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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티투닷에 '상장'은 없는 카드일까

현대차와 기아, 포티투닷에 모두 투자금 확보 기회...인텔의 '모빌아이' 성공 사례 '주목'

양도웅 기자  2023-04-26 17:53:16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계열사인 '포티투닷(42dot)'의 성장에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기업공개(IPO) 여부다. 물론 설립된 지 만 4년밖에 되지 않았고 6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기업의 IPO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인 면도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현대차와 기아 등 대주주들 지원에 기대 대규모 운영자금과 투자금을 확보할 수만은 없다. 두 대주주는 포티투닷 성장 외에도 전기차 개발과 생산시설 확충이라는 과제를 오랫동안 해결해야 한다. 이 과제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보다 덜 중요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투자 규모 면에서는 더 클 수 있다.

IPO는 기존 주주들에게는 구주 매출을 통한 수익 창출(투자금 회수)의 기회를, 기업에는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의 기회를 안긴다. 앞으로 3년간 총 1조540억원을 출자하는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서는 포티투닷 IPO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전기차 개발 등 다른 영역에 대한 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분율이 93.17%이기 때문에 일부 구주를 매각하더라도 지배력에도 큰 이상이 없다. '50%+1'주를 들고 있다면 포티투닷에 대해 다른 주주들을 압도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신주 발행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포티투닷에도 이롭다.


지금은 잘 언급되지 않지만 포티투닷도 아예 IPO를 성장 로드맵에서 배제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법인 등기에 따르면 회사 이름이 '코드42'였을 때인 2019년부터 '포티투닷'으로 바꾼 이후인 2022년 1월까지 총 7차례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에는 다른 일반적인 전환상환우선주와 마찬가지로 기업공개에 대한 언급이 있다.

이를테면 "기업공개시 공모단가가 전환가액 이하일 경우 공모단가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현재 대부분의 전환상환우선주는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8월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매입했고 일부를 3대주주인 롯데렌탈이 보유하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한 최대주주를 맞은 까닭에 IPO라는 단어는 이후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포티투닷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로의 대대적인 체질 전환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에도, 포티투닷에도 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확보는 매력적인 카드일 수 있다.

그럼 의문은 이제 IPO를 언제 어디에서 진행할 것인가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사업을 해외에선 모셔널(우버와 합작법인), 국내에선 포티투닷과 진행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에 포티투닷 인력들이 상당수 참여하는 점과 정의선 회장이 높은 신뢰를 보여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자율주행 사업을 포티투닷에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면 적절한 시기에 글로벌 1위 자율주행 기업인 모빌아이처럼 나스닥 상장도 상상이 어려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물론 당장 포티투닷과 모빌아이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가령 지난해 포티투닷의 매출액은 33억원으로 모빌아이(2조4000억여원)의 0.1%밖에 되지 않는다. 단 두 기업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인텔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모빌아이는 순손실에도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과 성장성으로 지난해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모빌아이 지분 100%를 들고 있던 인텔은 구주매출로 반도체 투자금을 마련했다. 모빌아이 주가는 현재 45달러 안팎으로 IPO 당시 가격인 21달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올랐다. 불황에도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한 셈이다.

나스닥은 △글로벌 셀렉트 마켓 △글로벌 마켓 △캐피탈 마켓 등 3개 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단 현재 포티투닷은 상장 요건을 총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5년 현대차그룹의 1조원 가량의 출자가 마무리될 무렵 현재의 자율주행 유상운송 서비스가 고도화되는 등 상용화 서비스가 늘어나면 충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국내 상장도 카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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