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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무한신뢰' 포티투닷, 투자 우선순위는

현대차그룹 등 1조 이상 출자...인재 확보·스타트업 투자·자회사 지원 등 활용 전망

양도웅 기자  2023-04-26 08:11:19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큰 신뢰를 받는 '포티투닷(42dot)'이 내달 말 최소 3000억원을 1차로 확보한다. 현 주주인 현대차와 기아, 롯데렌탈 등은 지분율대로 신주를 인수할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증자 참여를 아직 공시하지 않은 롯데렌탈 등의 출자 금액(200억원 이상으로 추산)을 포함하면 한 달 뒤 확보하는 자금은 더 커질 전망이다.

3000억원은 지난해 포티투닷의 연간 영업비용인 595억원보다 무려 5배 많은 규모다. 영업비용 증가율이 2021년 59%, 2022년 83%로 매년 커지는 점을 고려해도 최소 2년 가량은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이다. 따라서 이 큰돈을 받는 임직원들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 포티투닷은 이 자금을 어디에 '우선' 투자할까. 크게 3가지가 지목된다.


◇1순위는 단연 우수 인재 확보...지난해 임직원 2배로 증가

1순위 투자처는 단연 현재 진행하는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우수 인재 채용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 간의 기술 경쟁 사례가 보여주듯이 대규모 자금 지원과 우수 인재 확보 없이 기술 패권을 가져간 기업은 없다. 현대차그룹과 포티투닷도 이를 잘 알고 이번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

일례로 포티투닷에는 리크루팅만 전문으로 하는 인력이 다수 근무한다. 이들은 국내외와 방식을 가리지 않고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 현대차그룹과 포티투닷 비전에 공감하는 인재를 찾는 데 열중한다. 또한 송창현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도 공개 개발자 컨퍼런스 등에 적극 참여하며 기술 인재의 동참을 직간접적으로 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포티투닷 임직원 수는 2021년 176명에서 2022년 355명으로 1년 만에 101%(179명)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내비게이션, 블록체인, 센서 등 여러 영역에서 실력 있는 인재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25일 현재 공개적으로 채용하는 영역만 머신러닝, 센서, 보안 등 19개에 달한다.

임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늘려가고 있다.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급여와 복리후생비는 2021년 152억원에서 262억원으로 72%(110억원) 증가했다. 아울러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로 스톡옵션(주식보상)을 매년 꾸준히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총 7만9000주를 부여했다. 주식보상비용은 2021년 89억원에서 2022년 875억원으로 873% 늘었다.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 지분투자 가능성...뉴빌리티 등에 60억 기출자

높은 기술 이해와 회사 비전에 공감하는 딱 맞는 인재를 찾는 게 우선순위지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이런 때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은 우수 인재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투자해 그들의 노하우를 직간접적으로 공유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포티투닷에 필요한 기술과 인재를 가진 기업을 발굴하는 분별력과 충분한 실탄(투자금)이다.

일단 포티투닷 임원진은 국내외 굴지의 빅테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송창현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등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고 네이버에선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네이버랩스 대표이사를 지냈다. 최진희 부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운영체제(OS)와 플랫폼 설계 업무를 오래 책임졌다. 정성균 이사는 퀄컴과 네이버 랩스 등에서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머신러닝 개발자로 근무했다.

어느 기업에 투자해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분별하는 경력을 가진 인물들로 임원진이 꾸려진 셈이다. 이미 지난해 포티투닷은 △아이나비시스템즈(맞춤형 지도 소프트웨어 공급) △뉴빌리티(로봇 배달 서비스) △세종스마트시티(스마트시티 조성 사업) 등 3곳에 총 60억원을 투자하며 협력을 통한 기술 고도화를 시작했다.

다음달 말에 보유 현금인 212억원의 10배가 훌쩍 넘는 자금이 들어오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지분투자 활동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포티투닷은 지난해 10월 국내외 유망 벤처기업을 초기에 발굴해 투자하고 주주들과 소통하는 업무도 하는 투자·IR 인력을 공개 채용하기도 했다

(사진=뉴빌리티 홈페이지)

◇'순손실' 미국 드론 자회사 '포티투에어' 지원할까

마지막으로 대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포티투닷에는 두 개의 완전 자회사가 존재한다. 하나는 미국에 설립한 드론 해상 배송 서비스 기업 '포티투에어(42 Air)'다. 다른 하나는 국내 법인으로 전세버스 운송사업을 하며 내비게이션과 머신러닝에 필요한 데이터도 수집하는 '모비아'다.

두 기업의 가치는 장부금액 기준으로 지난해 말 포티투에어가 19억원, 모비아가 9억원이다. 이는 두 기업의 지분 100%를 취득했을 때와 비교해 각각 17%, 72%로 감소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자금 지원이 시급한 쪽은 포티투에어다. 지난해 62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모비아는 당기순이익을 냈다.

포티투에어가 2021년 10월 해산한 '퍼플엠'과 같은 절차를 밟을 여지도 있다. 퍼플엠은 기아와 포티투닷의 합작법인으로 출범했으나 현대차 TaaS(모빌리티 서비스)본부와 포티투닷에 자율주행 기술과 서비스 역량을 결집시키기로 하면서 해산됐다. TaaS본부와 포티투닷을 이끄는 인물이 송창현 대표다.

(사진=포티투에어 sns페이지)

단 포티투에어가 적극적으로 자사의 기술과 서비스를 알리고 있고 대표이사인 헨크 구센(Henk Goosen)도 현대차그룹이 국내에 야심차게 설립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의 일원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포티투에어 재무구조 개선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이번에 들어오는 대규모 자금 중 일부를 지원할 가능성도 있다.

정리하면 내달 5일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1차로 확보하는 포티투닷은 인재 확보와 지분투자, 자회사 지원 등 크게 세 분야에 이 대규모 자금을 사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투자 분야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바로 '자율주행 기술력 고도화'다. 정의선 회장의 무한 신뢰를 받는 포티투닷의 송 대표와 임직원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겸 현대차 TaaS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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