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은 달콤한 기억이 있다. 2004년 불과 17억원으로 확보한 대만 모모홈쇼핑 지분 10%에 대한 가치가 17년만인 2021년 900배(약 1조5000억원)나 뛰었다. 지분 2% 가량을 팔아 약 30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모회사 롯데쇼핑도 2012년 모모홈쇼핑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 참여해 지분 5%(360억원)를 샀고 8년만에 모두 팔아 약 1800억원을 챙겼다.
시작은 전략적투자자(SI)였지만 가치가 껑충 뛰자 자금회수에 나섰다. 모모홈쇼핑은 대만 최대 금융 회사인 푸본그룹과 우리홈쇼핑이 합작해 만든 회사다. 우리홈쇼핑측 인사가 모모홈쇼핑 사내이사를 맡아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함께 키웠다.
롯데렌탈이 전략적투자를 한 포티투닷이 심상치 않다. 현대차와 기아가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완성차 글로벌 3위 그룹이 '미래'로 낙점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장기적으론 상장도 기대된다. 훌륭한 사업 우군을 확보한 것이자 먼 미래엔 엑시트도 도모할 수 있다.
◇2021년 지분 4.8% 확보…현대차그룹 인수전 발굴
롯데렌탈이 지분 투자를 한 것은 2021년 8월이다. 당시 포티투닷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21만7391주 인수했다. 주당 가격은 11만5000원으로 총 매입액은 250억원이었다. 지분율은 4.80%다.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 타이밍이었다.
포티투닷은 2019년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의 개발자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업체다. 현대차그룹도 설립 초기부터 눈독을 들여 SI로 참여했었다. 2021년 말 기준 기아가 11.31%로 2대주주, 현대차가 9.05%로 3대주주였다.
그러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8월 송 대표가 보유한 36.19%를 비롯해 재무적투자자(FI)와 SI들의 잔여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론 현대차가 55.9%, 기아가 37.27%로 현대차그룹이 93.17%를 보유하고 있다.
기타 지분은 2.03%라 롯데렌탈이 유의미한 지분(4.80%)을 보유한 유일한 SI로 남았다. 초기투자엔 SK텔레콤과 CJ, LG전자, LIG넥스원 등도 SI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지분을 매각했거나, 기타로 분류할 정도로 지분이 작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8개월만에 현대차그룹의 1조 유상증자라는 대형 이벤트가 벌어졌다. 현대차는 이달 25일 공시를 통해 포티투닷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총 6323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기아차는 4215억원을 내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 체제 구축을 중점과제로 삼고 있는데 '포티투닷'을 그 중심에 세웠다고 봐도 무방할 결정이었다. 그리고 롯데렌탈은 그 회사에 남은 유일한 SI다.
◇유증 주당 가격은 2년전과 비슷…우선은 SI로 동반성장
다만 롯데렌탈은 당장에 얻는 평가차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와 기아 공시를 분석해 보면 이번 1조규모 유증으로 발행되는 신주의 주당 가격은 12만9000원으로 계산된다. 현대차는 2년간 세 차례에 걸쳐 신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오는 5월 말 신주 153만2332주를 1976억원에, 내년 1월 175만5957주를 2265억원에, 2025년 1월엔 161만3631주 2081억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해당금액을 신주로 나오면 모두 같은 가격(12만9000원)으로 계산된다.
2년전 롯데렌탈이 인수한 RCPS 주당 가격인 11만5000원보다 12.17% 늘어나는데 그쳤다. RCPS엔 우선주 1주당 보통주 1주로 전환할 권리가 붙어있기에 보통주와 가치가 같다. 결과적으로 이번 유증으로 재평가된 롯데렌탈 지분가치는 281억원으로 최초 매입(250억원)보단 31억원 늘었다. 더불어 2025년까지 가격이 동결(12만9000원)셈이기에 향후 2년 동안에도 평가차익은 없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론 SI로 함께 시너지를 내는데 집중해야한다. 롯데렌탈은 본래 신사업으로 구상하고 있는 무인 로보택시에 포티투닷 기술력을 접목시키려고 SI 투자를 했다. 롯데렌탈은 차량 26만대 가량을 보유한 국내 최대 자동차렌탈사다. 차량 운용에 대한 노하우와 고객 정보에 기반한 빅데이터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제조사(현대차)와 운용사(롯데렌탈), IT서비스(포티투닷) 업체간 지향점이 동일했다. 자율주행 밸류체인에 참여하는 것이다. 다만 2년 새 포티투닷이 현대차그룹에 인수되고 또 1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역할이 재정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렌탈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제3자배정이 아니기에 롯데렌탈에게도 투자 기회가 부여됐다. 현대차 공시를 분석하면 주주배정 비율은 구주 1주당 신주 1.9주가량이 된다. 롯데렌탈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약 544억원이 필요하다. 미참여시 지분율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포티투닷에 대한 1조원 유상증자 결정으로 3대주주인 롯데렌탈에 대한 영향도 투자자들 관심사다”며 “어떤 사업 시너지를 낼 것이냐가 핵심인데 대규모 자금수혈이 진행됐으니 미래 계획과 역할도 재정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