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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는 지금

포티투닷에는 없고 슈퍼널에는 있는 'CFO'

현대차, 슈퍼널에 공식 직책 만들어...'젊은피' 천익수 CFO, 재무부터 M&A까지 총괄

양도웅 기자  2023-07-19 08: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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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미 '도착한 미래'로 평가받는 전기차를 제외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사업은 '포티투닷(42dot)', 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은 '슈퍼널(Supernal)'에 맡겼다.

두 계열사 가운데 현재 더 주목받는 쪽은 포티투닷이다. 지난 5월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 1조원을 출자하겠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됐다. 포티투닷 대표이자 현대차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장인 송창현 사장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높은 신뢰도 이목을 이끄는 이유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슈퍼널도 갖고 있는 특징이다. 2021년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총 2497억원을 출자한 뒤 세 개 계열사는 2022년에는 이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4379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슈퍼널을 이끄는 신재원 사장도 정 회장이 직접 영입했을 정도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슈퍼널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배경에는 포티투닷처럼 법인 소재지와 활동 무대가 국내가 아니고 미국인 점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자율주행과 AI를 적용한 자동차보다 도심항공모빌리티가 더 먼 미래이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청계천 일대에선 '42dot'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인 검은색 소형 자율주행 버스를 볼 수 있다.


반면 'Supernal'이라는 글자가 적힌 도심항공모빌리티는 아직 실물로 보기 어렵다. 슈퍼널 측이 홈페이지에서 밝힌 대로 아직은 '하늘 위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중(We’re building new roads in the sky)'이다. 도심항공모빌리티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진심은 의심받지 않지만 이목을 끌기에는 사업이 초기 단계다.

하지만 포티투닷에는 없지만 슈퍼널에는 있는 게 있다. 바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이다. 법인 등기에 따르면 포티투닷 이사회는 송창현 대표를 포함해 총 4명이다. 이들 가운데 직책이 CFO인 이사는 없다. 송 대표와 안효석 감사(현 회계관리실장) 등이 CFO 역할을 나눠 맡는 것으로 풀이된다.

슈퍼널에는 CFO라는 직책이 '공식적'으로 있다. CFO는 천익수 전 현대차 시니어매니저다. 그는 슈퍼널 전신인 '제네시스 에어 모빌리티'가 2020년 설립됐을 때부터 CFO를 맡고 있다. 그 사이 현대차그룹이 해외에 설립했거나 경영 참여를 위해 투자한 곳 가운데 경영진 일부를 교체한 곳도 있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신뢰를 꾸준히 받고 있다.


1980년대 초반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천 CFO는 2009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이후 △손익 분석 △재무 계획과 분석(FP&A) △국제 조세 △해외 자회사 관리 등 재경본부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출중한 어학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슈퍼널에 공식적으로 CFO 직책을 만들고 국내 본사 출신의 인물을 선임한 이유는 직접 관리하기에는 거리와 시차 등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관리 역량을 슈퍼널에 맡김으로써 슈퍼널이 직접 현지 니즈를 파악해 사업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법인 관리는 본사 직원들을 대거 파견해 관리하는 방식과 초기에 운영 프로세스를 수립한 뒤 CFO 중심으로 현지화하는 방식이 있는데 슈퍼널은 후자로 보인다"며 "현지 니즈를 적극 수용하기 위해서는 관리 역량을 어느 정도 현지법인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천 CFO의 역할은 슈퍼널 관리가 아닌 슈퍼널 발전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그는 회계에서부터 투자자 소통(IR), 인수합병(M&A)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도심항공모빌리티 기술력을 선점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처를 발굴하는 업무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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