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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현대자동차

투자 '하는' 사장과 투자 '받는' 사장

현대차 미등기 사장단 5인 '김걸·신재원·송창현·동커볼케·김용화' 역할 살펴보니

양도웅 기자  2023-09-04 15:28:16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기업 내부는 '주로' 투자하는 조직과 받는 조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돈을 주는 조직과 받는(쓰는) 조직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물론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하는 조직도 받는 조직이다. 투자받는 조직도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을 한다. 하지만 어디에 방점을 뒀는지에 따라 혹은 특정 층위에서 구분이 가능하다.

현대자동차 사장단(현대차그룹 아닌 현대차 기준)은 총 6명이다. 대표이사(CEO)인 장재훈 사장을 제외한 미등기 사장 5명은 △김걸 사장 △신재원 사장 △송창현 사장 △루크 동커볼케 사장 △김용화 사장이다. 이 가운데 투자하는 이는 김걸 사장이고 투자받는 이는 신재원 사장과 송창현 사장이다. 투자 관련 업무에 속하지는 않지만 조 단위 예산을 쓰는 이는 동커볼케 사장과 김용화 사장이다.

김 사장은 현대차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순혈이다. 반면 신 사장과 송 사장은 입사한 지 만 3~4년 밖에 지나지 않은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들이다. 현재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분투자와 M&A로 바깥에 있는 높은 기술력을 흡수하는 점이 사장단에서도 확인된다.


◇국내외에서 투자 실행하는 김걸 사장...최측근 김우주 전무

순환출자 구조인 현대차그룹은 지주사가 없다. 이런 까닭에 그룹 최대 계열사인 현대차가 지주사 역할도 맡는다. 그룹 전체의 경영 목표와 전략을 세우고 핵심 자리에 어떤 인물을 앉힐지 결정한다. 또한 연결기준 30조원 가까운 현금(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을 어느 곳에 투자할 필요가 있는지도 정한다.

현대차에서 이러한 업무를 하는 조직은 김걸 사장이 실장인 기획조정실이다. 기조실 아래 3개 실은 시기마다 그 이름과 역할을 달리했지만 기본적으로 투자 계획과 집행, 계열사 관리, 재무와 인사 관리 등을 나눠 맡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김 사장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신뢰도는 높다. 정 회장은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실시한 첫 연말 인사에서 김 사장을 기조1실장에서 기조실장으로 승진시켰다. 이후 현재까지 5년 넘게 변함없이 그에게 그룹의 미래 설계도를 그리는 역할을 맡기고 있다.


최근 김 사장은 기조실장 외에 다른 직함을 추가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 3곳이 함께 출자해 미국에 설립한 투자 법인인 'HMG글로벌'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HMG글로벌은 정 회장이 직접 출자한 인공지능 로봇 제조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SK온과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의 대주주다. 최근 고려아연 지분 5%를 취득하기로 했다.

HMG글로벌은 올해 상반기에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로부터 총 9272억원을 출자받았다. 지난 5년 넘게 주로 투자하는 입장에 있던 김 사장이 투자받는 입장에도 있게 된 셈이다. 김 사장 옆에는 김우주 전무가 있다. 김 전무는 기조1실장과 HMG글로벌 이사(Director)를 맡아 김 사장을 국내외에서 모두 보좌하고 있다.

◇1조 넘는 투자 받는 신재원 사장과 송창현 사장

현대차에서 AAM(Advanced Air Mobility)본부장인 신재원 사장과 SDV(Software Defined Vehicle)본부장인 송창현 사장은 공통점이 많다. 하나는 모두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이라는 점이다. 동양인 최초의 미항공우주국(NASA) 본부장 출신인 신 사장은 2019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 진출을 위해, 송 사장은 2021년 자율주행 기술력 향상을 위해 영입했다.

다른 하나는 신 사장과 송 사장 모두 현대차그룹이 출자한 법인의 대표로 별도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 사장은 2021년 미국에 설립한 UAM법인인 슈퍼널의 대표이고 송 사장은 2022년 인수한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의 창업자이자 대표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 지분투자한 뒤 지난해 경영권을 인수했다.


아울러 신 사장과 송 사장은 올해 상반기에 대규모 출자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슈퍼널에는 총 4857억원을 출자했다. 설립 이후 총출자액은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포티투닷에는 약 3400억원을 올해 출자했다. 2025년까지 7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더 수혈할 예정이다.

재계에서 사장급 임원에게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법인의 사내이사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하게 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반면 신 사장과 송 사장처럼 아예 대표를 겸하게 해, 미래 사업을 키우는 데에 주도권을 주는 경우는 드물다. 슈퍼널과 포티투닷의 인력 채용 권한도 대표인 두 사장에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정의선 회장과 이사회의 신뢰가 높다는 방증이다.

◇조 단위 예산 집행하는 동커볼케 사장과 김용화 사장

이처럼 투자를 하고 받는 관점에서 구분지을 수 있지만 김걸 사장과 신재원 사장, 송창현 사장은 모두 미래 모빌리티 기술 확보라는 임무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임무를 실행하는 위치와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AI와 자율주행, UAM을 미래 모빌리티 시장으로 보고 관련 투자를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다른 2명의 사장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과 김용화 사장은 각각 최고창의책임자(CCO)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 출신인 동커볼케 사장은 디자인 중심의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우고 있고 사장단 중 가장 최근 선임된 김 사장은 현대차·기아의 연구개발본부를 책임지고 있다. 지분투자·M&A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다.

다만 두 사장은 대규모 예산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광고선전과 판매활동(연결기준으로 국내외 계열사포함)에 1조6146억원을 썼다. 같은 기간 연구개발에 1조6633억원을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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