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앤지스틸의 현금보유량이 크게 줄었다. 사업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필수 설비투자(CAPEX)를 진행하기 위해 들고 있던 현금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한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전체 매출의 약 20%가 현대차와 기아에서 발생한다.
◇2년 연속 영업활동서 대규모 현금 유출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해에도 현금을 창출하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 별도기준(누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활동은 포스코와 현대머티리얼 등으로부터 원재료(스테인리스 열연강판)를 매입해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제조한 뒤 판매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사업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오히려 잃었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CAPEX에도 대규모 현금을 지출해야 하는 제조기업은 크게 세 가지 선택지를 갖는다. 보유 현금을 소진하거나, 금융상품(투자 지분과 회사채 등)을 포함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 대출과 회사채 발행 등 외부에서 돈을 빌려오는 방법이다.
이 가운데 현대비앤지스틸의 선택은 보유 현금 소진이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핵심 생산설비인 창원공장의 유지보수와 최신화 등에 69억원을 지출했다. 이외에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기타금융자산 취득에 44억원,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래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무형자산 취득에 45억원 등을 썼다.
사업 운영자금과 투자금 모두 은행예금에 넣어둔 현금과 실물로 들고 있는 현금 등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말 현대비앤지스틸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86억원으로 연초 대비 63%(322억원) 줄어들었다.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해처럼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던 2022년에는 외부에서 현금을 빌려와 썼다. 2022년 한 해 동안 금융기관 대출과 회사채 등을 포함한 금융부채는 1392억원에서 2256억원으로 62%(863억원) 증가했다.
◇2년 연속 금융부채 2200억원대…다양한 '현금 확보' 전략 필요 지난해 현대비앤지스틸은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부채를 대부분 차환했다. 여기에 더해 KB국민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신규 차입을 하면서 금융부채 규모가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금융부채는 2272억원으로 연초 대비 1%(16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 기록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금융부채 증가는 곧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해 3분기까지 현대비앤지스틸이 이자지급에 지출한 현금은 6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3%(25억원) 늘었다. 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약화시킨 주요 원인이었다.
현금보유량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전방산업인 자동차 산업이 올해는 큰 성장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대비앤지스틸 현금창출력 향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적극적인 차환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금융부채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 3분기 말 2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채권을 활용한 현금 확보 전략도 검토해볼 만하다. 현대비앤지스틸의 매출채권 채무자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로템 등이기 때문에 신뢰성 높은 자산이다. 이미 지난해 NH농협은행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소액을 대출받았다. 이외 공격적인 매출채권 회수 시도도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