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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자본잠식 벗어난 포티투닷, 든든한 뒷배의 힘

유상증자 이후 자본총계 2696억, 부채비율 27%

이호준 기자  2024-04-16 15:20:41
포티투닷(42dot)에게 2023년은 재무적으로 숨통이 트인 해였다. 현대차그룹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무려 1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그간 포티투닷에 수년간 붙어 다닌 '자본 잠식'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성과 부족이라는 이유로 재무구조 악순환에 빠진 다른 자율주행 스타트업들과는 정반대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포티투닷은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가능한 주식의 총수를 기존 1000만주에서 1억주로 늘렸다. 이후 주주배정 유상증자 참여 형식으로 현대차와 기아로부터 약 1조539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 받기로 했다. 현대차가 6323억원(약 490만주), 기아가 4216억원(약 327만주)이다. 지분율은 기존 현대차 55.9%, 기아 37.3%로 유지된다.

유상증자는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이 중 1단계 증자가 지난해 5월 3670억원 규모로 실시됐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1월 3780억원 규모의 2단계 증자가 완료됐고 내년 1월에 3472억원 규모의 3단계 증자가 있을 예정이다. 포티투닷은 2022년 8월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고 약 6개월 만에 대규모 현금 수혈을 받은 셈이다.

유증 효과는 이미 나타난 상황이다. 지난달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포티투닷은 2789억원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했다. 1년 전만 해도 보유 현금이 222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배 이상으로 곳간이 풍족해졌다.

(단위:억원, 출처: 감사보고서)

돈이 들어오자 부채 관리에도 신경 쓸 수 있게 됐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소프트웨어 연구 인력 확보 등의 일환에서 전방위의 투자를 진행해왔다. 아직 현금을 창출해내는 단계가 아니기에 이 과정에서 투자 자금을 대규모로 빌려 차입이 늘었다. 그러나 최근 빚을 갚을 여력이 생기자 상환에 나섰고, 이 덕분에 포티투탓의 부채총계는 2022년 말 3530억원에서 2023년 말 750억원으로 감소했다.

'자본 잠식'이라는 꼬리표도 말끔하게 없앨 수 있게 됐다. 그간 포티투닷은 손실의 규모가 장기간, 또 대규모로 누적돼 회사의 자본금이 모두 바닥났다. 재작년 말 상황만 봐도 자기 자본이 마이너스(-) 2814억원까지 낮아진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현대차그룹의 1조원 자본 확충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포티투닷의 자본총계는 작년 말 2696억원까지 늘어났다. 자본 잠식에서 벗어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부채 상환도 이어지면서 부채비율은 1년 만에 27%로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포티투닷은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지는 회사다. 현대차의 SDV(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전환 작업이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작년 말 이후 현대차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전격 경질하고 연구개발(R&D) 조직을 개편한 것을 두고 사실상 포티투닷에 SDV 전환 전권이 부여된 상태라고 보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GM과 포드 등은 자율주행 자회사의 투자를 줄인 상황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자금 수혈로 재무 정상화에 성공한 포티투닷은 적어도 당분간 조달에 대한 걱정 없이 기술 개발과 인력 채용에 몰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1월 3400억원 규모의 3단계 유상증자도 남아 있다.

자본 잠식에서 벗어나고 채무 부담도 상당 부분 덜어낸 만큼 포티투닷의 기업가치도 향상된 것으로 파악된다. 포티투닷의 작년 말 별도 기준 순자산가치는 2700억원이다. 마이너스(-) 구간에서 벗어났다. 순자산가치란 기업 자산에서 부채를 뺀 나머지다. 비상장사의 경우 순자산가치 변화를 따져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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