벤트에 그칠지, 지속적인 밸류업이 가능할지 점검해 본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는 거버넌스에 미칠 영향과 개선방안을 살펴본다.
현대비앤지스틸이 8년 만에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미만을 밑돌며 저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은 '밸류업' 할 수 있는 재료도 넉넉하지 않다. 회사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밝히면 참여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6일 현대비앤지스틸은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제58기(2023년도) 재무제표를 승인했다. 해당 재무제표에는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도 포함됐다.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에는 배당 여부가 드러나는데, 현대비앤지스틸은 무배당을 결정했다.

그간 현대비앤지스틸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꾸준하게 배당했다. 사업연도 기준으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7년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에 주당 100원, 우선주에 주당 150원을 지급했다. 이 기간 연간 배당성향은 7% 내외로 높지는 않았으나 매년 꼬박꼬박 예측 가능한 이익을 주주들에게 안겼다.

하지만 올해는 결산배당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8년 만이다. 현대비앤지스틸 관계자는 "지난해 순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회사는 연결기준 3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이 당기순손실을 보인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사실상 첫 손실'로 체감할 정도로 지난해 결과가 좋지 않았다.


현대비앤지스틸은 건축자재와 의료기기, 가전제품, 자동차 등에 쓰이는 스테인리스강과 자동차 엔진에 쓰이는 부품 등을 만든다. 매출 비중은 96대 4로 스테인리스강 사업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으로 현대차·기아가 최대 매출처이지만 비중은 20%로 의존도가 높지 않다. 매출처가 다양하다.

스테인리스강 용처도, 매출처도 다양하지만 실적을 좌우하는 건 경제활동 상태다. 경기가 어려우면 건물을 덜 짓고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덜 구매한다. 이는 곧 스테인리스강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실적 악화로 귀결된다. 지난해 국내 스테인리스강 판매량은 89만톤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지난해 현대비앤지스틸 매출은 18% 줄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기준 현대비앤지스틸 PBR은 0.60배를 보였다. 지난 1년간 PBR은 0.30~0.60배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PBR 1배를 기준으로 미만이면 저평가, 초과면 고평가된다고 판단한다. 현대비앤지스틸은 극심한 저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해당한다.

현대비앤지스틸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며 "나오면 그때 내부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당 재개 여부도 올해 실적과 대내외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사회가 판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예시로 든 대표적인 정책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상장 이후 한 번도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았다. 대신 꾸준하게 배당해왔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는 적지 않은 현금이 소요된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해 실적 악화와 함께 현금및현금성자산이 5.6%(30억원) 감소했다. 보유 현금보다 차입금이 더 많은 순부채 상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동비율도 219%로 전년 대비 131%포인트(p) 떨어졌다. 당장은 주주환원을 위한 가용 현금이 넉넉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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